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하나쯤 ‘인생의 소울푸드’가 있다. 살아가면서 엄청난 맛의 음식들을 계속해서 만난다지만, 자극적인 맛에 대한 역치가 점차 늘어날 때쯤 생각나는 음식이 바로 나의 ‘소울푸드’다.
그 중에서도 부산에서 나고 자랐다면 자연히 떠올리는 소울푸드는 바로 ‘돼지국밥’이 아닐까싶다. 돼지국밥은 부산역에서 나오는 그 순간부터 구수한 향미로 방문객을 맞이하는 음식이다. 부산역 주변에만 열 곳이 넘으니 ‘돼지국밥의 도시’라는 칭호 역시 과언이 아닌 셈. 부산 토박이 시인이자 음식문화 칼럼니스트인 최원준 씨는 돼지국밥에 대해 “역사와 문화, 기질 등 부산의 모든 것을 대변해 주는 소울푸드”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이처럼 부산 내 돼지국밥의 존재감은 대단하다. 객관적인 데이터만 봐도 알 수 있다. 2019년 소상공인 진흥 공단 상가 업소 정보에 따르면 전국에 ‘돼지국밥’이라는 상호가 들어간 음식점이 2,703곳인데, 이 중 부산 소재 음식점이 전체의 26%에 달하는 692개가 있었다. 상호에 명칭이 들어가지 않을 뿐, 실제로 돼지국밥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까지 포함하면 더욱 늘어날 것은 자명하다.
돼지국밥은 간편함과 동시에 서민의 삶과 가까이 있는 대중적인 가격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왔다. 그 인기는 날이 갈수록 더해가고 있는데 오픈과 동시에 웨이팅이 발생하는 인기 돼지국밥 집들이 등장하고, 관광객들을 중심으로 SNS에서 인기를 끌면서 돼지국밥에 큰 관심이 없었던 부산 시민들이 역으로 호기심을 갖고 방문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전문적인 브랜딩에 익숙한 요식업 전문가들이 돼지국밥이라는 아이템에 주목하기 시작하며 3세대 국밥집으로 대표되는 신흥 돼지국밥 전문점들도 등장했다. 흔히 쓰이지 않는 고급 부위를 사용하고 맑은 돼지 곰탕의 영향을 받은 요리 수준의 돼지국밥을 내는 등, 누가 봐도 새로운 돼지국밥을 선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지금 부산의 돼지국밥 씬은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밀양 출신 식당들과 전후 피란으로 부산에 자리 잡은 시장 국밥집들, 1세대 업장들의 자식 세대에서 시작되어 외식업화되기 시작한 최초의 돼지국밥집들인 2세대, 그리고 가장 최근에 합류한 3세대가 어우러진 상태. 돼지국밥, 이 한 가지 음식만으로도 그 어느 때보다 풍부하고 폭넓은 경험이 가능한 시대라고 할 수 있다. 돼지국밥 경험치를 높여줄 국밥 로드를 앞두고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기. 이번 주는 바로 그러한 부산 돼지국밥 로드의 코스로 찾기 좋은 돼지국밥 신흥 강자 다섯 곳을 소개한다. 개성에 맛까지 꾹 채워 담아낸 한 그릇으로 특별한 국밥 경험, 나아가 기억에 남을 부산에서의 추억까지 선물해 줄 것이다.
부산 돼지국밥 맛집으로는 사상 합천일류돼지국밥, 초량 본전돼지국밥, 해운대 밀양순대돼지국밥, 대연동 쌍둥이돼지국밥, 영도 재기돼지국밥, 범일동 60년전통할매국밥, 서면 송정3대국밥, 해운대 형제전통돼지국밥, 초량 신창국밥, 연산동 오소리순대, 초량 마산식당, 토성동 신창국밥, 사하 영진돼지국밥, 해운대 양산국밥, 민락동 수변최고돼지국밥, 연산동 애돈촌, 용호동 합천국밥집, 용호동 나막집, 남천동 안목, 서면 포항돼지국밥, 수영 식기전에 등이 유명하다.
