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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식당 로드 제 19화
황성 얼큰오징어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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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식당 로드

제 19화

황성 얼큰오징어찌개


흔히 ‘기사식당’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돼지불백이나 돈가스 등의 음식을 팔면서 가게 앞에 여러대의택시가 늘어선 식당이 먼저 떠오른다. 택시들이 쉴 새 없이 들락거리고, 주문과 동시에 빠르게 스테인리스 사각쟁반에 가지런하게 세팅되어 배달되는 음식들.. 그리고 종이컵에 담긴 달달한 믹스커피 하나를 챙겨들고 가게 밖에서 담배를 한 대 태우시는 기사님의 모습 같은 것들이 줄줄이 떠오른다.


그런데‘기사식당=택시기사를 위한 식당’이라는 생각을 깬 곳이 있다.공사장이나 부둣가에 위치한 식당이다. 화물트럭을 운전하는 기사님이나 선박을 운전하는 항해사도 한 끼 식사는 해야하고 그들을 위한 식당이 있기 마련이다.


보통 공사장에 위치한 식당은 일명 ‘함바집’이라고 부르며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수 년까지 인부들과 화물차 기사님들의 식사를 책임진다. (함바집은 일본어를 어원으로 하므로 ‘건설현장식당’으로 부르는 것이 더 옳다.) 그리고 작은 부둣가가 아닌 큰 항만에는 수 년 단위로 계약한 내부 식당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가 학창시절에 그랬던 것과 같이 보통 나가서 먹기 일쑤다. 해서 항만 인근에도 작은 식당들이 옹기종기 모여있기 마련이다.


인천의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월미도로 넘어가는 골목에도 기사식당 몇 곳이 줄을 지어 있다. 대략 열댓개 정도 된다. 인적이 드문 지역이라 차가 뜸해 주차가 용이하고, 인천 제8부두 앞에 위치한 탓에 항만직원들의 출입도 쉬운 자리다. (주물럭으로 유명한 형제식당도 이곳에 위치한다.) 대부분 허름해서 언뜻보면 문을 연 것인지 몇 해전 문을 닫고 폐업한 가게인지 분간이 안 가는 곳도 있기는 한데, 제법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오늘 소개할 식당은 이곳에서 28년동안 영업을 하다 본점은 지난달 아쉽게도 문을 닫고, 4년전부터 2호점으로 운영하던 용현동점에서만 손님을 맞고 있다. 예전과 달리 크고 깨끗해진 매장이지만, 기사식당만의 고유한 느낌을 풍기는 부분이 보여 설핏 미소 짓게 된다. 처음 가게를 시작한 사장님과 그 가족이 지금도 계속 음식을 만들어내고 있으므로 맛에 대한 걱정은 접어두어도 된다.


ㅣ마치 카페 같은 외관


ㅣ넓은 실내


ㅣ밑반찬


ㅣ메뉴판


ㅣ사장님의 무기(?) 3종 세트


본점에서는 ‘황성기사식당’이라는 이름으로 돼지불백과 함께 각종 찌개류를 팔았는데, 이집이 유명해진이유는 바로 오징어를 넣고 끓인 오징어찌개 덕이다. 오징어는 우리가 즐겨먹는 식재료 중 하나지만, 찌개의 주인공으로 만나볼 수 있는 식당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때문에 찌개의 맛을 예상할 수 없는 점도 재미있는 포인트 중에 하나다.


식당에 방문하면 여느 기사식당처럼 밥을 비벼 먹을 수 있는 양푼과 함께 금세 찌개가 등장한다. 오징어, 쑥갓, 콩나물, 양배추, 두부 등이 들어있다. 그런데 모양이 좀 요상한 것이 국물이 다소 허여멀건(?)하다. 과연 맛있는 찌개의 맛이 나올지 궁금해하고 있던 찰나 사장님이 정체불명의 통이 담긴 쟁반을 들고 나타나더니 대뜸 ‘맵게요? 보통이요?’하고 묻는다.


보통 매움의 정도를 물어보는 식당의 경우, ‘맵게’를 선택하면 지옥을 경험할 확률이 높다. 이런 경험이 종종 있는 나는 이 질문에 지레 겁을 먹고 “보통이요”하고 소심하게 말한다. 그러자 다진 마늘 2 숟가락과 함께 곱게 갈린 고춧가루와를 후추를 살살 뿌려넣고 홀연히 사라지신다. 뿌려진 고춧가루를 보니 이제야 국물색이 제대로 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자 이제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ㅣ오징어 찌개 2인분(1인분 7,000원)


ㅣ양념 투하~


ㅣ보글보글~


ㅣ한 국자 크게 떠서


ㅣ그릇에 덜어 먹습니다!


