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기사

어서 오소~
전국의 한우마을_2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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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진 않다.


한우가 모여있는 '마을'


한우의, 한우에 의한, 오직 한우를 위한 곳이 있다. 한우농가 주민과 그 지역에서 나고 자란 한우가 있는 한우마을이 그 주인공으로 전국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시골의 낮은 지붕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뜻의 ‘마을', 도시에서는 다소 생소한 이 단어가 푸근한 느낌마저 전해준다. 

 

하지만 이름만 푸근하면 뭐하나, 가격이 정이 없다. “금송아지 금송아지 하더니만 금으로 두른 것 마냥 소값이 금값이다.”라며 볼멘소리 하는 이들도 있다. 에디터도 동의한다. 한우가 농가에서 우리의 식탁으로 오기까지는 8~9단계의 복잡한 유통과정을 거쳐야 한다.



“축산농가-산지수집상-우시장-중,도매상-도축,해체-가공업자-수집상-정육점-소비자”

험난한 소의 여정..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소비자 부담가



이 때문에 쇠고기 섭취량은 해마다 늘어나건만 이 중 한우의 비율은 떨어지고만 있다. 


구제역, 청탁 금지법, 경기 위축 등 나라의 정치,사회현상을 그대로 맞닥뜨리는 한우, 그 높은 위상이 첨탑 위에 서있는 듯 위태롭기만 하다. 하지만 한우를 되살리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도 있다. 복잡한 과정을 줄여 보다 더 신선하게, 더 저렴하게 한우를 공급하고자 하는 곳이 있다. 앞서 말한 한우마을이 그렇다.

  

이번 편에서는 전국의 한우마을을 중심으로 한 한우먹거리, 관련 축제와 행사를 소개하고자 한다.




*광시 암소 한우마을


충남 예산군 광시면 광시소길에 들어서면 한우 고깃집들이 즐비하다. 광시면은 작은 시골마을이었는데 30여 년 전 한 한우농가 주민이 정육식당을 열기 시작하면서 규모가 커져, 현재에는 정육점을 비롯한 100여 곳의 상점이 들어서 있다. 


광시 한우마을의 주메뉴는 한우 암소 스페셜로 직접 도축을 하거나 인근 농장에서 가져온 한우 암소를 저온 가공해 육질이 부드럽고 신선하다. 


광시면 마을 입구에는 갖가지 한우 모양의 조형물과 디자인으로 꾸며진 광시한우테마공원이 있어 방문객에게 색다른 경험과 휴식처를 제공하기도 한다. 

 

*정읍 산외마을


정읍 산외마을은 국내 정육식당의 시초다. 2005년 몇몇 한우 농가들이 어려운 축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유통과정을 없애 소비자와 직거래를 하면서 조성되었다. 이곳을 시작으로 전국의 한우마을들이 벤치마킹을 하며 많은 한우마을이 생겨났다. 호황기인 2009년에는 한 해 5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며 그 명성을 자랑했다.


정읍 산외마을은 도축장에서 4등분으로만 도축한 후 정육점에서 마무리 작업을 해 유통 경비를 줄이고, 박리다매를 원칙으로 암소와 비거세우만을 직거래 판매한다. 현재 28개의 업소가 있으며 등심, 살치살, 안심, 치마살 등 여러 부위를 맛볼 수 있다. 이 곳에서는 전라도식 육회인 고추장 육회도 맛볼 수 있는데 감칠맛이 일품이다. 


또한 1996년 시작한 축제로 2003년에는 정부가 지정하는 문화 관광축제에 선정된 ‘정읍 전국 민속 소싸움대회’가 매년 열린다. 스페인의 투우와는 달리 소와 소끼리 싸움을 하여 최종 승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대회 기간 내에는 한우를 비롯한 농산 특산물을 저렴하게 팔며 먹거리 장터도 운영하고 있어 방문하기 좋다.


*횡성한우 단지 


우리나라에서 ‘소!’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지역이 바로 횡성 아닐까? 사람은 서울로 말은 제주로 그리고 그 뒤에는 소는 횡성으로 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강원도의 청정자연, 높은 산지에서 추위를 이겨내며 자연스레 살을 찌운 횡성 한우. 서울을 한양이라고 일컫을 때부터 횡성의 우시장은 명성이 자자했다.


