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이 다가올 때면 인근 직장인부터 이집 국수맛 보러온 관광객들까지 늘 문전성시를 이루는 전설의 콩국수 맛집 ‘진주집’. 서울에서 콩국수 맛집을 꼽아보라면 늘 세손가락 안에 꼽히는 집이다. 이 집의 뿌리는 1962년 경남 진주에서 시작된 ‘삼호식당’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조월래 씨가 운영하던 이 식당은 콩국수를 주력으로 내세우며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1965년에는 서울 서소문으로 자리를 옮겨 ‘진주회관’이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인 장사를 시작했다. 이후 수십 년간 진한 콩국수의 명맥을 잇던 진주회관의 정신은, 창업주의 가족이 여의도에 연 ‘진주집’을 통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같은 뿌리에서 출발한 만큼 콩국수 맛의 결은 거의 비슷하며, 여의도 진주집 역시 오랜 단골 손님들 사이에서는 진주회관 못지않은 명성을 누리고 있다.
척 보면 척, 국수보다 빠른 진주집의 리듬
진주집이 가진 매력은 단지 오랜 전통이나 맛뿐만이 아니다. 가게 앞에 형성되는 줄만 봐도 여기가 여의도 대표 맛집이라는 걸 단박에 알 수 있다. 특히 평일 정오가 가까워질 무렵이면 근처 빌딩에서 쏟아져 나오는 직장인들로 인해 대기 줄은 문 밖까지 길게 이어진다. 흔히들 “진주집에서 콩국수 먹으려면 점심 약속은 11시 반에 잡아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일부러 일찍 와서 테이블을 잡는 ‘선발대’가 있을 정도로, 이곳의 인기는 단단하다. 그렇지만 줄에 비해 웨이팅이 금세 빠지는 편이므로 안심해도 좋다. 진주집은 내부 공간이 넓고 운영 효율도 좋아 회전율이 매우 빠르다. 두 개의 공간으로 운영되어 좌석 수가 많은 것도 있고, 주문 후 2~3분 내에 음식이 나오는 속도도 빠르다. 능숙한 직원들은 알아서 척척 손발을 맞춰가며 분주하게 움직인다.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온 팀워크 덕에, 진주집에는 ‘정돈된 분주함’이라는 특유의 리듬이 흐른다.
진주집의 대표 메뉴는 단연 콩국수다. 여름이면 하루 수백 그릇씩 팔려나가는 이 메뉴는 단출하지만 깊은 맛으로 유명하다. 살짝 노란 빛을 띄는 콩국은 걸쭉하면서도 부드럽고, 농도가 진하지만 입에 감기는 질감이 무겁지 않다. 콩과 함께 잣을 넣어 갈아낸 육수는 텁텁함 없이 고소하며, 첫 술을 뜨는 순간 콩 특유의 담백함이 입안에 퍼진다. 어느정도 간이 되어 있어 여느 콩국수집처럼 테이블에 소금이나 설탕이 기본적으로 비치되어 있지 않아도 청하는 이가 별로 없다. 면발은 적당히 쫄깃하고 탱탱해, 국물과 잘 어우러진다. 과한 고명 없이 국수와 콩국만으로 이룬 미니멀한 구성은 오히려 콩의 풍미에 더욱 집중하게 한다. 여기에 곁들여 나오는 김치는 담백하고 고소한 맛으로 덮인 입에 경쾌한 킥을 날린다. 은은하게 달큰한 맛이 감도는 시원하고 아삭한 김치로, 매운맛이 과하지 않은 집김치 스타일이다. 콩의 깊은 풍미와 환상적으로 어울린다는 평이 많다. 무더운 여름날 아삭한 김치 곁들여 시원한 콩국수 한그릇을 먹으면 이보다 더한 보양식이 없겠다는 느낌이 든다.
