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땅과 함께 바다도 한껏 살찌는 계절. 꽃게, 전어, 고등어, 굴, 꼬막 등 하나하나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해산물들이 한 몸 가득 맛과 영양을 채운 채로 미식가들을 유혹하고 있다. 뼈는 연해지고 꼬소함은 절정에 달한 전어, 어떻게 먹어도 맛있는 굴과 꼬막, 숙성하여 두툼하게 썰어내는 삼치회와 달달한 녹진함이 일품이 대하까지. 조개류의 귀한 몸 가리비와 전복도 지금이 철이다. 이 외에도 거의 모든 해산물이 맛있어지는 계절이기도 해서 도미와 갈치, 고등어, 광어 등 일상에 친숙한 생선들도 가을철 풍미는 유독 깊다. 뒤늦게 바뀐 계절로 보다 오래 볼 수 있게 된 민어와 갯장어도 빼놓을 수 없다.
가을 바다의 유혹이 이 정도이니 제철 해산물 수요가 높아지는 것도 당연하다. 고깃집, 치킨집보다 횟집, 해산물 전문점이 붐비기 시작했고, 업장들은 업장들대로 가을 해산물을 조금이라도 더 합리적인 가격에 훌륭한 퀄리티로 선보이고자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상황. 운송 기술 발달로 지방에서만 한정적으로 즐길 수 있었던 어종들까지 신선 유통이 가능해지면서,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업장들의 시도 역시 전에 없이 활발해졌다. 적지 않은 업장들이 유통비 절감, 특수 어종 확보로 가격과 메뉴 측면에서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고, 이미 성공하여 합리적인 가격이나 다른 집에서는 만날 수 없는 메뉴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업장들도 있다.
특히 돋보이는 곳들은 비교적 최근에 해산물 맛집 대열에 합류한 신상 강호들. 당일바리라는 참신한 개념을 업계에 도입하여 제철 해산물을 즐기는 세대로는 뒤늦게 합류한 쪽인 젊은 층까지 완벽하게 끌어들였는가 하면,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가을철 해산물이 가성비와는 거리가 멀다는 공식을 깨보이기도 했다. 기존 횟집에 대한 인식을 넘어, 개성과 맛 다 잡은 행보로 사랑받고 있는 횟집 신흥강자 다섯 곳을 소개한다.
1. 압도적인 사이즈의 압도적인 맛, 공덕 ‘대물상회’

dd.foodie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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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동 골목 내 아늑한 공간에서 제철 해산물을 남다른 사이즈로 즐길 수 있는 집. 대물 어종을 메인으로 그날그날 좋은 재료를 더해 구성하는 코스가 대표 메뉴이자 단일 메뉴. 해산물, 도미를 예로 들면 8kg급의 초대형 대물을 사용하는 등 남다른 사이즈의 재료만 공수해 사용하며, 생선의 맛에서 사이즈의 중요함을 생각하면 그 자체로 차별화된 맛집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한 회 한 점만으로도 일반 횟집과는 차원이 다른, 남다른 살맛을 경험할 수 있는 맛집으로 추천한다. 다양한 주류 라인업과 콜키지 프리로 근방 주당들 사이에서는 이미 인기가 높다.
▲위치: 서울 마포구 새창로6길 29
▲영업시간: 매일 18:00 - 23:00, 일요일 휴무
▲가격: 오늘의메뉴 10만원
▲후기(식신 나는놀러간다): 8kg의 대광어를 직접 경험한 날이다! 손수 눈앞에서 해체하는데!! 부위별로 제공될 정도로 엄청나다. 곧이어 민어, 참돔, 혼마구로의 오도로까지...! 술이 술을 부르는 곳이다.
2. 남다른 선도와 어종의 당일바리, 을지로 '실비바 파도’

pado_silvi님의 인스타그램(공식)

pado_silvi님의 인스타그램(공식)
작고 힙한 공간에서 제대로 된 일식 안주로 이름을 날렸던 스탠딩바 덴키가 어종, 선도에 가격까지 남다른 횟감만을 취급하는 실비바로 돌아왔다. 주인장이 직접 마산, 통영으로 내려가 당일 새벽부터 공수하는 재료 위주로, 그날그날 싱싱한 해산물 메뉴를 다양하게 선보인다. 서울에서는 아예 만나보기 힘들거나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재료들까지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최상의 선도로 맛볼 수 있다. 경남 해안가 현지에서 편하게 먹는 재료들 위주로 구성되는 ‘당일바리’ 메뉴로 입문하여 보다 고급어종 위주로 준비되는 그 날의 메뉴들을 즐겨 보는 것이 주인장표 추천 코스.
▲위치: 서울 중구 수표로 42-19
▲영업시간: 매일 18:00 - 23:00, 일·월요일 휴무
▲가격: 당일바리3종 1인 2만9000원, 일품 메뉴 매일 변동
▲후기(식신 이진욱홀릭): 미리 웨이팅하시는 걸 추천드려요. 당일바리로 재료 신선함이 굿굿!!! 분위기도 좋아서 술이 술술 들어갑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