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골목을 지나다 보면 유난히 낯설고 묘한 생김새의 생선이 눈에 들어온다. 납작한 머리에 커다란 입, 울퉁불퉁한 몸통에 미끄러운 피부까지… 첫눈에 ‘먹을 수 있을까?’ 싶은 인상을 준다. 하지만 그 투박한 외모 속엔 은근한 매력이 숨어 있다. 잘 손질한 아귀는 찜은 물론이고, 탕과 수육, 심지어 회무침으로도 쓰이며 요리사의 손끝에서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살점은 질기면서도 탄력 있고, 뼈와 살 사이에 배인 감칠맛은 한번 맛보면 잊기 어렵다.
표준어로는 ‘아귀’지만 일상에서는 ‘아구’로 더 자주 불리는 생선. 특히 남도 지역에서는 ‘아구찜’이라는 이름이 자연스럽게 굳어졌고, 지금은 전국적으로도 ‘아구’라는 발음이 널리 쓰인다. 이는 단순한 발음의 차이를 넘어, 지역의 정서와 입맛이 만들어낸 생활 언어에 가깝다. 이름 하나에도 그 지역 사람들의 음식에 대한 애정과 세월이 담겨 있다. 그래서 식당 간판이나 시장 좌판에는 여전히 ‘아구찜’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하게 걸려 있다.
아귀는 바다 밑바닥에서 조용히 살아가는 생선이다. 성질이 느긋해 잡히기도 쉽지 않았고, 한때는 잡히자마자 버려지는 생선이기도 했다. 때문에 인천에서는 잡히자마자 그물에서 꺼내 물에 ‘텀벙’하고 내버렸다는 데서 아귀를 물텀벙이라고도 부른다. 취급하는 식당이 모여있는 물텀벙이 거리도 있다.
이렇게 천대받았던 생선이지만 시간이 흐르며 '없던 입맛도 돌게 만드는 생선'으로 거듭났다. 식탁 위의 아귀는 반전 매력을 보여주며 보기와는 다르게 부드럽고, 투박한 살결 속에 깃든 진한 풍미로 인기를 끌었다. 생김새와는 다르게 사람의 마음에 오래 남는 생선, 그게 바로 아귀다. 이렇게 매력적인 아귀를 매번 찜으로만 즐겨봤다면 좀 더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한 반전 매력을 만나볼 시간이다. 시원한 맛의 탕부터 흔하게 맛보기 어려운 회나 수육, 튀김 등 아귀의 색다른 면모를 만날 수 있는 이색 아귀 요리 맛집을 소개한다.
1. 살아있는 활아귀로 만드는 바다의 진미 한상, 잠실 ‘생생아구’

공식 네이버플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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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새내역 인근의 소박한 간판의 식당. 활아귀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곳으로 언제 방문해도 은은한 바다 내음이 손님을 반기는 곳이다. 찜, 탕, 수육 등 다양한 아귀요리가 있지만 대표메뉴는 이들을 골고루 즐길 수 있는 ‘아구코스’다. 이왕이면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A코스를 추천한다. 좀처럼 맛보기 어려운 아귀 회부터, 수육, 찜, 위무침, 갈미조개로 구성되어 있다. 아귀회는 부드러운 식감과 담백한 맛이 일품. 수육은 미나리가 어우러져 한층 향긋하면서도 다양한 부위가 들어있어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시원한 국물도 일품. 꼬들꼬들한 식감이 좋은 아귀 위는 새콤하게 무쳐 내어준다. 매콤달콤한 맛의 찜도 좋다. 여기에 쫀득하면서도 달큰한 맛이 좋은 갈미조개로 마무리하면 술잔 기울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위치: 서울 송파구 백제고분로7길 8-37
▲영업시간: 매일 11:00 - 22:00
▲가격: 아구코스A(1인) 9만5000원, 아구회(중) 9만5000원, 아구수육(소) 8만5000원
▲후기(식신 빵쪼아용): 가격이 좀 부담스럽긴 한데 아구 퀄리티는 진짜 인정할 만합니다. 여기서 아구수육 먹으면 다른데서 못먹어요. 요리들 전부다 골고루 맛도 아주 좋습니다. 손님 접대하기에도 좋은 곳.
2. 활아구코스로 펼쳐지는 식탁 위 바다 잔치, 제주 ‘아구에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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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공항에서 차로 10분 남짓한 거리에 자리한 아담한 식당. 관광객들보다는 현지인들에게 더 알려진 식당으로 제주에서는 드물게 활아귀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곳이다. 이 집의 대표 메뉴는 바로 ‘활아구세트’. 갓 잡은 살아있는 아귀 한 마리를 코스로 통째로 맛볼 수 있는 상차림으로 제철 해산물와 아귀의 모든 부위를 다양한 요리로 맛볼 수 있다. 멍게, 해삼, 전복 등 싱싱한 제철 해산물 모둠이 테이블에 먼저 오르고, 뒤이어 아귀의 간, 알집, 위를 고루 맛볼 수 있는 아귀내장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회와 아귀 튀김까지 맛보고 나면 마무리로는 지리탕 또는 아귀불고기로 마무리하면 된다. 재료 수급에 따라 영업 여부가 다르니 방문 전 전화 예약을 추천한다.
▲위치: 제주 제주시 신대로20길 17
▲영업시간: 매일 17:00 - 23:00
▲가격: 활아구세트(대)4인 16만원, 생아구 수육(중) 6만원, 아구불고기(중) 6만원
▲후기(식신 쿠마몬): 예전 제주 여행에서 현지 분께 추천받았던 식당이에요. 요리들도 괜찮고 사장님께서 엄청 친절하셨던 기억이~ 다음에 제주 방문하면 또 가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