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남쪽 끝, 남산 자락 아래 오밀조밀한 언덕길을 따라 이어지는 동네, 해방촌. 이곳은 이미 오래전부터 서울의 대표적인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은 곳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하나둘씩 생겨난 개성 강한 숍과 식당들이 SNS를 타고 화제가 되었고, 이후 해방촌은 젊은 셰프와 예술가, 감각 있는 창업자들이 모여드는 동네가 되었다. 과거 피란민들이 모여 살던 정감 어린 골목은 어느새 서울에서 가장 유니크한 로컬 감성을 가진 거리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해방촌의 진짜 매력은 단순히 ‘유행하는 동네’라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군사시설과 미군기지 사이, 오래된 주택과 외국 간판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이국적인 풍경. 언덕을 따라 걷다 보면 세련된 디자인 속에 녹아든 오래된 삶의 흔적이 보이고, 낯선 메뉴판 안에 단골의 정이 숨어 있다. 이곳에서는 과거와 현재, 서울과 세계가 층층이 쌓이며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이번 주에는 그런 해방촌의 ‘지금’을 담아내는 맛집들을 소개한다. 트렌디함 속에서도 자신만의 뚜렷한 색깔을 잃지 않는, 오래 즐기고 오래 남는 맛의 이야기들이다. 낮과 밤, 주말과 평일 언제 가도 느긋한 이 언덕에서, 오늘은 어떤 한 끼를 만나게 될까? 이번 주에는 그런 해방촌의 개성과 철학이 녹아든 맛집들을 소개한다. 높은 언덕을 올라 만나는 한 그릇, 그 속에 담긴 자유로운 감성과 다층적인 시간의 흔적을 함께 들여다보자.
해방촌 맛집으로는 소울, 라구, 꼼모아, 에그앤플라워, 보니스피자펍, 더백푸드트럭, 자코비버거, 팟카파우, 와일드덕칸틴, 성광대도, 무니, 오리, 산솔, 사테, 타코스탠드, H5NG 등이 유명하다.
1. 자유로운 해방촌과 어울리는 프렌치, ‘꼼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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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신 컨텐츠팀 제공
프랑스에서 경력을 쌓은 김모아 셰프가 운영하는 프렌치 레스토랑. 꼼모아라는 가게 명 아래에 ‘이지 프렌치’라는 슬로건을 붙인 만큼, 클래식한 프랑스 요리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한다. 실내는 작지만 아늑한 분위기의 인테리어로 프랑스 작은 마을의 레스토랑을 연상케 하는 분위기. 오래전부터 미식가들에게 입소문이 나 있던 곳으로 어떤 메뉴를 주문해도 만족스럽지만 특히 인기가 많은 메뉴는 ‘비프웰링턴’이다. 국내산 1+ 등급의 소고기를 다진 트러플로 감싸 패스츄리에 넣고 구워낸 요리로 강한 버섯의 향과 부드러운 소고기의 어울림이 일품. 캐러멜라이징한 설탕과 아보카도를 성게알과 섞어 구운 바게트 위에 발라 먹는 ‘성게알 크림브륄레’도 와인과의 어우러짐이 좋은 메뉴다.
▲위치: 서울 용산구 신흥로 56
▲영업시간: 평일 17:30-23:00, 주말 12:00-2300(B·T 15:00-17:30), 매주 화요일 휴무
▲가격: 비프웰링턴(2인) 8만원, 성게알 크림브륄레 2만1000원, 문어리조또 3만3000원
▲후기(식신 88172914): 분위기 완전 스타일리쉬하고 멋있어요~요리도 맛있구요 ㅎ
2. 해방촌의 보석 같은 다이닝 바, ‘Ori (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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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촌 언덕길 끝자락에 위치한 아담한 다이닝 바. ‘an original idea’의 의미로 레스토랑에서 상상하고 만들어낸 고유의 무드 속에서 특별한 낭만과 기억을 제공하고자 하는 뜻을 담았다. 소금빵으로 유명한 오파토가 영업을 마치는 오후 5시부터 매장을 쉐어하여 오파토에서도 오리의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것이 독특하다. 주로 해산물을 사용한 요리들이 많은데, 재료 자체의 담백한 감칠맛과 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재료의 매력을 강조하는 요리들을 선보인다. 시그니처는 우니와 매생이를 사용한 ‘우니크림파스타’로 녹진하고 부드러운 바다 풍미가 선사하는 파워가 상당한 편. 신선한 백골뱅이로 만드는 한국식 에스까르고는 쫄깃한 식감과 재료 자체의 달큰한 맛이 일품. 바디감 있는 화이트 와인과 페어링하면 행복한 식사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단체석 뿐만 아니라 1인 혼술 손님을 위한 좌석도 마련되어 있어 언제든 부담없이 찾기 좋은 곳이다.
▲위치: 서울 용산구 신흥로12길 4
▲영업시간: 금~일 16:30-22:00
▲가격: 우니 크림 파스타 2만6000원, 백골뱅이 에스카르고 2만원, 쿠스쿠스와 오늘의 해산물 2만원
▲후기(식신 카카오초코): 분위기가 미쳤음 너어어어무 예쁘고 차분하고 고풍스럽고 데이트하기 좋아보이는 곳!! 와인도 하프보틀 있어서 좋았구 요리들도 다 맛있었습니다. 포션이 좀 작으니 여러 개 시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