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에 입맛을 잃기 쉬운 여름은 면의 계절이다. 그중에서도 호로록 호로록 쉽게 한 그릇을 먹기 쉬운 차가운 면 요리집은 해가 길어지는 만큼 기다리는 줄도 따라서 길어진다. 냉면, 소바, 밀면, 냉짬뽕, 콩국수, 비빔국수, 막국수, 초계탕 등 다양한 여름 면요리들이 있지만 오늘 소개할 메뉴는 바로 ‘붓카케 우동’이다.
일본의 면 요리인 우동은 밀가루와 소금, 물을 이용해 반죽후 썰어 삶는 국수로, 배합정도와 숙성, 그리고 반죽에 따라 그 식감이 결정나는데, 특히 ‘사누끼 우동’이라고 부르는 우동은 ‘족타(발로 밟는)’ 방식을 써서 쫄깃한 맛을 극대화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반죽은 굵고 매끈하게 제면해 삶아내는데, 윤기가 흐르는 면이 입 속으로 매끄럽게 들어와 쫄깃쫄깃한 식감을 선사해주어 ‘면만 먹어도 맛있는’ 그 자체가 요리가 된다. 때문에 그릇 안에서 면이 중심이 되는 요리법이 많다. 메밀국수처럼 우동을 쯔유에 찍어먹을 수 있도록 따로 내어주거나, 갓 삶은 면에 날계란을 비벼먹거나 하는 등이다.
그리고 오늘 소개하는 ‘붓카케 우동’ 또한 면의 맛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요리법인데, 쫄깃한 우동 면에 쯔유베이스의 간장 소스를 부어 먹는다. 면의 맛을 즐기는 우동이니만큼 올라가는 고명은 단출한 편인데, 업장에 따라 파, 레몬, 간 무, 간 마, 미역귀, 참깨, 튀김가루, 김 등이 주로 보인다. 요리의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풍미를 살리는 재료들이 보조 출연자로 나서는 것. 식탁위로 배달된 우동과 소스를 잘 비벼 한 입 먹으면 은은하게 달큰한 양념이 면에 달라붙어 입안이 쯔유의 풍미로 가득차고, 탱글탱글한 면을 씹어넘기는 재미가 있다. 면을 사랑한다면 올 여름이 가기 전 꼭 맛봐야할 붓카케 우동. 이번 주는 붓카케 우동으로 유명한 맛집을 소개한다.
붓카케 우동 및 자루우동 맛집으로는 분당 수타우동겐, 시청 이와니와요스케, 합정 교다이야, 신사 현우동, 서울역 오제제, 방배 묘오또, 행당시장 야마타니, 남가좌 가타쯔무리, 한양대 우동가조쿠, 연희 우동카덴, 강남 우동명가기리야마본진, 서촌 히타토제면소, 목동 히노야마, 마포 우동이요이요, 선릉 잇쇼우, 숙대 미와쿠, 제주 협재 수우동, 부산 광안리 다케다야, 대전 토미야 등이 유명하다.
1. 쫄깃한 면발이 본토의 맛을 재현하는, 분당 ‘수타우동 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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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재일교포 1세대로 시작한 우동 전문점으로 현재는 박봉수 오너셰프가 2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소금과 물, 밀가루로 만든 반죽을 충분히 숙성시켜 쫄깃한 맛의 면발을 만든다. 면이 맛있기 때문에 수타면의 식감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붓가께나 자루우동을 추천하기도. 면의 식감은 살짝 단단하면서도 떡처럼 쫀득쫀득하며 씹을수록 고소한 풍미가 감돈다. 면 이외에도 육수나 소스, 튀김 등 모든 재료를 수제로 만든다. 붓가께 우동이 유명한 만큼 종류가 다양하다. 가라아게, 덴뿌라, 명란, 찌꾸다마(반숙계란튀김과 어묵튀김) 등 다양한 토핑 중 골라 먹을 수 있다. 새콤한 산미와 짭쪼름한 맛의 소스가 면과 튀김 모두와 궁합이 좋다.
▲위치: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로 72
▲영업시간: 매일 11:00-20:00 (B·T 15:00-17:00)
▲가격: 가라아게 붓가께 1만3000원, 덴뿌라 붓가께 1만3500원, 명란붓가께 1만3000원
▲후기(식신 500188): 다닌지 3년정도 되었는데 예전보다는 덜하지만 여전히 맛있습니다. 과거에 반숙튀김이 정말 훌륭했는데 지금은 완숙에 가깝게 나와서 아쉽네요. 부카게나 냉우동을 드시면 면빨의 진수를 느낄 수 있고 튀김을 곁드린 우동은 국물에 젖은 튀김맛이 좋습니다.
2. 맛있는 면을 위한 인고의 시간, 신사 ‘현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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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역 인근에 위치한 박상헌 셰프의 우동 전문점. 면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면이라는 철칙하나로 맛있는 면을 위한 인고의 시간을 매일 반복한다. 두번의 반죽과 두번의 숙성을 거치는 일본 현지 정통 방식을 따라 만든 면은 쫄깃하면서도 은은한 단맛이 일품. 대표메뉴는 ‘덴푸라 붓카케’우동으로 새우와 채소튀김을 곁들여 쯔유와 비벼먹는 냉우동이다. 갓 삶은 면을 얼음물에 넣고 수축시키기 때문에 매끈하면서도 탄력있는 식감과 부드러운 목넘김을 가졌다. 쯔유가 너무 짜지 않으면서도 풍미가 깊은 편. 테이블 위에 준비된 깨를 갈아 넣으면 고소한 맛이 배가 되어 더욱 맛있다. 명란을 넣고 전분을 풀어 걸죽한 점도로 만든 국물에 계란을 얇은 막처럼 푼 ‘멘타이코앙카케 다마고토지 우동’도 다른 곳에서는 맛보기 어려운 별미로 인기가 좋다.
▲위치: 서울 강남구 논현로149길 53
▲영업시간: 매일 11:30-21:30 (B·T 15:00-17:30) 매주 일요일 휴무
▲가격: 덴뿌라 붓카케우동 1만4000원, 멘타이코앙카케 타마고토지 우동 1만5000원, 토리텐 붓카케우동 1만3000원
▲후기(식신 과자는홈런볼): 나 여기 있어요라고 강하게 외치듯한 개성 넘치는 면발이 우동을 중심을 잡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생활의 달인 출신의 우동의 달인이 직접 면을 뽑아서 그런지 면이 살아있고 생생한 느낌을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