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댓국 하면 아직까지도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다. 눈먼 걸인 아빠를 데리고 막 오픈한 순댓국집을 찾았던 소녀의 이야기. 한눈에 봐도 허름한 부녀의 옷차림에 주인은 오픈 시간이 되지 않았다며 난색을 표하지만, 아빠의 생일이라며 빨리 먹고 가겠다는 소녀의 부탁에 마지못해 허락한다. 잠시의 시간이 지나 순댓국 두 그릇이 놓이고, 이어지는 소녀의 행동은 아빠의 순댓국에 정성스레 소금을 뿌려주고 본인 순댓국의 순대와 고기를 덜어주는 것. 본인은 한 술도 뜨지 않고 묵묵히 아버지의 식사를 돕는 모습이 계속되고 파리하게 마른 모습의 아버지는 결국 눈물을 흘린다. 초반의 날선 태도를 내려놓고 마음속 어딘가에서 뜨거운 뭉클함을 느낀 주인장이, 주섬주섬 돈을 꺼내는 소녀에게 건네는 한 마디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얘야, 그럴 필요 없다. 식사값은 이천 원이면 되거든…… 아침이라 재료가 준비되지 않아서 국밥 속에 넣어야 할 게 많이 빠졌어. 그러니 음식값을 다 받을 수 없잖니?”
“고맙습니다, 아저씨.”
“아니다. 아까는 내가 오히려 미안했다.”
어린 시절 이철환 작가의 단편 모음, ‘연탄길’에서 읽었던 이야기이다. 순댓국 한 그릇에 가족의 정, 감화되어 미안함을 느끼는 이웃의 정까지 알차게 담아냈다. 이야기 한 편에 담긴 따스함, 짧은 이야기 한 편의 여운이라기엔 지나치게 오래가는 훈훈함은 순댓국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순댓국이 이런 음식 아니던가. 마음의 나눔이고 정의 표현이다. 한 뚝배기로 압축된 한국인의 정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특유의 푸근함과 따스함으로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또 하루를 견딜 수 있게 힘이 되어 주는 음식, 그런 음식이 순댓국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뽀얗고 고소한 국물은 마음을 다해 오래도록 우려내는 정성의 표현이다. 푸짐하게 담아내는 고기와 순대는 이 음식을 받아드는 누구라도, 적어도 배부르게 식사를 마치질 바라는 따뜻한 마음이다. 국물에 촉촉이 적신 밥알, 모자람 없이 곁들여 먹을 수 있도록 제공되는 깍두기도 마찬가지다. 순댓국 한 상 차림의 모든 것에는 오랜 세월에 거쳐 배이고 묻은 인간미와 따스함이 있다. 단순한 음식, 그저 한 끼 식사로 치부하기에는 모두에게 순댓국 한 그릇의 의미가 남다른 이유가 아닐까 한다. 국물 한 모금에 온몸 구석구석 훈훈함이 차오르고 심신이 노곤하게 풀어지는 안정감을 느끼는 것이 그저 펄펄 끓는 뚝배기의 온도 때문만은 아닌 것이다. 객관적 시선으로는 누가 봐도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더 귀하고 더 맛있는 온갖 산해진미를 두고도 순댓국을 소울푸드로 꼽는 이들이 많은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나아질 기미가 희미한 불경기로 여전히 모두가 어렵다. 달력을 보면 진즉 봄기운이 완연해야 마땅한 날씨도, 변함없이 추위만을 뽐내며 선뜻 햇살을 내어주지 않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푸근하고 따끈한 음식의 위로가 필요한 시기가 아닐 수 없다. 그중에서도 정감 가는 친근한 맛에 깊은 곳까지 따스함을 더하는 순댓국이라면! 움츠려든 몸과 마음에 든든하게 힘이 되어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번 주는 바로 그런 한 그릇, 특별한 맛과 개성을 갖추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따끈한 식사 경험을 선물하는 순댓국을 만날 수 있는 5곳의 식당을 소개한다.