횡성한우는 생후 4~6개월 된 수컷을 거세, 고급육 생산 프로그램에 따라 사육, 도축한 뒤 숙성실에서 숙성 처리를 마치고 공급된다. 모든 쇠고기가 생산 이력 추적 시스템에 따라 공정이 철저히 이루어지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다. 최근 횡성한우는 국내를 넘어 홍콩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 진출하고자 현지 프로모션을 기획하고 있다고 한다. 


횡성한우축제는 전국 한우축제 중 가장 큰 명성과 규모를 가지고 있으며 한우 퍼레이드, 한우 시식코너, LED 장미, 야간 빛 축제 등 다채로운 행사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한우 암소의 고급 부위(등심, 갈빗살, 꽃살, 낙엽살 등)을 채 썰어 배즙에 재웠다가 

양념장을 넣고 버무린 것을 석쇠에서 굽는 ‘언양불고기’


*언양 불고기 특구 


언양은 전국에서 최초 불고기특구로 지정된 곳이다. 언양이 어딘지는 잘 몰라도, 언양불고기는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조리방식이 너비아니와 비슷하지만 언양불고기는 채 썬 고기에 최소한의 양념만을 해 고기 맛을 살리는 것이 특징이다. 때문에 부드러운 육질을 위해 1~2마리의 새끼만 낳은 암소만을 도축해서 만든다고 한다.


언양불고기가 유명해진 시기는 1960년대 우리나라에 고속도로가 들어서면서부터다. 건설에 참여했던 노동자들로부터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고, 고속도로 개통과 더불어 고깃집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현재 언양읍에는 30개의 전문 음식점이 있으며 1999년부터 언양 한우 불고기축제가 열려 매년 15~20만 명이 방문하고 있다. 행사기간에는 시중보다 저렴하게 언양한우를 구입할 수 있으며, 주부들끼리 힘을 겨루는 불고기 힘장사대회, 언양불고기 가요제 등의 행사도 진행된다. 

 

*정남진 장흥 토요시장 


2017~2018 한국 관광 100선에 꼽힌 정남진 장흥 토요시장. 장흥의 산나물, 특산물인 표고버섯과 함께 장흥한우로 만든 한우삼합과 한우 소시지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장흥 토요시장은 과거 호남 5대 장이었던 장흥 장의 부흥을 위해 2005년 7월 다시 문을 열었다. 장흥 토요 시장에 나오시는 할머님들은 모두 명찰을 다는데 이는 실명제를 실시하여 바가지요금과 외지 상인들의 출입을 차단, 시장의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함이다. 


장흥삼합은 장흥의 특산물 표고버섯과 일본에 수출하고 있는 키조개, 소고기를 함께 구워 먹는 것으로, 모두 장흥에서 자고 나란 특산물로 요리한다. 장흥 토요시장의 한우는 전날 또는 당일 도축을 해온 것만 사용하기 때문에 신선한 고기를 맛볼 수 있다. 인구가 4만 2천여 명쯤 되는데 한우가 5만 천 마리쯤 된다고 하니 정말 ‘한우마을’이 맞다. 


시장은 상시 운영되지만, 토요일에는 두 배 이상의 큰 규모로 열리기 때문에 다양한 먹거리와 이벤트를 즐기고 싶다면 토요일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한우를 저렴하게 즐기는 또 다른 방법


한우마을은 방문하지 않아도 저렴하게 즐기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분들에게 드리는 소소한 팁. 

11월 1일은 한우협회 등 관련 단체가 제정한 ‘한우데이’다. 소 우(牛) 자 안에 세 개의 일자(一) 가 있는 데서 착안한 것으로 한우 맛이 최고임을 알리기 위해 2008년 제정되었다. 삼겹살데이보다는 다소 부자연스러운 듯한 느낌이지만.. 뭐 어떤가! 이 날 만큼은 전국 대형마트에서 저렴하게 한우를 구입할 수 있다고 하니 달력에 조그맣게 표시해두면 좋겠다.  


늘 배불리 먹지 못해 아쉬움이 남던 한우, 지역의 특색이 물든 전국의 한우마을에서 잊지 못할 한우 맛과 함께 여행의 추억을 남겨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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