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미가 먹고 싶을 때 생각나는 가오리. 한번 그 맛에 빠지기 시작하면 생각만으로도 침이 절로 고이는 마성의 메뉴다. 우리는 보통 긴 꼬리를 가지고 있으며 넓적한 이 생선을 가오리라고 부르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우리나라 연안에서 잡히는 가오리는 지역에 따라 홍어, 간재미가 혼용되어 사용되어 왔는데 국립수산과학원은 이 가오리들의 유전자 정보 분석을 통해 간재미와 상어가오리의 명칭을 ‘홍어’로 통일시켰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홍어하면 생각나는 대표 지역 ‘흑산도’에서 잡히는 가오리는 이 상어가오리와는 다른 종이라 ‘참홍어’라는 다른 이름을 붙였다고. 홍어는 둥그스름하면서도 주둥이 끝이 길쭉한 반면, 참홍어는 모양 자체가 조금 더 마름모꼴로 각져있고 주둥이가 뾰족한 것이 모양에서부터 조금 차이가 있다.
오늘 소개하는 별미는 홍어도 아니요, 참홍어도 아닌 노랑가오리라고도 부르는 ‘황가오리’다. 1미터가 넘는 대형 가오리 종으로 노란 빛의 배를 갖고 있어 이름이 붙었다. 여수 인근 남해부터 서해 남부를 중심으로 서식하며 따뜻한 물에 사는 어종이라 봄에 수온이 오르기 시작하면 우리나라 연안에서 잡히기 시작한다. 이 황가오리는 가오릿과 중에서도 최고급으로 손꼽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맛에 있다.
황가오리는 보통 회, 찜, 탕 등으로 요리해 먹는데 홍어와는 달리 삭히지 않고 두툼하게 쓸어 회로 먹는다. 연골쪽을 같이 썰어 식감이 꼬득꼬득하면서도 차지다. 마치 육사시미 같은 느낌의 식감이다. 이 별미는 삭혀 먹는 음식이 아니기 때문에 제철이 지나면 맛보기가 쉽지 않다.
황가오리를 맛본다면 반드시 먹어야 할 별미가 바로 ‘애’다. 애는 간을 뜻하는 순우리말인데 보통 ‘애가 타다’, ‘애간장이 탄다’ 등을 말할 때 쓰는 애가 바로 이 애다. 주로 생선의 간을 애라고 많이 부른다. 아구 애(안키모)나 홍어애로 보통 접하게 되는데, 노랑가오리의 애는 이들보다 조금 더 녹진하고 뒤끝의 풍미가 고소하다. ‘황가오리’라는 이름처럼 애 또한 노란빛을 띄어 보기에도 참 먹음직스럽다. 가오리 애는 참기름이나 깨소금에 살짝 찍어 맛보는 것을 추천한다. 황가오리가 잘 잡히는 전라 지역의 주민들은 이 애를 맛보고 싶어 애간장이 탄다고 하는데, 먹다보면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된다.
겨울이면 물량이 적고, 날이 너무 더워지면 신선한 애를 취급하기 어려우니 사실상 짧은 봄철에만 이 진미를 만날 수 있다. 사시사철 먹을 수 없어 더 애간장이 타는 바다의 보물 황가오리. 이번 주는 새로운 미식의 세계로 인도할 황가오리회 맛집 다섯 곳을 소개한다.
1. 황가오리회 초심자에게 적극 추천할만한, 고흥 ‘도라지식당’

defacto_realities님의 인스타그램

defacto_realities님의 인스타그램
전남 고흥에 위치한 로컬 맛집으로 황가오리회를 전문으로 하는 만큼 원물부터가 좋은 곳이다. 고흥군에서 선정한 고흥 9미 맛집으로도 꼽히는 등 인기가 많아 아담한 가게가 늘 북적이니 방문 전 미리 전화문의를 하는 것을 추천한다. 처음 방문하면 사장님이 황가오리회 먹는 방법을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깻잎장아찌 위에 밥을 조금 올린 뒤, 기름장에 찍은 황가오리회 한 점과 마늘, 고추를 올리고 특제 쌈장을 조금 넣어 싸먹으면 된다. 쫀득한 맛과 감칠맛 넘치는 깻잎장아찌가 환상의 호흡을 자랑한다. 노란빛깔부터 먹음직스러운 애도 신선하면서도 크리미한 맛이 살아있다. 병어조림이나 서대회무침 등 다른 메뉴도 여럿 갖추고 있는데 손맛이 좋아 어떤 메뉴를 주문해도 모자람이 없다.
▲위치: 전남 고흥군 고흥읍 여산당촌길 4-2
▲영업시간: 매일 12:00 - 24:00
▲가격: 황가오리 3만원~5만원, 계절사시미 3만원, 서대회 3만원
▲후기(식신 자연미인): 이 진미를 먹기 위해서 고흥까지 올만한 가치가 있다. 거의 육사시미하고 비슷한 식감이다. 깻잎지가 대박인데 전혀 짜지않고 감칠맛이 넘쳐서 가오리회 한 접시를 순삭하게 만드는 매력!!
2. 황가오리 요리 외길을 걷는 곳, 영광 '노랑가오리식당'

jinoo_kim님의 인스타그램

jinoo_kim님의 인스타그램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제철 음식 전문점. 노랑가오리식당이라는 가게 이름 답게 황가오리 회를 비롯한 황가오리찜, 황가오리탕을 맛볼 수 있다. 이집은 최소 20kg가 넘는 원물을 공수하기 때문에 살밥이 두툼한 가오리를 만날 수 있다. 황가오리회는 마치 붉은 빛깔이 육사시미처럼 보이는데, 맛도 비슷한 것이 특징. 친절한 사장님께서 먹기 전 초장, 쌈장, 청양고추를 섞어 노랑가오리회를 위한 막장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신다. 맛의 고장 남도 식당답게 열가지가 넘는 반찬들이 나와 마치 한정식같은 한 상이 펼쳐지는 것도 장점. 노랑가오리 이외에도 염소로 만드는 수육, 탕, 토끼탕 등 쉽게 맛볼 수 없는 별미들이 가득하다.
▲위치: 전남 영광군 영광읍 신남로 156-1
▲영업시간: 매일 11:00 - 21:30, 2·4째주 토요일 휴무
▲가격: 노랑가오리회·찜·탕 4만~6만원
▲후기(식신 슈가예스플리즈): 홍어 좀 먹어봤다 싶은 저였는데 노랑가오리라는건 생전 처음 들어봐서 넘 신기했거든요. 이건 삭히지 않아서 남녀노소 모두 먹을 수 있을 것 같구, 찜은 살밥 두툼해서 약간 갈비찜 같은 느낌도 들어요 ㅋㅋ 애는 정말 맛이 독특하네요. 좀 비릿하면서도 크리미한 맛이 말로 표현할 수가 없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