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터줏대감에서 한류의 첨병이 된 전설의 칼국수

서울 명동의 한복판,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이는 거리 한 켠에 반세기 전통의 국숫집 ‘명동교자’가 자리하고 있다. 실내는 외국인 관광객부터 단골 시민들까지 한데 어우러져 늘 시끌벅적한데, 이런 풍경이 곧 이 집의 역사다. 1966년 서울 수하동의 작은 한옥에서 시작해 1969년 명동으로 터전을 옮긴 이 노포는, 칼국수 하나로 명동의 맛집 지도를 다시 쓴 주인공이다. ‘장수장’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가게는 명동 입성 후 ‘명동칼국수’로 이름을 바꾸었고, 동명의 다른 업소들이 난립하자 1978년에 현재 상호인 ‘명동교자’로 변경했다. ‘교자’는 만두를 뜻하는 말로, 칼국수와 더불어 이 집의 또 다른 주력 메뉴를 가리킨다.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칼국수와 만두로 대한민국 관광 필수코스로 한류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는 명동교자. 이집이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독특한 맛인데 계속 생각나네”

지금의 명동교자를 만든 ‘칼국수’는 일반적인 칼국수와는 조금 다른 맛과 모양새를 가지고 있다. 우선 뽀얀 국물 위로 볶은 양파와 다진 고기, 그리고 작은 만두 네 알이 떠있다. 가장 눈에 띄는 만두는 전통 음식 ‘변씨 만두’ 조리법을 응용해 개발한 것으로 밀가루 피에 고기소를 넣어 모가 나게 빚은 전통 만두를 중국식 완탕 형태에 접목해 반달 모양으로 만든 일종의 미니 물만두다. 한 입에 호로록 먹기 좋은 사이즈라 부담이 없으면서도 국수와 만둣국이 합쳐진 듯한 푸짐함을 선사한다.
또한 칼국수 위에 얹는 고명은 수십 년간 연구한 끝에 완성한 것으로, 양파와 버섯 등을 센 불에 숨이 죽을 때까지 볶아 국물에 살짝 탄 듯한 향미를 더해 준다. 국물에서 은은히 풍기는 불맛과 마늘향이 어우러져 묘한 중독성을 띠는 것도 그래서다.
육수는 묵직하면서도 깊은 감칠맛이 느껴지는데, 일반적으로 칼국수에 멸치 육수나 사골 육수를 많이 쓰는 데 비해 이 집은 닭육수를 고집하여 국물을 끓여낸다. 덕분에 국물 맛이 구수하고 깊으며 닭고기의 감칠맛이 국수발에 배어 있다. 특히 면을 따로 삶지 않고 육수에 직접 넣어 익혀 내는 ‘제물국수’ 방식을 고수하는데, 이렇게 하면 육수의 진한 성분이 면에 스며들고 국물 또한 걸쭉해진다. 다만 흔히 면을 삶을 때 쓰는 밀가루 덧가루를 쓰지 않아, 국물이 진하면서도 텁텁하지 않고 끝맛이 깔끔하다. 면발은 부드럽고 촉촉하면서도 씹는 맛이 쫄깃해 오래도록 질리지 않는 담백함이 있다.


명동교자의 만두(교자) 역시 칼국수 못지않은 주연급 조연이다. 얇은 피 안에 다져 양념한 돼지고기와 부추, 각종 채소를 꽉 채워 동글동글하게 빚은 찐만두로, 한 입 베어물면 육즙이 풍부하게 배어나온다. 만두피는 속이 비칠 정도로 얇고 말캉해서 목넘김이 좋으며, 고기와 참기름의 고소한 향이 입안을 감돈다. 한 접시에 10개 정도가 나오는데, 칼국수 국물에 살짝 적셔 먹거나 비빔국수와 곁들이면 궁합이 좋다. 매장에서 먹다 보면 주변 손님들 대부분이 칼국수에 만두 한 접시를 추가 주문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인기 메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