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맛집

겨울 간식의 꽃
편의점 호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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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마음먹고 자리 잡은 12월. 연말이다 보니 괜스레 몸도 마음도 통장도 더 시리다. 시린 내 마음 달래 줄..... 길은 나도 알고 싶다. 하지만 시린 내 손과 뱃속만은 따뜻하게 (또 저렴하게) 데워주는 겨울의 동반자가 있다. 호호불어 먹는 빵, 호빵. 어느 순간 편의점 한 자리를 떡하니 차지하고 있는 호빵 찜기를 보면 “아, 이제 진짜 겨울이구나.”하고 실감이 난다. (이 호빵이 편의점에서 사라질 때면 한 살 더... 춥다.)



많은 사람들이 호빵과 찐빵의 차이를 묻곤 한다. 예전 모 개그 프로그램에서 내린 이 애매한 문제에 대한 해답은 바로 ‘종이’의 유무. 따끈따끈할 때 바로 먹으면 찐빵, 종이를 떼고 먹으면 호빵이다.(..오호라!)


사실 호빵과 찐빵은 같은 음식이다. 해방 이후 미군의 식량 원조 차원으로 밀가루 배급이 이루어지면서 식용소다로 부풀린 빵 안에 팥이나 여러 가지 소를 넣어 쪄먹기 시작했다. 이것이 찐빵의 시작. 그러다 71년, 한 제빵 업체에 의해 “호빵”이라는 이름으로 대량생산이 시작되었고, 이듬 해 판매용찜통이 보급되면서 “호빵”의 위상은 더욱 올라갔다. 이렇게 “호빵”이라는 제품의 이름은 어느새 음식의 이름처럼 통용되기 시작했다.


[1971년 출시 된 "삼*호빵" 최초의 TV 광고]


* 실제로 “호빵”은 “뜨거워서 호호 분다”, “온 가족이 웃으며 함께 먹는다.”는 의미로 지어진 상표. 지금부터는 음식의 이름인 “찐빵”으로 표기하겠다.



10월~2월 사이에 주로 팔리는 찐빵의 누적 판매량이 작년 겨울 무려 56억 개를 돌파했다하니 겨울은 누가 머래도 찐빵의 계절. 매 년 겨울마다 1인 2.5호빵을 실천한 셈. 시장에서 파는 손 맛 제대로 든 찐빵까지 포함하면 더 될 것을 감안하여..오늘의 포스팅을 위해 필자는 인근 편의점을 털며 2년 치 찐빵을 클리어했다! 송글송글 수증기, 하이얀 김이 모락모락~ 어디 보자, 올 해는 어떤 찐빵들이 나왔나~?





1. 찐빵의 고전, 통단팥 찐빵(900원)



처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는 찐빵의 원조. 하얀 빵을 가르면 김이 모락모락 단팥 등장이오! 호호 불며 달달하고 부드러운 팥 소와 함께 한 입 베어 물면 입안에서 살살 녹는 맛은 아무리 새로운 맛이 등장해도 다시금 찾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무슨 말이 필요하랴, 누구나 아는 달콤, 고소 그 맛!



2. 찐빵의 양대 산맥, 야채 찐빵(1,100원)



팥 찐빵밖에 없던 시절, 지금은 너무나도 친숙한 야채 찐빵은 담당자가 요리학원 등록, 일본연수까지 감내할 만큼 야심작이었다. 한 마디로 생각보다 역사가 깊은 찐빵이라는 말씀. 원가의 부담을 안고 출시했다하니 팥 찐빵보다 제조 단가는 조금 센 듯..? 그래서 200원 비싸다! 야채 만두 소와 비슷한 맛으로, 뭔가 초록빛을 띄는 외형과 “야채”라는 이름 덕분인지 건강해지는 기분. 담백한 찐빵과 꽤 푸짐하게 들어있는 짭쪼롬한 야채 소의 조화가 롱런의 비결일 듯!



3. 찐빵의 신세계, 피자 찐빵(1,100원)



유통업계에서는 단팥, 채소와 더불에 3대 찐빵으로 꼽히는 피자 찐빵. 그만큼 인기 메뉴라는 뜻. 언제부터 출시되었는지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초딩 시절 학교 앞 슈퍼에 진열된 주황색 찐빵을 보고 열광했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에는 허니 버터칩과 순하리 유자맛 초기 출시 당시 만큼이나 구하기 힘들었던 귀한 몸. 피자 찐빵은 정말 부드러운 빵에 얹어먹는 피자빵 맛이다. 소스의 맛과 향이 강해 상대적으로 오감자극이 강한 찐빵. 예전에는 약간의 치즈도 보였던 듯 한데.. 맛은 비슷하나 단가 때문인지 치즈는 보이지 않고 속이 꽈~~~악 차있지는 않아 아쉬웠다.(편의점에서 너무 오래 데우셨나...)



