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즐겨먹는 독초’. 최근 온라인 상에서 본 재미있는 글이다. 독성 단백질이 있는 아주까리 잎, 페놀성 물질이 있는 옻, 식중독을 유발할 수 있는 두릅, 식중독과 위장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원추리, 가축들도 기피한다는 고사리 등 우리네 밥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물에 대한 독성이 나열된 글이었다. 한국사람들은 이런 독초들을 끓이고 삶고 독성이 생기기 전의 어린잎만 골라 먹는 등 해박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제철 식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으니 ‘어떤 독에도 당하지 않는다는 만독불침의 민족이 아니냐’는 우스개소리도 나올 정도.
이러한 식재료의 다양성이 있는 우리나라는 요리사에게는 그야말로 천혜의 입지다. 자연과 계절을 담아내며 지역의 특산물을 활용해 다양한 조리법으로 새로운 미식을 창조한다. 또한 프렌치나 이탈리안, 일식 등 각국의 요리 기법과 접목해 더욱 다채롭게 변신하고 있는 한식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으로 현대인의 입맛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해가 점차 길어지고 있는 요즘, 노을 지는 저녁 하늘 아래서 아름다운 한식과 함께 와인을 페어링하는 시간을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 이번 주는 전통 한식의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다섯 곳의 신상 한식 다이닝 맛집을 소개한다.
1.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익어가는 레스토랑, 청담 ‘플럭스’

flux_seoul님의 공식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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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숙한 제철 식재료들을 활용해 최대치의 맛을 끌어내는 것으로 유명한 장진모 셰프의 새로운 업장. 기존 안티트러스트 자리를 새롭게 개편했다. 국내 식재료와 전통장을 활용해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낸 창의적인 한식 베이스 요리들이 준비된다. 특히 메인 중 하나인 ‘메추리’는 메추리 살을 발라 수삼과 능이버섯으로 속을 채운 뒤 홍삼벌꿀 글레이즈를 발라 제공하는 요리. 1++ 한우 구이에는 밤우엉 퓨레, 더덕 도피누아즈, 취나물을 가니쉬로 제공해 익숙한 ‘반찬’들의 변신을 목도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종류의 글라스 와인과 페어링이 준비되는데, 좋은 와인들을 들여와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고 있는 것도 좋은 점수를 줄만한 곳이다.
▲위치: 서울 강남구 선릉로162길 12
▲영업시간: 화~토 18:00 - 22:00, 일·월요일 휴무
▲가격: 디너코스 18만원
▲후기(식신 매일미식회): 음식이 아기자기 하면서도 뚜렷한 한식의 개성이 살아있어서 좋았어요. 아이디어들이 돋보이는 메뉴들이 많았고 콜키지정책도 합리적입니다.
2. 나만 알고 싶은 숨겨진 레스토랑, 신논현 '다이닝오은'

diningoeun님의 공식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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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마다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있는 컨템포러리 한식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신논현역과 논현역 사이 주택 골목가에 위치해 찾아가는 길이 조금 낯설지만 아는 사람만 찾아가는 기분이 들어 재미있다. 살짝 어두운 조도와 나뭇가지로 표현된 실내는 이국적이면서도 세련된 느낌이 가득하다. 키친이 내려다보이는 바테이블이나 단독 테이블석이 준비되어 있어 다. 이선영 헤드 셰프의 ‘발효’와 ‘숙성’을 테마로 한 8가지 제철 코스 요리들은 숲과 섬, 바다, 뿌리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곳곳을 노니는 듯한 스토리를 지녔다. 저녁 2부 타임엔 와인과 즐기기 좋은 단품 메뉴들도 준비된다.
▲위치: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85길 21-11
▲영업시간: 매일 18:00 - 02:00
▲가격: 디너코스 12만원~14만5000원, 시즈널 시푸드 2만1000원
▲후기(식신 식탐재능기부): 셰프님께서 그릇을 직접 만드셨다고 봤는데 감각이 정말 뛰어난 분인듯. 요리 구성이나 플레이팅도 흠 잡을 곳 없었습니다. 인테리어가 정말 예술적이고 고급스러운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