진주집의 또 다른 빛나는 라인업
일반적인 식당의 경우 가게를 대표하는 시그니처 메뉴가 있고 다른 메뉴들은 사이드 개념인데, 독특하게도 진주집은 콩국수를 포함한 4가지의 메뉴가 모두 주연급이다. 특히 비빔국수는 콩국수의 담백함과는 또 다른 방향의 매력을 지닌 메뉴다. 진한 붉은빛 양념장이 넉넉히 담긴 그릇에는 탱탱한 면발 위로 아삭한 오이와 무절임을 넉넉하게 올려 낸다. 별다른 고명 없이 최소한의 재료로 구성되었지만 너무 맵지도 달지도 않도록 아주 절묘하게 밸런스를 잡은 양념장 맛이 일품. 이 메뉴만을 즐기기 위해 방문하는 단골도 많을 정도.
한편, 날이 좀 추워지거나 해장이 필요한 날 찾게 되는 ‘닭칼국수’도 진주집의 인기 메뉴다. 닭 육수는 뽀얗고 진하며, 장시간 끓여낸 국물 특유의 깊은 맛이 살아 있다. 고명으로는 살결 고운 닭고기와 만두 2알이 들어있고, 옅게 양념한 부추양파무침이 맛의 밸런스를 잡는다. 콩국수나 비빔국수와는 다르게 넓적한 칼국수 면발을 사용해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식감이 좋다. 채소무침을 국물에 잘 섞으면 닭의 감칠맛 넘치는 국물에 매콤하면서도 달큰한 맛이 더해져 그야말로 별미가 완성된다.
마지막으로 만두는 거의 모든 테이블에서 사이드로 주문하는 메뉴. 손수 빚어 낸 찐만두는 피가 적당히 얇고 속이 알차다. 크기는 큰 편은 아니지만, 한입에 들어가는 적당한 사이즈 덕에 메인 메뉴인 국수류와 밸런스를 잘 맞춰 주는 것도 좋다. 콩국수 국물에 살짝 적셔 먹는 사람도 있고, 닭칼국수와도 잘 어울리지만 특히 비빔국수와 함께 먹으면 조합이 훌륭하다.
세월이 쌓인 맛, 이유 있는 인기
진주집의 콩국수는 단순히 ‘좋아하는 사람만 즐기는 메뉴’가 아니다. 오히려 콩국수에 선입견이 있었던 사람들조차 이 집의 그릇 앞에선 생각이 바뀐다. 콩 비린내가 날까, 밍밍하지 않을까 망설이던 이들도 한 입, 두 입 맛을 보며 어느새 그릇을 비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고소하지만 무겁지 않고, 담백하지만 심심하지 않은 이 절묘한 균형이야말로 진주집 콩국수의 가장 큰 힘이다. 그렇게 진주집은 한 그릇의 맛으로 사람의 취향마저 바꾸는 집이 된다. 여름날 누군가가 “콩국수는 별로야”라고 말한다면, 그를 데려가야 할 곳은 바로 이곳, 여의도의 진주집이다.
▲ 상호: 진주집 ▲ 주소: 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로6길 33 지하 1층 ▲ 식신 별등급: 3스타 ▲ 영업시간: 월~토 10:00-20:00 (토요일 19시 마감, 재료 소진시 마감), 매주 일요일 휴무 ▲ 추천메뉴와 가격: 냉콩국수 1만5000원, 비빔국수 1만2000원, 닭칼국수 1만2000원, 접시만두 1만2000원 ▲ 식신 ‘트윈이랑’님의 리뷰: 진주집은 찐입니다... 콩국수에 눈 뜨게 해준 콩국수 찐 맛집이에요~ 김치랑 같이 먹으면 더 맛있고, 국물이 정말 진하고 고소해요! 사람들 항상 많은 집!!
여의도 백화점 지하 1층에 위치한 ‘진주집’입니다. 점심시간에는 직장인들로 늘 북적이는 곳입니다. 대표 메뉴는 국내산 콩으로만 국물을 만들어 깊은 풍미를 자랑하는 ‘냉콩국수’입니다. 소금을 넣어 비릿함을 없애 콩국수를 처음 먹어보는 사람도 쉽게 즐길 수 있습니다. 뜨끈한 국물에 부추 무침, 닭고기, 만두를 고명으로 풍성하게 올린 ‘닭칼국수’도 인기 메뉴입니다. 밑반찬으로 제공되는 달큰한 보쌈김치와 곁들여 한입에 먹으면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여유로운 식사를 즐기고 싶다면 평일 점심 시간대를 피해 방문하는 것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