서울 순댓국 맛집으로는 약수 약수순대국, 광화문 화목순대국전문, 대림동 삼거리먼지막순대국, 선릉 농민백암순대, 삼성동 박서방순대국밥, 양재 한국순대, 숙대 원조제일어버이순대, 을지로 산수갑산, 가락동 함경도찹쌀순대, 흑석동 진미순대, 문래 오복순대국, 영등포 호박집, 서대문 중림동 황성집, 신대방동 서일순대국, 익선동 호반, 강서 등촌동 햇빛촌순대국, 도곡동 남순남순대국, 신당동 영남순대국, 신당동 전주순대국, 대학로 순대실록, 여의도 화목순대국, 망원동 순대일번지, 강서 화곡영양족발, 건대 고흥순대국머리고기, 을지로 동원집, 역삼 백암왕순대, 봉천 여수집, 봉천 전주익산, 청담동 신의주찹쌀순대, 약수 해남순대국, 약수 개성순대국, 서교동 국일순대국, 마포 리북방, 독산동 아로가 실비순대국, 독산동 귀빈순대국, 목동 오가네찹쌀순대, 서울대 기절초풍왕순대, 양재 양재순대, 수유 벼랑순대국 등이 유명하다.
전국 순댓국 맛집으로는 일산 중앙식당, 분당서현 병천순대국, 분당 부일곱창순대국 중동본점, 찹쌀순대만드는집, 인천 신포순대, 고을순대국, 수원 아다미식당, 수원 백년광명순대국, 원조엄마네, 의정부 수제 별미순대국, 화성 최미삼순대국, 용인수지 탑골순대국, 용인 제일식당, 백암식당, 풍성식당, 경기 양평 개군할머니토종순대국, 여주 능서돼지국밥, 안성 그때그집, 평택 진미식당, 충남 천안병천 충남집순대, 청화집, 박순자아우내순대, 천안성환 첫번째집, 성환순대두번째집, 세번째집, 성환네번째집, 세종 부강옥, 충남순대, 대전 오문창순대국밥, 부산식당, 천리집, 부여순대, 농민순대, 충북 청주 옥산장날순대, 충주 중원순대, 일번지순대국, 옥천 옥천초량순대, 보은 김천식당, 단양 달동네순대, 강원 춘천 가보자순대국, 속초 단천식당, 2대송림순대집, 신다신, 유진이네, 원주 강릉집, 전북 전주 풍남피순대, 조점례남문피순대, 금암피순대, 부안 할매피순대, 임실 도봉집, 익산 정순순대, 전남 순천 건봉국밥, 곡성 한일순대국밥, 삼기국밥, 시장국밥, 구례 봉성식당, 담양 청운식당, 전통창평국밥, 창평황토방국밥, 장성 황룡우시장국밥집, 순창 2대째순대, 광주 영명국밥, 수제순대신주옥미, 현대국밥, 대구 8번식당, 신송자 신마산식당, 경북 김천 진땡이국밥, 영천 포항할매집, 구미 성주순대, 예천 용궁단골식당, 흥부네토종한방순대, 칠곡 진땡이국밥, 안동 신라국밥, 울산 울산돼지국밥, 경남 밀양 밀양돼지국밥, 설봉돼지국밥, 창녕 도천진짜순대원조집, 거제 진짜우리순대, 순대리아, 충남식당, 함양 병곡식당, 부산 송정3대국밥, 본전돼지국밥, 합천일류돼지국밥, 60년전통할매국밥, 영진돼지국밥, 신창국밥, 해운대 밀양순대돼지국밥, 형제전통돼지국밥, 공순대, 오소리순대, 알천순대곱창전골전문점, 쌍둥이돼지국밥, 포항돼지국밥, 수영돼지국밥, 재기돼지국밥, 제주 감초식당, 범일분식, 광명식당, 가시식당, 제주 나목도식당, 명문가시리식당 등이 유명하다.