찌개가 보글보글소리를 내면서 끓으면 적당히 불을 줄이고 본격적으로 먹을 준비를 한다. 냉면그릇보다는 조금 작고 국그릇보다는 큰 스텐기에 찌개를 넉넉하게 덜어 한 수저 맛본다. 칼칼한 국물맛과 함께 오징어 특유의 달짝지근하고 시원한 맛이 진하게 난다. 맛있다!

찌개에는 오징어가 넉넉하게 들어있는데, 생물이 아닌 냉동을 사용한다. 생물 오징어의 탱글탱글한 맛을 기대했던 나에게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다. 하루동안 소화하는 오징어의 양이 많은만큼 대량으로 구입해 자체 냉동창고에 보관했다가 사용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해가 가긴 하면서도 슬쩍 드는 아쉬운 마음은 감출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찾는 이유는 시원하게 속을 풀어주는 이 국물 때문이다. 밥 따로 찌개따로 조금씩 맛보다가, 찌개에 밥을 척 말아넣고 슥슥 비벼본다. 짠맛이 밥과 함께 섞이면서 알맞은 간이 된다. 찌개가 맛이 좋아 반찬에는 손이 별로 가지 않는다. 그런데 나에게는 매운 정도가 딱 적당했는데, 동행인은 이것보다 조금 더 맵게 먹고 싶단다. 양념을 더 추가해가면서 맵기를 조절하는 방식이니 매운 정도를 가늠하기 어렵다면 처음엔 ‘보통’을 주문했다가 모자랄 경우 양념을 더 추가하면 된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힐 정도로도 조절이 가능하다.

이곳은 오징어찌개 말고도 돼지고기를 넣어 함께 끓여먹는 섞어찌개도 있는데, 고기가 들어가 오징어찌개보다 조금 더 구수한 국물맛이 난다. 시원한 국물맛을 원한다면 오징어찌개, 푸짐하고 진한 국물맛을 원한다면 섞어찌개를 선택하면 된다.

ㅣ따로 먹어도 좋고


ㅣ밥을 말아 먹어도 좋습니다.


ㅣ시원한 국물


ㅣ밥을 척척 말아 한 입~


밥 한공기를 다 말아먹었더니 배가 너무 불러 수저를 내려놓았는데, 주변을 살펴보니 라면 사리를 넣어 먹거나 남은 양념에 밥을 볶아 먹기도 한다.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부른 배를 통통 두드리면서 자판기 커피를 하나 뽑아들고 가게를 나선다. 비가 오는 날이나 해장을 하고 싶은 날 생각날만한 곳.


*SD카드 오류로 사진의 질이 일정하지 못한 점 양해를 구합니다.


식신의 TIP

• 주소: 인천시 남구 용현동 630-27

• 메뉴: 오징어찌개∙볶음, 섞어찌개∙볶음, 돼지불백 모두 7,000원

• 영업시간: 오전 10시 ~ 오후 10시 (둘째, 넷째주 일요일 휴무)

• 밥 추가: 1,000원

• 자판기커피: 무료

• 주차공간:7대




  • 황성얼큰오징어찌개

    인천-미추홀구/주안/인하대, 전골 > 한국음식
    출처 : 식신 컨텐츠팀 제공
    출처 : 식신 기사식당로드
    출처 : 식신 기사식당로드
    출처 : 식신 기사식당로드
    출처 : 식신 기사식당로드
    오징어찌개 전문점. 메뉴로는 오징어찌개, 오징어 볶음, 섞어 찌개, 섞어 볶음, 해물탕, 닭도리탕 등이 있다. 오징어, 미나리, 콩나물, 양배추, 파, 두부 등이 들어간 오징어 찌개가 인기메뉴. 맵기 조절이 가능하며 맵게 주문할시 고춧가루와 후추, 다진마늘을 더 넣어준다. 섞어 찌개는 돼지고기를 함께 넣어 끓여 먹는 것. 찌개 떠먹는 그릇이 따로 나오며 밥을 비벼 먹을 수 있다. 메뉴는 포장가능하다.

    메뉴 정보

    "오징어(찌개, "섞어(찌개, 돼지불백, 갑오징어볶음 소, 갑오징어볶음 중, 갑오징어볶음 대, 떡/치즈/고구마/단호박 추가, 볶음밥 야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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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집 근처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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