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기사

해장국에 깃든 반세기,
동대문의 ‘어머니대성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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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련한 추억으로 남은 왕산로 골목의 향기

이른 아침 동대문구 용두동의 한 골목. 희끗해진 간판에 “Since 1967”이라는 숫자가 선명하다. 반세기 넘는 세월을 버텨온 식당 ‘어머니대성집’은 새벽 공기 속에서도 은은한 국물 내음을 풍기던 골목의 터줏대감이었다. 해장국집 특유의 구수한 냄새에 이끌려 문을 열면, 어둑한 새벽부터 모여든 손님들로 채워진 온기가 돌곤 했다. 1967년에 문을 연 이곳은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노포로, 반세기가 넘도록 한결같은 맛으로 단골들을 맞이해왔다. 세상은 바뀌었지만, 이 식당 문턱을 넘으면 여전히 옛날 그대로의 정취와 “어머니”란 이름에 걸맞은 포근함이 느껴지곤 했다.

 

3층 건물로 다시 태어난 노포

 

한때 용두동 재개발 구역의 좁은 한옥 건물에 자리했던 식당은 2020년 초, 현재의 3층짜리 건물로 확장 이전했다. 겉모습은 깔끔하게 단장되었지만 오래된 간판 글씨와 내부에 걸린 세월의 흔적들이 역사와 전통을 증언한다. 1층 홀에는 주방 탓에 테이블이 협소하지만 2층은 꽤나 넓은 홀이 있고, 3층은 가벽으로 가릴 수 있는 룸 형태의 테이블도 마련되어 있다. 리모델링 후 밝아진 실내에서는 옛 정서와 현대적 청결함이 어우러져, 오랜 단골들도 “추억의 음식을 쾌적한 곳에서 먹게 되어 좋다”고 입을 모은다. 밤낮없이 불을 밝히는 이곳은 월요일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24시간 영업을 이어가며, “새벽 5시에 와도 똑같은 퀄리티”의 해장국을 낸다는 자부심을 지켜오고 있다. 달라진 것은 공간뿐, 변치 않는 맛과 정성이 여전히 가게 구석구석에 배어 있다.

 

 

맑고 진득한 해장국 한 그릇의 위로

 

이 집의 간판 메뉴는 단연 ‘해장국’이다. 커다란 솥에서는 소뼈와 양지머리, 소 내장, 직접 말린 우거지 등을 푹 고아낸 국물이 하루 종일 끓고 있다. 국물이 충분히 우러나오면 마지막으로 선지와 아삭한 콩나물을 넣어 한소끔 더 끓여낸다. 이렇게 완성된 해장국은 뚝배기에 담겨 나오기 전에 고운 다진 고기와 새빨간 양념장을 한 스푼 얹어주는 것이 특징이다. 맑은 빛깔의 국물 위에 동동 띄워진 붉은 양념장이 마치 도발적인 장식처럼 시선을 끌고, 잘게 흩어진 고기 부스러기가 수면에 자리잡은 모습이 이 집만의 개성이다.

 

한 숟갈 떠보면 의외로 국물은 개운하고 담백하다. 잡내를 없애기 위해 조리 중간에 기름을 한 번 걷어냈기 때문인지 걸쭉하고 진한 국물이지만 느끼함 없이 구수하고 깊은 감칠맛만 남는다. 자연스레 혀끝에서 ‘역시 내공이 남다른 집이구나’ 하는 탄성이 나온다. 여기에 푹 삶아낸 우거지는 입에서 살살 풀어질 정도로 부드럽고, 선지는 탄력이 느껴질 만큼 탱글탱글하게 씹힌다. 이 모든 재료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조화는 숙취로 지친 속을 시원하게 달래 주고도 남는다. 특히 이 집 해장국은 미리 밥을 말아내는 토렴 방식을 고수해왔다. 국물이 밴 하얀 쌀알들이 국밥 속에 촉촉이 퍼져 있어, 따로 간을 하지 않아도 마지막 한 입까지 간간하고 맛이 깊다. 잘 익은 깍두기 한 점, 김치 한 점 곁들이면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뒷맛이 더해져 어느새 뚝배기는 바닥을 드러낸다. 해장국 한 그릇에 담긴 이 깊은 풍미와 정성은 단순한 해장 그 이상으로, 반세기 서울 삶의 애환을 달래온 따뜻한 위로처럼 느껴진다.

