어린 시절 한없이 먹어도 부족하게만 느껴졌던 추억의 음식 ‘짜장면’. 대단히 특별한 재료를 쓰거나 고급스럽게 멋을 낸 짜장면도 아니었거니와 허름한 동네 중국집에서 맛볼 수 있었던 투박한 맛의 음식이지만, 그 시절 추억이 담긴 짜장면은 스시 오마카세 코스나 파인 다이닝의 정찬보다도 각별한 특식 그 자체였다.
짜장면은 조선 말 처음 소개되었을 때부터 순전히 맛으로 낯선 음식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춘장을 튀겨 고소하면서도 쿰쿰한 감칠맛이 혀를 사로잡고, 다양한 부재료로 풍성한 식감도 빼놓을 수 없다. 고소함이 과해 느끼한 듯하다가도 중간중간 강렬하게 피어오르는 춘장의 존재감이 젓가락을 쉴 수 없게 만든다. 웍 위에서 한바탕 불과 기름의 노래로 완성되는 음식 답게 강력한 불 맛과 온도감도 일품. 그냥 먹어도 맛있고 탕수육이나 깐풍기 등 다양한 중국요리류에 식사로 곁들여도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인천 개항장에서 청국 부두 노동자들이 판매하기 시작했던 최초의 짜장면은 지금의 짜장면과 많이 달랐다. 중국에서 건너온 화교들이 국수에 중국 된장과 채소를 비벼 먹던 ‘작장면’을 모태로 했다. 때문에 단맛보다는 짠맛이 강하고, 색도 옅고 맛도 담백하다. 그러던 중 한 화교가 중국의 첨면장에 달콤한 캐러멜을 혼합한 춘장이 보급되기 시작하며 익숙한 검은빛 짜장면이 완성되었다. 때마침 쏟아져 나온 값싼 밀가루와 이 소스의 만남으로 짜장면은 더욱 대중화되었다.
완벽한 대중음식으로 탈바꿈되는 과정에서 배달음식의 정체성이 강해지고 육수에 녹말가루를 풀고 캐러멜 색소를 사용하는 등 질적 저하가 보편화된 감이 있으나 여전히 제대로 하려면 은근히 손이 많이 가는 음식도 짜장면이다. 춘장을 알맞게 튀기고 다양한 야채를 웍에 익히면서 불맛은 입히되 너무 아리지 않도록 살캉하게 만드는 완벽한 ‘익힘 정도’가 중요한 음식이기 때문. 또 불을 제대로 머금지 못하면 느끼하고, 춘장 간을 못 맞추면 짜거나 달아져 버리니 그야말로 완벽한 밸런스가 중요한 음식이다.
너무나 익숙한 음식인 ‘짜장면’,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최고의 외식 메뉴로 기억 속에 건재한 그런 짜장면을 경험하기란 정말이지 쉽지 않은 일이다. 요즘 기억 속 그 맛을 떠올리게 만드는 중식당들이 속속 입소문을 타고 ‘성지순례’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주는 바로 그런 중식당들을 소개한다. 정성 들여 만든 짜장면으로, 옛 추억을 소환하며 잊고 지냈던 짜장면 한 그릇의 가치를 일깨워 주는 귀한 중식당들이다. 잘 만든 짜장면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해질 수 있는지, 품격과 개성을 더해낸 맛으로 확실하게 보여줄 것이다.
1. 간짜장 성지순례의 필수 코스, 부천 ‘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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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신 컨텐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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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직장인이자 블로거였던 주인장이 단골 중식당의 폐점 소식에 직접 중식을 배워 물려받은 독특한 오픈 비화로도 유명한 중식당. 수련에 수련을 거듭해 어엿한 중식 요리사로 성장한 주인장의 주문 즉시 조리해 내는 중식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대표 메뉴는 주인장의 단골 시절 최애 메뉴이기도 했다는 ‘간짜장’. 주문을 받자마자 신선한 채소와 고기를 일정한 사이즈로 손질하는 것부터 시작되며, 화끈한 웍질로 구석구석 불 맛 입혀 가며 볶아낸다. 식사 메뉴지만 한 그릇에 들어가는 정성은 어지간한 요리류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은 만큼, 부재료들의 어우러져 선사하는 신선한 식감부터 고소하고 진한 풍미까지 뭐 하나 흠잡을 것이 없는 명품이다. 유니짜장 스타일로 제공되는 기본 ‘짜장면’도 좋다. 풍부한 양의 다진 고기로 고소한 감칠맛과 심심하지 않은 식감까지 모두 잡았다. 역시 주문 즉시 볶아 완전히 숨이 죽지 않은 야채의 식감을 느낄 수 있는 ‘고추짬뽕’도 추천할 만하다. 맛이 맵고 짠 것이 아닌, 향이 매콤한 고추짬뽕으로 매운맛에 약해도 적당히 칼칼한 정도로 맛있게 즐길 수 있는 건 덤이다. 면보다 밥을 선호한다면 고슬고슬한 식감을 살려 드라이하게 볶아내는 잡채밥과 볶음밥도 나쁘지 않은 선택. 물론 밥과 계란국은 원하는 만큼 셀프로 가져다 먹을 수 있으니, 짜장면을 먹고 남은 소스에 밥을 비벼 짜장밥으로도 즐겨 봐도 좋겠다. 부천에서 정통 중식다운 온도감과 불맛을 제대로 경험하기 좋은 중식 맛집으로추천한다.