4. 찐빵 계의 신생아, 순우유 찐빵(1,000원)



2014 & 2015년 겨울 시즌에 출시된 따끈따끈한 신제품이다. 여섯 번째 들어간 편의점에서 겨우 득템! 판매하시는 분의 얘기에 따르면 요즘 가장 핫한 찐빵이 바로 이 우유 찐빵이란다. 포장을 뜯어 찜기에 넣고 데우는 순간부터 금새 완판 된다고. 이 우유 찐빵은 빵 반죽에서부터 우유가 들어간다. 유기농 우유와 쌀가루로 반죽하고 연유 커스터드로 속을 채워 정말 하~얗다. 한 입 베어 물면 입 안에 연유의 향이 가득 퍼진다. 쫄깃하고 고소한 빵과 함께 너무 달지 않고 딱 좋은 정도. (“달달한 편”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지도..?) 빵 덕분에 입안에 크림 특유의 잔여감이 남지는 않는다. 평소에 커스터드 푸딩, 유제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당분간 이 우유 찐빵의 매력에 포~옥 빠질 듯.



5. 찐빵인 듯 찐빵 아닌 찐빵 같은 너1, 매콤 사천왕만두(1,200원)



왜 갑자기 만두냐고? 외관으로는 찐빵과 똑같이 생겼다! 그리고 찐빵 크기에 찐빵 찜기 안에서 찐빵과 함께 모락모락 데워지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함께 소개한다. 피자 찐빵과 비슷해보이지만 사천왕만두에는 복숭아처럼 뾰족한 꼬다리(?)가 있다. 이 모양만 빼면 사실 전혀 만두스럽지 않다. 빵의 질감도 찐빵에 가깝다. 고기 맛이 꽤 많이 나는 사천왕만두는 자극적인 소 때문인지 빵에서 살짝의 단맛이 느껴진다. 매콤한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강력 추천! 첫 맛은? 살짝 매콤. 하지만 사천의 이름을 사용하기에는 약간 실망. 두 입 째는? 조금 매운 듯. 거의 다 먹을 때 쯤이면? 맵다! 처음부터 올라오는 매콤함이 아니라 서서히 강해지는 매운 맛! 속 쓰릴 정도는 아니니 안심은 하되, 매운 것을 못 먹는 사람이라면 입가심용으로 다른 찐빵과 함께 먹을 것을 권한다. 입가심을 할 경우 입 안의 매운 맛은 빨리 사라지는 편.



6. 찐빵인 듯 찐빵 아닌 찐빵 같은 너2, 담백 왕만두(1,200원)



사천왕만두와 형제 라인. 고로 왕만두도 찐빵스럽게 생겼다. 그리고 빵의 질감도 포실포실하니 찐빵스럽다. 사천왕만두와 같은 업체의 제품이라 그런지 빵에서 역시 살짝의 단맛이 느껴진다. 단, 인위적인 단맛이 아닌 살짝의 달달함.(실제로 내 옆 자리의 직원은 잘 모르겠단다. 하지만 나는 미각 예민녀니까!) 소는 일반 왕만두 소와 비슷한데 찐빵 질감으로 만두피보다 두툼해서 그런지 조금 더 강한 향과 맛이 난다. 야채 찐빵과 비슷하지만 조금 더 후추 향이 강하고 두툼한 당면이 들어있는 등 내용물의 크기가 조금 더 커서 씹히는 맛을 더 느낄 수 있다.(크기에 따른 식감은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듯) 속이 꽤 알차다. 이것이 100원의 차이인가? 배가 고프진 않지만 가볍게 먹을 간식을 원한다면 야채 찐빵을, 조금 출출할 때는 왕만두를 추천한다.



편의점에서 손쉽게 맛 볼 수 있는 찐빵이 아니라, 직접 찌거나 전자레인지에 돌려먹을 노동력 투자(?)를 할 각오가 되어있다면 마트나 온라인 샵을 방문해보자. 숙찐빵, 곰취찐빵, 흑미쌀찐빵 등 훨씬 다양한 찐빵을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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