1. 세련미 넘치는 맑은 돼지국밥의 품격, 해운대 ‘양산국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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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angsan_mealkit님의 인스타그램(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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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국물의 신식 돼지국밥을 선보이는 해운대 맛집. 돼지국밥보다 소곰탕으로 보일 정도로, 뽀얗지 않고 맑은 국물이 특징이다. 푸짐하게 들어찬 고기는 잡내 하나 없이 국물 속에서 하늘하늘 고운 자태를 뽐낸다. 비주얼만큼이나 깔끔한 맛에 부드러운 식감도 인상적인 부분. 따로 국밥과 토렴, 두 가지 방식 가운데 원하는 것을 골라 먹을 수 있는데 부산 토박이들 대부분은 첫 방문이라면 토렴으로 시작해 보길 권하는 편이다. 밥알이 불거나 퍼지는 일 없이 국물과의 일체감이 올라가 한결 풍부하고 조화로운 맛을 즐길 수 있다. 비밀 선물처럼 국밥 한 그릇당 하나씩 들어있는 순대는 어지간한 전문점 순대 수준의 녹진한 맛을 자랑한다. 국밥만으로 뭔가 살짝 아쉽다면 ‘밀면’도 있다. 물과 비빔 모두 준비되어 있으며, 밀면 특유의 상큼함으로 국밥을 먹는 동안 곁들임 반찬처럼 즐기기도 좋다. MZ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차세대 돼지국밥 강자답게 넓고 쾌적한 공간도 좋다. 밑반찬은 셀프로 원하는 만큼 이용 가능한 것도 장점. 3세대 돼지국밥으로 대표되는 맑은 국물의 돼지국밥을 경험할 수 있는 맛집으로 추천한다.
▲위치: 부산 해운대구 좌동로10번길 75
▲영업시간: 매일 09:00 - 22:00
▲가격: 토렴국밥 1만1000원, 따로국밥 1만원, 밀면 1만1000원, 비빔밀면 1만1000원
▲후기(식신 두부같은내얼굴): 돼지국밥이 아니라 무 없는 뭇국 같기도 하고.. 그 정도로 맛이 맑고 담백합니다 고기도 진짜 잔뜩 들어있는데 하나도 안 느끼해요. 정말 맛있는 국밥집으로 추천드립니다.
2. 정제된 깊은 맛의 웨이팅 필수 돼지국밥, 민락동 ‘수변최고돼지국밥 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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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하면서도 현대적인 타입의 돼지국밥으로 부산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집. 타지인도 편안하게 즐기기 좋도록 너무 묵직하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은 밸런스 좋은 맛이 포인트다. 보다 풍부하고 농후한 맛과 식감이 당긴다면 ‘항정국밥’도 좋다. 항정살 특유의 기름지고 고소한 맛을 국밥 한 그릇에 온전히 녹여 내어, 보통의 돼지국밥에서는 느낄 수 없는 특별한 풍미, 꾸덕한 바디감이 있다. 약간의 꼬릿함을 견뎌낼 수 있는 수준으로 돼지국밥에 단련이 되어 있는 경우 기꺼이 도전해 볼 만한 메뉴. 기본으로 제공되는 양념은 매운 맛이 제법 강한 편이라 국밥 본연의 맛부터 충분히 즐긴 뒤에 조금씩 확인해가며 넣어 먹는 것을 권한다. 알찬 구성에 삶기까지 완벽한 수육은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같이 나오는 신김치와 같이 먹어야 한다. 딱 적당하게 쿰쿰한 맛과 산미가 야들야들한 돼지고기와 놀랍도록 잘 어울린다. ‘항정수육백반’ 등 국밥과 수육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메뉴도 다양하게 주문 가능하다. 고기만, 순대만, 섞어, 내장 등 여러 선택지를 제공해 취향에 딱 맞는 국밥으로 골라 주문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순대와 수육은 맛보기 사이즈로 부담없이 즐길 수도 있으니 혼밥 목적이라면 이쪽을 노려보는 것도 좋겠다. 부산 맛집들 중에서도 높은 웨이팅 난이도로 유명한 곳이지만 기꺼이 감수하고 들려 볼 만한 맛집으로 추천한다.
▲위치: 부산 수영구 광안해변로370번길 9-32
▲영업시간: 매일 00:00 - 24:00, 연중무휴
▲가격: 고기국밥 1만원, 항정국밥 1만3000원, 항정수백 1만5000원, 맛보기수육 1만2000원
▲후기(식신 533013): 국물 적당히 진하고 뽀얗고, 그 우리가 아는 돼지국밥 느낌이 있는데 조금 더 개량된 스타일이랄까요 돼지국밥 못 먹는 사람들이 싫어하는 그 매니악함이라고 해야 되나 냄새, 꼬릿함 이런 건 전혀 없어요 입문용 국밥으로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