▲위치: 경기 부천시 원미구 부일로445번길 4-1
▲영업시간: 수-월 11:30 - 20:30(B·T 15:00 - 17:00), 화요일 휴무
▲가격: 간짜장 8500원, 짜장면 6000원, 고추짬뽕 1만원, 잡채밥(2인 이상 주문 가능) 1만1000원, 볶음밥 8500원
▲후기(식신 2차원개그): 오르찡 블로거의 중식당 운영기 그 자체를 경험할 수 있는 집입니다 실력이 이제 어지간한 중식 사부님들 못지 않으시네요ㅋㅋㅋ 바로 웍질해서 만들어주시는 간짜장 고소하고 진한 맛이 일품입니다
2. 어린 시절 허겁지겁 먹었던 바로 그 맛, 인천 ‘미광’

식신 컨텐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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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맛’이라는 표현 하나로 요약 가능한 인천의 노포 중식당. 가족들과 특별한 날 모여 먹었던 어린 날의 기억을 소환하는 클래식한 맛의 짜장면으로 유명하다. 인천의 중화요리 중심인 차이나타운과는 동떨어진 위치에 있지만 가게 앞에 늘어서 있는 손님들의 행렬만 보더라도 그 인기를 증명할 수 있다. 가장 유명한 메뉴는 정석적인 조리법대로 주문 즉시 재료를 손질해 빠르게 볶아내는 ‘간짜장’. 고소한 풍미가 감돌면서도 마치 평양냉면처럼 맛 자체는 순하고 심심하다. 짠맛은 물론 단 맛도 튀지 않아 물리지 않으며, 쌉싸름한 춘장 풍미가 중간중간 올라오며 입맛을 당긴다. 강화제를 사용하지 않아 부드럽게 끊기는 면발과 그려내는 하모니도 지극히 온건한 편이라, 중식 특유의 부담스러운 느낌이 전혀 없다. 짜장면과 마찬가지로 짬뽕도 흔히 접하는 자극적인 맛의 짬뽕과는 꽤나 차이가 있다. 강렬한 불향보다는 은근하게 느껴지는 수준의 불기운에 가까우며 매운맛과 기름진 맛보다는 바로 볶은 채소의 아삭함, 채소에서 우러나온 깔끔하고 시원한 맛으로 즐기는 짬뽕이다. 첫 입에 강렬하게 당기는 힘은 다소 부족할지언정 먹으면 먹을수록 묘하게 중독되어가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을 것. 깨끗한 기름으로 튀겨내어 절은 느낌 없이 고소한 맛의 탕수육도 완연한 옛날 스타일 탕수육으로 순한 식사류에 곁들여 즐기기 좋다. 찾아보기 힘든 클래식한 스타일의 짜장면을 맛볼 수 있는, 귀한 노포 중식당으로 추천한다.
▲위치: 인천 중구 참외전로13번길 15-4
▲영업시간: 목-화 11:30 - 16:00, 수요일 휴무
▲가격: 간짜장 7500원, 짬뽕 7500원, 탕수육 소 2만원
▲후기(식신 어디가서먹지): 인천의 오래된 노포 중식당이자 인천 주민들 사이에서는 차이나 타운 중국집들보다 더 사랑받는 짜장면 맛집으로 유명합니다. 자극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순한 맛의 짜장과 간짜장이지만 평냉처럼 수시로 생각나는 그런 맛이 있어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