1. 순대맛으로 승부하는 순댓국, 세종 ‘부강옥’

공식 네이버 블로그

공식 네이버 블로그
순대 맛부터 남다른 순댓국을 선보이는 맛집. 국물만으로는 보통의 순댓국과 큰 차이가 없지만, 가득 들어있는 순대의 퀄리티만큼은 확연히 다르고 그 차이 하나만으로 차원이 다른 만족감을 선사한다. 고급스러운 수제 소세지처럼 냄새 없이 부드러우면서도 입 안 가득 차오르는 녹진한 감칠맛이 일품이다. 순대의 피도 상당히 얇고 부드러운 편이라 몇 번 씹기도 전에 알찬 속과 함께 부드럽게 풀리는 느낌도 아주 좋다. 입 안에 불쾌한 기름기를 남기거나 미끄덩하게 씹히지 않도록 부속 부위도 하나하나 꼼꼼하게 손질해 사용하여, 마지막까지 깔끔하게 즐길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수육과 순대, 간까지 넉넉히 제공되는 모듬수육은 단체 식사의 나눠 먹을 요리로도 가벼운 안주로도 훌륭하다. 명품순대국이라는 메뉴 이름에 걸맞은 특별한 순댓국을 맛볼 수 있는 선택지로 추천한다.
▲위치: 세종 부강면 부강외천로 103
▲영업시간: 수-월 08:00 - 20:00, 화요일 휴무
▲가격: 부강옥 명품순대국 1만2000원, 부강옥 모듬수육 소 3만5000원
▲후기(식신 몽글몽글~): 순대가 되게 입에서 거슬리는 부분 없이 사르르 녹는 그런 타입이네요 맛있습니다 국물도 군더더기 없이 좋아요 웨이팅 해서 먹었지만 할 만한 집 같아요!
2. 푸짐하게 들어찬 내장 건더기의 매력, 거제 ‘충남식당’

공식네이버플레이스

공식네이버플레이스
내장 부위가 듬뿍 들어가는 순대 국밥으로 유명한 고현 종합시장 맛집. 자극적인 맛 없이 슴슴한 편에 가까운데도 냄새 없이 깔끔한 육수도 좋지만, 이 집의 진가는 내장에 있다. 내장국밥 또는 순대와 내장이 모두 들어가는 섞어국밥으로 주문하면 돼지내장을 가득 담아주는데 어찌나 꼼꼼하게 손질을 하는지 얼핏 보면 마치 조갯살처럼 보일 정도다. 내장 부위의 표면부터 매끄럽고 깔끔하며, 잡내 하나 없이 깔끔한 맛은 기본에 질기지도 않다. 완벽한 익힘으로 야들야들한 식감을 자랑하며 순대, 밥과 같이 퍼올려 우물우물 씹으면 입 안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고소한 맛에 쉴 틈 주지 않는 풍부한 식감까지.. 순댓국 한 그릇이 선사하는 축제라고 봐도 좋다. 먹다 보면 미세하게 생겨날 수 있는 돼지부속 특유의 육향은 부재료로 들어간 깻잎이 확실하게 잡아내기 때문에 다소 마니악한 비주얼에 비해 순댓국 입문자가 즐기기에도 전혀 무리가 없는 수준. 호불호 갈리는 일 없이 누구나 맛있게, 푸짐하게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순댓국이 있는 맛집으로 추천한다. 옛스러운 매력의 고현 시장 한켠에 위치하고 있으니 여유롭게 시장부터 구경한 뒤 든든한 국밥으로 마무리하는 코스도 좋겠다.
▲위치: 경남 거제시 거제중앙로 1883-2
▲영업시간: 수-월 08:30 - 19:00(B·T 16:00 - 17:00), 화요일 휴무
▲가격: 내장국밥 9000원, 순대국밥 9000원, 섞어국밥 9000원
▲후기(식신 고무고무히어로): 아침으로 먹어도 속이편했던 국물맛이었어요~ 자극적이지않게 나오기에 각자취향껏 양념장을 넣어먹으니 간도조절되고 훨씬더 맛있네요 ^^ 부속물도많이들어가서 건져먹을게많았던 맛집이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