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날, 좋은 사람
완연한 봄 날인가 싶더니 벌써 여름이 오려나 봅니다. 급격히 높아진 기온 탓에 꺼내두었던 봄 옷을 다시 옷장 안으로 밀어 넣으며 ‘그세 봄이 없어졌나봐’하고 울상을 지어봅니다. 그럼에도 거리를 나서면 마주하게 되는 반짝이는 햇살과 살랑이는 바람. 흔들리는 초록빛 나뭇잎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웃음 짓게 만드는 풍경입니다.
그래서 인지 요즈음 경복궁과 광화문 일대는 한복을 입은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외국인 내국인 할 것 없이 알록달록 색색깔의 한복을 입고 데이트를 즐기는 모습은 궁이랑도 참 잘 어울립니다. 한복을 입은 이들에게는 궁을 무료로 개방한다고 하니 고즈넉한 궁에서의 이색 데이트를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입니다. 평소와는 다른 모습으로 어여쁜 사진도 남기며 따사로운 날씨 속 여유를 만끽해보면 어떨까요.
넓은 궁을 돌아본 후 허기진 속은 식신이 든든하게 채울 수 있도록 맛집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카페와 같이 아기자기한 분위기의 아담한 스시집부터 고급스러운 멋이 있는 차이니즈 레스토랑, 정통 일본식 돈가스를 맛볼 수 있는 돈가스 전문점까지. 좋아하는 사람과의 맛있는 한 끼를 위해. 우리 한번, 제대로 먹어봅시다.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아래에 위치한 중식 레스토랑 '친니'
탱글탱글한 새우살이 씹히는 '멘보샤'
촉촉하고 도톰한 돈가스 한 입
이번에는 덕수궁을 둘러본 후 방문하면 좋을 맛집을 소개해드리려합니다. 푸르른 잔디와 시청광장 옆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만날 수 있는 덕수궁은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에도 예쁘지만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계절에도 너무나 매력적입니다. 시청-덕수궁-청계천으로 이어지는 산책코스나 낭만적인 분위기의 덕수궁 돌담길은 커피 한잔을 손에 들고 느긋하게 걷기에도 좋습니다.
정통 일본식 돈가스 '안즈'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걸어 도착한 곳은 정통 일본식 돈가스를 맛볼 수 있는 을지로의 ‘안즈’입니다. 일본 후쿠오카에 본점을 둔 곳으로, 고기와 채소를 제외한 모든 재료를 일본에서 공수해와 사용하는 곳입니다.
식전에 제공되는 양배추 샐러드는 마요네즈와 일본식 깻잎으로 만든 향긋한 시소소스와 상큼한 유자소스 두 가지로 즐길 수 있습니다. 안즈의 대표 메뉴는 부드러운 육질로 입안에서 퍼지는 육즙과 씹히는 식감이 일품인 ‘안심 돈가스’와 7일간의 숙성기간을 거친 ‘등심 돈가스’입니다. 평소 맛보던 돈가스에 비해 튀김옷이 덜 바삭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빵가루 자체를 부드러운 것을 사용하며, 고기 자체의 적절한 기름기가 살아 있어 돼지고기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부드러운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안즈의 대표메뉴 '안심 돈가스'
도톰한 두께마저 바람직한 안즈의 돈가스를 먹고 든든해진 몸과 마음으로 다시 나선 을지로. 가벼운 발걸음으로 서울의 반을 돌아다녀 봅니다. 다시 출출해질 쯤엔 명동의 길거리 음식들이 모여있는 골목으로 향합니다. 뚜벅이의 묘미란 이런 것이겠죠. 가끔은 시끌벅적 많은 사람들의 기운이 힘이 될 때도 있거든요!
서촌 끝자락에 위치한 스시카페
왼쪽으로는 광화문, 오른쪽으로는 통인동이 위치한 ‘서촌’은 이른바 나들이의 중심지라고 할까요. 주변에 볼 것도 놀 것도 많은 곳이어서 그런지 날씨가 좋은 날에는 유독 붐비는 곳이기도 합니다. 특히 요즘 들어서는 서촌의 골목 골목에 분위기있는 카페들이 많이 생겨나면서 20대의 방문자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서촌에 위치하고 있는 '박광일 스시카페'
서촌 특유의 고즈넉함이 묻어나는 카페와 옛스러운 간판의 상점들을 지나면 정갈한 한옥집 모양의 아담한 ‘박광일스시카페’를 마주할 수 있습니다. 카페처럼 아기자기하고 아담한 공간의 오픈형 키친으로 되어 있는 스시집. 점심 특선에는 9,900원으로 퀄리티 좋은 초밥을 맛볼 수 있어 인근 직장인들 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인기가 좋습니다.
밥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길게 썰어낸 생선살은 도톰한 두께로 씹는식감마저 만족스럽습니다. 저녁 인기 메뉴인 ‘초밥세트(2인)’은 광어, 연어, 새우, 계란 등 8가지 다른 종류의 초밥으로 구성되어 있어 다양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조미료 없이 직접 만든 쯔유 원액으로 간을 한 냄비우동과 여름철 시원한 소바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커플 세트도 실제 연인들이 많이 찾는 메뉴기도 합니다.
스시를 먹고 나와서는 살짝 가파른 사직동을 느긋하게 올라도 좋고, 서촌의 어여쁜 골목길을 돌며 달콤한 디저트 투어를 해도 좋습니다. 향긋한 빵내음이 풍기는 조그만 베이커리부터 독특한 컨셉의 오락실, 조용한 북카페, 막걸리집, 미술관까지 옹기종기 모여있는 골목길을 구경하다보면 어느새 하루가 훌쩍 지나갈거에요!
벌써 찾아온 듯 후끈한 여름이 살짝은 낯설지만 푸른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을 마음껏 즐겨보면 어떨까요? 유난히 큰 일교차에 감기 유의하시고 우리는 다음 회차에 무사히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