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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화 마포닭곰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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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화

<고지식한 사장이 빚어내는 한 그릇, 마포 닭곰탕>



아침잠이 많은 어린 시절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바로 우리 아버지였다. “사람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한다.”라며 꼭두새벽부터 자식들을 깨워 신문을 던져주셨다. 그것은 평일이나 주말에도 어김없이 반복되었는데 반쯤 몽롱한 정신으로 신문 하나를 다 읽은 후에야 등교를 준비하거나 다시 잠에 들 수 있었다. 그 와중에 다행인지 불행인지 신문 내용에 대해서는 따로 묻지 않으셨는데, 그 때문에 나는 읽을 것을 앞에 놓고 ‘정교하게 자는 법’을 익히기도 했다.


그래도 그 생활이 조금 익숙해지니 신문 읽는 것에 점차 재미가 들렸다. 얇은 종잇장을 넘겨가면서 신문을 읽고 있노라면 내 곁에서 헌 돈을 다리미로 정성스레 다리시곤 했다. 새 돈처럼 빳빳한 천 원짜리를 용돈으로 받으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아버지의 작은 행동이 나를 얼마나 바꿔놓았는가에 대해 감사한 마음뿐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아버지와 같은 사람들은 ‘고지식하다’라는 평가를 받으며 점차 사회에서 멸종되어 가는 듯했다. 그러다 이곳을 만났다. 오늘 방문한 용강동의 기사식당 사장님은 자기 자신을 일컬어 ‘고지식한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닭곰탕을 ‘빚어내는’ 집. 마포 닭곰탕이다.


2004년에 오픈한 마포 닭곰탕은 강변북로에서 용강동으로 빠지는 다소 변두리에 위치한 식당이다. 옹기종기 모여 ‘기사식당 촌’을 이루던 기존의 식당들과는 반대되는 모양새다. 이유가 궁금해 물었더니 사장님 본인이 30년이 넘도록 택시 기사 생활을 했다고 한다. 오랜 기사 생활로 지리적 감각에 밝아, 이 동네가 도로 하나 제대로 닦여있지 않은 시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택시들이 자주 드나들 요충지가 되리라고 짐작했다고.


매일 도계장에서 닭을 받아 한번 더 깨끗이 손질한 후에 한 차례 삶고, 닭살과 껍데기를 일일이 분리한 후에 뼈를 발라내어 또 한 차례 삶아내는 과정을 반복한다. 최근 먹거리 X파일에서도 준 착한 식당에 선정되며 한 차례 유명세를 얻기도 했다. (반찬의 MSG 때문에 아쉽게 착한 식당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 했다) 가게 앞에서는 ‘술을 판매 및 반입할 수 없다’는 문구가 선명하다.






ㅣ마포 닭곰탕의 외관




ㅣ출입문 옆에 쓰여있는 안내문




ㅣ속까지 다 보이는 주방




ㅣ아기자기한 실내




ㅣ구석 자리에서는 수시로 식자재를 다듬는다.




ㅣ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반찬





7테이블 남짓의 작은 식당이지만 곱게 유니폼을 갖춰 입은 이모님들이 쉴 새 없이 분주하다. 주방 안쪽에 공간이 부족한지 손님이 빠진 후엔 식자재를 한쪽 구석 테이블에서 다듬다가, 손님이 오면 다시 치우고 하는 식이었다.


닭곰탕과 닭 백반, 그리고 닭 껍질과 닭 껍질 무침으로 메뉴는 닭을 살뜰하게 전부 내놓는 구성이다. 닭곰탕과 닭 백반을 하나씩 주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뜨끈한 닭곰탕이 서빙된다. 도톰해서 옆구리를 만져도 크게 뜨겁지 않은 스테인리스 그릇이다. 그런데 먹다 보면 국물이 다소 식는 느낌이 들어서 아쉽다. 손이 좀 더 가더라도 끝까지 따뜻한 뚝배기는 안될까.


아무튼 닭곰탕의 외면을 보면, 다른 곳에서 먹었을 때는 좀 더 뽀얀 편이었는데, 이곳의 닭곰탕은 굉장히 맑고 가벼운 모양새다. 예상과 다름없이 한 입 떠먹으면 그 맛이 다소 얇다. 하지만 국물의 끝 맛에서 닭살 특유의 살짝 달짝지근한 맛이 올라온다. 그때 마치 평양냉면을 먹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고기를 담갓다 뺀 물인가’ 싶은 밍밍한 육수 뒤에 숨겨져 있던 육향을 제대로 느꼈을 때의 그것과 흡사하다.






ㅣ닭곰탕(6,000원)




ㅣ건더기가 제법 들어있다. 당면은 좀 더 넣어주셨으면 좋겠다.




ㅣ맑은 국물




ㅣ한 입




ㅣ2/3쯤 먹다가, 양념장을 풀어본다.