 

술꾼들을 사로잡은 일품 안주, 수육

 

해장국만큼이나 사랑받는 이 집의 또 다른 명물은 소고기 수육이다. 해장국을 먹으러 왔다가도 함께 곁들여야 직성이 풀린다는 이들이 많을 정도로, 술꾼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진미 안주다. 한우로만 준비하는 수육 한 접시는 살코기와 내장 부위가 고루 섞인 ‘모둠수육’이 인기가 좋다. 큼직하게 썬 살코기는 결대로 부드럽게 찢어지며 고소한 육향을 풍긴다.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따뜻한 고깃점을 달큰한 와사비간장에 살짝 찍어 입에 넣으면, 씹을수록 담백한 육즙에 은은한 단맛까지 배어나온다. 내장 수육은 쫄깃하면서도 특유의 진한 풍미로 애주가들의 입맛을 돋우는 맛. 술잔을 기울이는 이들은 오히려 이 고소한 내장의 맛을 반주 삼아 즐기곤 한다. 접시 가득 차려진 수육 한 판은 너른 오이와 고추, 마늘과 쌈장이 곁들여져 나오니, 찬과 함께 변주하며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시원한 소주 한 잔과 함께라면 금상첨화다. 한 모금 들이켜고 수육을 한 점 베어물 때 퍼지는 촉촉한 온기와 풍미는, 왜 이 집이 술꾼들의 아지트로 통하는지 단박에 깨닫게 해준다.

 

노포가 건네는 진심의 맛

‘어머니대성집’의 해장국과 수육에는 시간을 초월한 진심 어린 손맛이 배어 있다. 직접 말린 우거지를 아낌없이 쓰고 국밥 한 그릇에도 정성을 다하는 자세, 그리고 “한결같은 맛으로 오래 가자”는 초심이 대를 이은 비법처럼 내려온 덕분일 것이다. 수십 년간 단골들은 여기서 해장을 하고 또 취하도록 마시며, 인생사의 희로애락을 식당과 함께해왔다. 허영만 화백의 음식 기행부터 인기 가수의 유튜브까지 수많은 미디어에 소개되었어도, 이곳이 자랑하는 것은 화려한 수식이 아닌 국밥의 기본에 충실한 맛이다. 그토록 많은 사람들의 찬사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사계절 내내 뜨끈한 국물이 생각날 때면 빠지지 않는 서울 3대 해장국집으로 이름 올리며, 숱한 경쟁 속에서도 자기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다. 오래된 식당들이 하나둘 사라져가는 서울에서, 반백 년 넘게 이어진 노포의 생명력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다.

 

손때 묻은 국밥 그릇과 닳은 숟가락들, 벽 한편에 빼곡한 옛 사진들은 그저 세월의 장식이 아니다. 그것들은 변하는 세상 속에서 변하지 않는 가치를 지켜온 한 식당의 자부심이다. 마지막 한 입까지 개운하게 비워낸 해장국 그릇을 앞에 두고 있으면, 마치 어머니의 품처럼 따뜻하고 든든한 무언가가 마음속까지 채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서울 동대문의 ‘어머니대성집’, 그곳에 가면 누구나 진정한 노포의 맛과 마주하게 된다. 도시의 속도에 지친 발길이 자연스레 찾아드는 이 오래된 식당에서, 오늘도 어김없이 어머니의 손맛과 함께 우리의 속이 달래지고 마음마저 풀어지고 있다.

 

 

▲상호: 어머니대성집

▲주소: 서울 동대문구 왕산로11길 4

▲영업시간: 화-토 24시간 영업(오후 3시~6시 브레이크타임), 월요일은 오후 6시 오픈

▲추천메뉴와 가격: 해장국 1만4천원, 소고기모둠수육 4만5천원, 육회비빔밥 1만7천원

▲식신 규슐랭님의 리뷰: 용두동 쪽으로 더욱 깔끔하게 이전 오픈한 어머니대성집 강남엔 영설설렁탕 강북엔 어머니대성집이란 말이 있을정도로 24시간 해장국으로 애주가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우거지 듬뿍 들어간 해장국도 좋지만 고소한 맛 가득한 육회비빔밥이 진정한 힘숨찐 수육,등골도 한잔 걸치기 좋은 술안주

  • 어머니대성집

    서울-강북-고려대/성신여대/돈암동, 해장국/국밥/육개장 > 한국음식
    출처 : kke63님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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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7년부터 3대째 대를 이어 운영중인 ‘어머니대성집’. 올해 1월, 3층 규모의 건물로 확장 이전하여, 보다 넓고 쾌적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할 수 있습니다. 대표 메뉴 ‘해장국’은 직접 말린 우거지를 듬뿍 넣어 시원한 맛을 낸 국물에 콩나물, 양지고기, 선지를 푸짐하게 담아 제공합니다. 토렴 과정을 거친 해장국은 밥알 사이사이 국물이 스며들어 있어 간이 고루 배어있는 점이 특징입니다. 진득한 국물에 어우러진 부드러운 우거지와 탱글탱글한 선지의 조화가 일품이다. ‘모듬수육’, ‘육회’, ‘등골’ 등의 다양한 안주 메뉴도 준비되어 있어 애주가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메뉴 정보

    공기밥, 내장수육, 등골, 모듬수육, 소고기수육, 육 회, 육회비빔밥, 음료수, 접시불고기, 해장국

    별 인증 히스토리

    맛집 근처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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