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의 음식들은
허물어질 구 도청처럼 위태롭다.
든든히 떠받치는 곳이 없고
맛집 팬덤을 형성한 길거리 음식들이
그나마 지탱하는 지반들을 위협한다.
그 든든한 지반 중 하나가 이 곳이다.
고작 '순대국'이라고 비웃을지 몰라도
이만으로 전주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도
별 후회는 없을 듯 하다.
그만큼 뛰어난 맛이라기 보다는
그나마 뛰어난 맛이라 그렇다.
피순대에 회통의 맛을 도입하여
비빔밥처럼 소를 이것저것 넣어 버무렸다.
당면이 탱글하게 씹히는 맛이 없다.
길거리 순대가 대명사 됐으니 어색한
맛일수도 있지만 뛰어난 균형으로
순대국을 지탱하고 뚝배기를 장악한다.
국물도 나쁘지 않지만 순대의 힘이 팔할 이상이다.
국물은 뒷맛이 말끔하게 떨어진다.
칼칼한 국물 여운은 순대의 양념이 되고
국물의 중심이 된다.
돈사골의 질척거림이 없는
거침 없는 전통의 국물인데
부추의 풋내가 더해지면 더 없이 깊어진다.
심심하려는 찰나
밑반찬인 김치가 거든다.
김치는 양념이 잘 배인 익은 김치인데
먹고 다시 먹어도 꾸준히 국과 잘 어울려
한 뚝배기를 비울때까지 젓가락이 쉴 틈 없다.
피순대와 밑반찬인 김치는 서울의 순대국집들이
갖지 못한 장점를 고루 갖췄다.
먹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이 불만이라도
'기다려야 맛집'이 아닌
'기다릴만한 맛집'이다.
한줄평: 전주의 맛을 지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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