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부터 이어온 노포의 역사
초복이 다가오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찌는 해가 심상치 않다. 몸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땀이 물 흐르듯 흐르는 요즘, 더위 이기는 보양식 한 그릇이 간절히 생각난다. 보양식하면 모두가 떠올리는 음식 ‘삼계탕’. 그리고 삼계탕하면 체부동의 ‘토속촌’을 빼놓을 수 없다. 서울 종로구 체부동 골목에는 지난 40여 년간 자리를 지켜온 삼계탕 노포 ‘토속촌 삼계탕’이 자리하고 있다. 1983년 정명호 창업자가 문을 연 이래 이곳은 한국을 대표하는 삼계탕 맛집으로 성장해왔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부터 즐겨 찾던 단골집으로 더욱 유명해지기도 했는데, 매년 복날이면 언론에서는 이집 밖으로 늘어선 줄을 촬영해 헤드라인으로 싣는 것이 연례 행사이기도 하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까지 널리 알려져 많은 관광객들까지 찾는 국가대표 삼계탕의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견과류로 완성한 보양 삼계탕

창업주 정명호 사장은 한때 한약방을 운영했던 경험이 있다. 한약은 예나 지금이나 값비싼 약재들을 사용하기 때문에 아무나 먹을 수 없었는데, 그에서 착안해 ‘음식으로 보신을 할 수 있는’ 자양강장 음식을 만들기로 생각했다고. 처음엔 한약방에서 얻을 수 있었던 녹각이나 구기자, 오미자 등 약재들을 넣어보다 결국 ‘견과류’에서 답을 찾았다. 인삼, 황기 같은 한약재와 함께 들깨, 율무, 호박씨, 호두, 해바라기씨, 밤 등 갖가지 견과류를 함께 넣어 깊은 맛을 낸다. 실제로 완성된 국물은 뽀얗고 걸쭉하며 고소한 풍미가 강한데, 잣이나 해바라기씨 등 견과 향이 어우러져 마치 진한 율무차를 연상케 할 정도. 손님 대부분이 ‘먹어본 삼계탕 중에 가장 진한 맛이다’라고 내리는 평가가 과하지 않다.

또 푹 삶아낸 영계의 살코기는 야들야들하면서도 쫄깃한 식감이 남아 있어, 입에 넣으면 부드럽게 풀어지면서도 씹는 맛을 준다. 닭 뱃속에는 찹쌀이 가득 채워져 함께 푹 익는데, 살코기를 다 먹고 나면 국물과 어우러진 죽처럼 되어 별미가 된다.
삼계탕을 먹을 때는 함께 나오는 소금·후추 양념에 고기를 살짝 찍어 먹고, 아삭한 배추김치나 깍두기를 곁들이면 느끼함을 잡아줘 잘 어울린다. 특히 인삼주 한 잔을 서비스로 내어주는데, 식전주로 가볍게 마시거나 삼계탕 국물에 한두 숟갈 넣어 함께 섞어 먹는 방법도 추천한다. 인삼주의 은은하면서도 독특한 향이 국물 맛의 풍미를 한 층 끌어올려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