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 같기도 주판 같기도 한 묘한 생김새의 제면기에서 널찍하게 밀려나오는 선명한 노란빛의 반죽. 분위기만큼이나 멋들어진 접시에 둥글게 잘 말아 담긴 채로 등장하는 오늘의 메뉴. ‘생면파스타’다. 누구에게나 하나쯤, 처음 생면 파스타를 맛보았던 순간이 있을 것이다. 내게 그 기억은 '바위파스타바'에서 시작되었다. 파스타와의 첫만남은 정말 새로웠다. 주문 즉시 뽑아 조리되는 생면의 부드러운 끊김, 살아 움직이듯 입 안을 맴도는 식감에 그저 감탄만 나왔다.
생면은 단지 파스타의 또 다른 형태가 아니다. 그 자체로 하나의 트렌드,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았다. 즉석 제면으로 주는 신선함과, 한식의 칼국수와 닮은 친숙함까지 있다. 익숙하면서도 새롭고, 다양한 소스와의 조합으로 폭넓은 표현력을 갖춘 생면 파스타는 요즘 미식가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선택지다. 다양한 방식으로 셰프의 철학과 개성을 담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외식 업계 전반에서의 생면 파스타에 대한 관심과 실험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번 주는 단순히 생면을 사용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제면 방식, 조리법, 공간까지도 한층 정교하게 구성한 생면 파스타 맛집5곳을 소개한다. 따뜻한 봄날, 오롯이 면의 식감에 집중하며 즐길 수 있는 미식의 순간을 이곳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생면 파스타 맛집으로는 삼성동 페리지, 성수동 우오보 라자냐바, 용산 숙대 비아톨레도 파스타바, 서래마을 도우룸, 해방촌 에그앤플라워, 성수 팩피, 한남동 오스테리아 오르조, 성수 핍스, 청담 리알토, 서촌 파스타바 사이시옷, 연희동 에노테카오토, 용산 피즈, 잠실 더 이탈리안클럽, 청담 페코리노, 합정 빠넬로, 서래마을 라모라레스토랑, 망원 유어다이닝, 성수 쿠나, 도산 이국도산, 청담 리윤 에스테로, 남영 피쇽, 성수 바찌서울, 압구정 아르데레, 분당 돈파스타, 안국 파티나, 청담 주쥬베, 연희동 타라이, 한남 볼리치네, 건대 호파스타, 서래마을 르지우, 송파 미유키, 양재 그안에맛있는이탈리안, 건대 조용한주택, 독립문 독립밀방, 망원 카밀로라자네리아, 을지로 레드스타, 한남동 시칠리 부산 전포 코르파스타바, 안산 유니스의정원, 대전 카라멜 등이 유명하다.
1. 편안하게 다가오는 아메리칸 이탈리안, 안국 ‘파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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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네이버플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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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지에 이은 신가영·임홍근 셰프 부부의 두 번째 공간. 미국식 파인다이닝보다는 한결 캐주얼한 접근의 이탈리안을 선보인다. 음식의 포인트는 농후함과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산뜻함, 그 사이를 넘나들며 이루어지는 섬세한 조율이다. 대표 메뉴인 ‘스트로짜프레티’는 진득하게 조리된 묵직한 토마토소스로 다가오지만 경쾌한 식감의 새우와 생면, 빵가루가 뒤따르며 맛과 식감 모두 한없이 산뜻하게 마무리된다. ‘스파게티니’는 고전적인 보타르가 파스타를 파티나만의 정체성을 담아 재해석한 스타일. 주꾸미를 더해 탱글함과 감칠맛을 보완하고, 면과 함께 머금으면 재료들이 입속에서 살아 꿈틀대는 듯한 생동감을 확실하게 만끽할 수 있도록 했다. 신선한 치즈를 듬뿍 채워 깔끔하게 튀겨내는 ‘몬타나라’는 본격적인 식사에 앞서 가볍게 즐기기 좋은 전채 메뉴로 제격이다. 풍미는 촘촘하게 설계된 듯 염도 등 기본 요소는 무엇 하나 과하지 않아 가족 단위로 편안하게 즐기기에도 좋은 레스토랑이다. 시원시원한 통창을 따라 테이블을 배치해, 모든 자리에서 한 폭의 그림처럼 북촌 뷰를 감상하며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점도 만족스럽다. 나름의 색깔부터 매력까지 확실한 아메리칸 이탈리안을 부담 없이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생면 파스타 맛집으로 추천한다.
▲위치: 서울 종로구 율곡로 83
▲영업시간: 화-일 11:30 - 22:00(B·T 15:00 - 17:30), 월요일 휴무
▲가격: 스트로짜프레티 2만8000원, 스파게티니 3만1000원, 몬타나라 1만8000원
▲후기(식신 엘사): 일단 북촌뷰 너무 좋구요 음식도 빠지는 거 없이 다 맛있어요 페리지처럼 주류 주문 필수가 아니어서 편안하게 즐기기 좋은 점도 있네요!
2. 한껏 살려낸 식감의 생면 파스타, 청담 ‘주쥬베’

jujube.seoul님의 인스타그램(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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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면 파스타 위주의 다양한 파스타와 와인을 즐기기 좋은 신상 이탈리안 레스토랑. 상호 ‘주쥬베’는 이탈리아어로 ‘대추나무’라는 뜻으로, 대추나무가 상징하는 행복과 번영이 이곳을 찾는 모든 이들에게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대표 메뉴는 주쥬베의 스타일로 클래식하게 풀어낸 카치오에페페인, ‘부카티니 알라 포르마지오’. 치즈와 후추의 심플한 조합으로 사랑받는 정통 스타일은 그대로 따르되 도톰한 굵기의 부카티니면을 사용한 것이 포인트다. 특유의 꼬릿하면서도 톡 쏘는 풍미를 보다 생동감 넘치게 느낄 수 있다. 면 가운데의 구멍마다 소스가 충분히 스며들게 되는 면의 특성상 소스의 일체감도 일반적인 파스타와 비교해 한 끗 다른 건 덤. 귀 모양의 쫄깃한 파스타 오레키에테를 사용하는 바질 페스토도 훌륭하다. 보통 무난한 스파게티면을 사용하는 화이트 라구 파스타 또한 널찍한 파파델레 생면과의 조합으로 과하지 않은 선에서 참신한 인상을 준다. 소스와 어울리는 생면으로 개성을 담아 제면하는 역량이 특히 뛰어난, 독특하면서도 완성도 높은 생면 파스타 맛집으로 추천한다. 전문 소믈리에가 상주하는 와인에도 진심인 레스토랑인 만큼, 페어링을 곁들여 생면 파스타와 와인의 섬세한 조화를 즐겨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위치: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61길 14
▲영업시간: 매일 11:00 - 22:00(B·T 15:00 - 18:00)
▲가격: 부카티니 알라 포르마지오 2만2000원, 오레키에테 바질 페스토 2만2000원, 파파델레 라구 비앙코 2만4000원
▲후기(식신 양갱이내놩): 생면인데도 마냥 부들부들 뚝 끊기기보다 건면처럼 알덴테를 느낄 수 있는 식감이어서 독특했고, 또 좋았어요 와인이랑 즐기니 그냥 술술 들어갔습니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