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원 계란말이의 위엄, 이천냥하우스
~막간을 이용한 응답하라 1997~
정점을 찍었던 90년대 후반의 홍대 앞을 기억하시나요? X세대 담론에 맞춰 자유를 노래하던 감성을 따라 그 시절의 대학생들의 메카는 단연 홍대와 신촌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1997년 1월 1일, 지하철 2호선의 당산역과 합정역을 연결하는 철교였던 당산 철교가 붕괴 위험 지적에 따라 대대적인 공사에 돌입하게 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이 때문에 97년부터 약 3년간 당산역과 합정역, 홍대입구역을 오가는 무료 셔틀버스가 운행되었는데요. 당산역에서 서울로 향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 내달리는 인파가 엄청났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개중에는 ‘에라 모르겠다. 소주 한 잔 하고 가자’하고 여유를 부리는 사람들도 종종 있었습니다. 이 시기에 이동네에서 ‘소주 좀 마셔봤다’하면 모르는 이가 없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애주가의 천국이라 불리는 이천냥하우스입니다.
처음 가게를 열었던 것은 1997년으로 올해로 19년 차의 오랜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몇 해전까지 일층에서 장사를 하다가 지하철 9호선의 몸값 상승 때문인지 지하 1층으로 내려왔습니다. 이곳을 방문하고자 하신다면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는데요. 식신 혜자로드팀의 후기를 살짝 살펴볼까요~
9호선 선유도역 2번출구로 나와서 뒤로 돌면~
가게를 알리는 배너가 바로 보입니다.
다소 을씨년스러운 외관..
유명인사들의 싸인도 가게 벽 한쪽을 차지했네요
메뉴판~ 대박
거대한 술창고
‘나 포차요~’하고 말하는 듯한 실내
문제의 ‘일 번’자리. 2인석입니다.
나름 오픈 주방
요즘 유행이라는 얼음 소주. 진짜 얼어있어요..
헐…!! (2,000원 계란말이)
좋은 것은 접시
두께가….핡!!
계란말이는 정말 보는 순간 ‘헉’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크기입니다. 촬영팀의 실력이 부족해서 사진이 참 작게 나왔는데요. 독자 여러분들께 고루한 저희 팀의 얼굴이라도 대조해서 보여드리고 싶을 정도로 큽니다. 길쭉한 타원 접시를 계란이 빼곡히 채우고 있으니까요. 게다가 두께도 3cm~4cm는 되는 듯 보입니다. 제육볶음은 먹어야겠는데.. 산 같은 계란말이를 보니 한숨부터 푹푹..
이런 사이즈의 계란말이를 2천원을 받는다고 하니 순간 ‘저급의 계란 물’이 아닐까 살짝 의심을 했는데요. 가게를 오픈하기 전 방문해서 그런지 계란 수십 판을 놓고 쉴 새 없이 까고 있는 장면을 직접 목격하니 그런 의심은 싸-악 가라앉았습니다. 방송에서는 15개 정도의 계란이 들어간다고 홍보하고 있는데, 눈대중으로 봤을 때는 한 10개~11개 정도의 계란이 사용되는 듯합니다.
아무튼 정말 저렴하죠? 계란은 약간의 야채와 함께 정말 심심하게 간이 되어 있는데요. 위 쪽에 뿌려진 케첩이 양념의 전부입니다. 옛날 스타일의 오동통한 계란말이가 그야말로 술을 부르는 것만 같네요. 원래는 2천원짜리 한 사이즈로만 판매하다가, 너무 양이 많다(?)는 손님들의 원성이 자자해 반값인 천원짜리 사이즈도 하나 만들었다고 합니다. 소(小)자는 정확히 1/2은 아니고, 3/4쯤 되는 것 같아요. 이것도 양이 많습니다. ㅠㅠ
다음 타자는 소주의 영원한 친구 순.두.부~ (2,000원)
몽글몽글 부드러운 순두부
가스 버너와 함께 따뜻하게 주는 제육볶음(6,000원)
양파:돼지고기가 7:3의 비율.. @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