ㅣ변함 없이 깔끔한 맛





이곳의 닭곰탕은 노계를 사용한다. 국물 요리를 위해서는 영계보다는 노계를 사용해야 맛이 좋다고 한다. 단, 노계의 경우 그 특유의 냄새를 잡는 것이 관건인데, 이곳에서는 일일이 수작업으로 닭기름과 껍질을 모두 제거하고 한약재를 넣어 가마솥에서 3시간 이상 끓인다고 한다. 그 정도는 끓여야 먹을 만하게 부드러워진다는 것이 사장님의 설명이다.


닭곰탕을 시키면 닭살을 국물 안에 넣어 한번 끓여내 부드럽지만, 닭 백반을 시키면 그 맛은 좀 더 원초적이다. 이름마저 생소한 닭 백반은 곰탕 국물과 한번 토렴한 살코기를 따로 내준다. 살코기는 삼계탕 집에서 먹던 흐드러지는 닭살과 판이하게 단단하다. 함께 내주는 맛 간장에 살짝 찍어 먹으면 차가운 닭 살코기의 맛이 그대로 느껴진다. 막입(?)인 내입에는 전날 남겨두었던 전기구이 통닭을 다음날 먹는 느낌이라고 설명하면 좋겠다. (기분 나빠할 이곳의 팬을 위해 변명을 하자면 MSG와 불량식품에 길들여진 입맛임을 알려드린다^^;)


설명이 다소 초딩(?)스러워 지긴 했으나 꽤나 정성 들여 만든 음식임은 짐작할 수 있다. 13번째 소개할 식당으로 이곳을 선정한 이유도 이와 같다.


이곳의 사장님은 30여 년 동안 택시기사로서의 삶을 살다가, 작은 프랜차이즈 닭곰탕 집을 시작했다고 한다. 음식에 대해 문외한이었기 때문에 처음엔 그저 열심히 따라 배우다, 점차 시간이 갈수록 ‘본래의 맛’을 낼 수 있는 방법이 보여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프랜차이즈의 방식을 버리고 자신의 방식대로 음식을 만드는 가게를 다시 열었다. 손이 더 가더라도 손님에게 내놓기에 부끄럽지 않은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한다.


“지금이야 많은 분들이 우리 가게를 인정하고 사랑해주시지만, 여기까지 오는데 역경과 설움이 없었겠습니까. 내가 정직하게 음식을 만들었다면 ‘언젠가 누군가 알아주겠지’라는 생각으로 매일 가마솥 앞을 지켰고, 제 내면적으로는 가게 화장실이 막히면 맨손으로 뚫을 정도로 독기를 품고 살아왔어요.”라고 덤덤하게 말하는 사장님에게서 오랜 세월의 고생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듯했다.






ㅣ닭백반 (7,000원). 닭 반 마리가 따로 나온다.




ㅣ먹음직스러운 살코기만




ㅣ단단한 육질




ㅣ맛 간장에 살짝 찍어 먹는다.




ㅣ국물에 살짝 적신 밥 위에 살코기와 마늘쫑을 올리면 좋은 조합





속이 참 편안한 한 끼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자, 밖에는 내리쬐는 햇볕을 받으며 쉴 새 없이 들어오는 차량의 주차를 도와주는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사장님의 아들이었다. “아들녀석은 식당 바깥 담배꽁초 청소부터 하고 있어요. 정성들여 만든 내 가게를 언젠가 물려주는 날이 올 때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칠게 많습니다.”며 웃던 사장님의 모습이 어렴풋이 스쳐 지나간다.


식신의 TIP


•주소: 서울시 마포구 용강동 494-131

•메뉴: 닭곰탕 6,000원, 닭백반 7,000원

•영업시간: 24시간 (매주 토요일 밤 11시부터 일요일 저녁 7시까지 휴무)

•밥 추가: 무료

•자판기 커피: 무료

•주차공간: 10대 이상(발렛)






  • 마포닭곰탕

    서울-강북-마포/공덕, 설렁탕/곰탕/갈비탕 > 한국음식
    출처 : 식신 컨텐츠팀 제공
    출처 : irena_foodtrip님 인스타그램
    출처 : sookjin_kim님 인스타그램
    출처 : dusilboy님 인스타그램
    출처 : dusilboy님 인스타그램
    2004년에 오픈한 마포 닭곰탕은 강변북로에서 용강동으로 빠지는 다소 변두리에 위치한 식당이다. 매일 도계장에서 닭을 받아 한번 더 깨끗이 손질한 후에 한 차례 삶고, 닭살과 껍데기를 일일이 분리한 후에 뼈를 발라내어 또 한 차례 삶아내는 과정을 반복한다. 닭곰탕의 외면을 보면, 다른 곳에서 먹었을 때는 좀 더 뽀얀 편이었는데, 이곳의 닭곰탕은 굉장히 맑고 가벼운 모양새다. 닭백반은 닭 반 마리가 따로 나오니 참고할 것.

    메뉴 정보

    닭곰탕, 닭백반, 닭껍질, 닭껍질무침, 부대찌개 큰판, 부대찌개 한판, 모둠사리, 햄사리, 소세지사리, 감자옹심이만두, 우동사리, 당면사리, 라면사리, 치즈

    별 인증 히스토리

    맛집 근처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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