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가을이면 고개를 숙인 벼이삭들이 넓은 들판을 황금으로 물들인다. 영글대로 영근 벼들은 추수를 거쳐 우리들이 먹는 맛있는 쌀을 내놓는다. 그렇다면 추수가 끝난 볏짚은 어떻게 되는 걸까? 농경시대부터 우리는 ‘쌀’을 주식으로 삼아왔기 때문에 매년 추수 후에는 상당한 양의 볏짚이 남게되는데, 이 볏짚은 아주 요긴한 아이템으로 변신한다. 예전엔 짚풀을 꼬아 모자나 망태기 등 사용하는 거의 모든 제품을 실 대신 만들었고 지금도 공예를 다루는 곳에서 종종 볼 수 있다. 곧 겨울을 맞는 가축들의 보온재로도 활용하고, 집에서는 메주나 청국장을 띄울 때 쓴다.
그중에서도 볏짚에 불을 놓아 강한 화력에서 음식을 구워내는 ‘짚불구이’는 꼭 한 번 맛봐야 하는 음식이다. 예전에는 추수 직후의 별미였다면, 요즘은 한달가량 버석하게 잘 말려 유통하니 짚불구이를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에서 쉽게 맛볼 수 있다. 잘마른 볏짚은 불이 붙으면 순간 화력이 정말로 대단하다. 천장까지 치솟는 불길을 구경하는 것 만으로도 얼굴이 익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 이 불길에 돼지고기나 장어, 생선을 올려 구우면 식재료의 기름방울과 만나 볏짚향이 음식에 스며든다.
여기에 전문가의 손놀림이 더해져 불길 위에서 맛있게 구워지는 음식들을 보고 있노라면, 요즘 핫플들에서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마치 장난 같이 느껴질 정도다. 시골스러운 러스틱 감성, 화려한 불쇼 퍼포먼스, 타닥타닥 볏짚이 타올라 만드는 절정의 훈연향까지. 이번 주는 이맘 때 방문하기 딱 좋은 짚불구이로 유명한 맛집을 소개한다.
1. 전국에서 손님 몰려오는 불맛의 고향, 무안 ‘두암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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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무안의 한적한 시골 마을에 위치한 ‘두암식당’. 1950년 들녘의 볏짚을 이용하여 고기를 구워 먹던 걸 시작으로 70년이 넘는 세월동안 짚불 돼지 구이 요리를 내놓고 있다. 가게 밖 작은 공간에서는 쉴새 없이 고기를 구워내는 연기가 뿜어져 나온다. 대표 메뉴는 삼겹살을 구워내는 ‘짚불구이’로 약 1,000도씨에 가까운 높은 화력으로 고기를 순식간에 구워낸다. 육즙이 채 빠져나가기도 전에 익는 셈이라 야들야들한 식감에 속은 촉촉한 육즙으로 가득한 것이 특징. 여기에 짚불만이 주는 특별한 불향이 더해진다. 소스처럼 내어주는 ‘칠게장’에 고기를 살짝 찍어 먹는 것이 별미다. 고기와 어울리는 반찬이 여럿 나오는데, 그중에서도 양파김치는 톡 쏘는 맛과 함께 깔끔한 매운맛으로 고기의 기름기를 개운하게 씻어준다.
▲위치: 전남 무안군 몽탄면 우명길 52
▲영업시간: 매일 11:00-20:00 (B·T 15:00-16:00), 매주 목요일 휴무
▲가격: 짚불구이 1만6000원, 짚불목살(한정) 1만5000원, 칠게장비빔밥 5000원
2. 씹는맛이 살아있어 불향이 더 파워풀한, 무안 ‘사창짚불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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볏짚으로 고기굽는 연기가 마을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무안 몽탄면에서도 인기가 많은 식당 중 하나. 칠게를 갈아 만드는 칠게장, 양파 김치 등 인기 구성은 유지하되 반찬의 가짓수를 더 늘리고, 막창전골, 김치찌개, 국밥 등 식사류를 다양하게 준비하는 것으로 차별화했다. 국내산 1등급 생삼겹살로 굽는 짚불구이는 부드러우면서도 불향이 가득 배인 고기가 중독적이다. 살짝 두껍게 썰려있어 씹는 맛이 더 있는 편이지만, 역시나 고온에 구워낸 고기라 입에 넣자마자 사르르 사라지는 것 같은 맛이 1인분으로는 부족할 정도. 기교나 멋없이도 정갈하게 내어주는 반찬은 장아찌 외에도 나물과 멸치볶음 등 그때그때 다양하게 차려내 입이 심심할 틈이 없다. 짚불구이와 따끈한 국물을 곁들여 소주 한 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현지인들이 많다.
▲위치: 전남 무안군 몽탄면 우명길 99
▲영업시간: 매일 11:00-22:00 (B·T 14:00-17:00), 매주 일요일 휴무
▲가격: 짚불구이 1만6000원, 아나고탕(대) 6만원, 곱창국밥 9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