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고깃국’하면 일반적으로 소고기로 만드는 곰탕이나 소 사골과 머리뼈 등 잡뼈를 넣어 뽀얗게 우려낸 설렁탕이 먼저 떠오른다. 돼지고기로 만드는 탕이라면 순대국이나 부산지역에서 즐겨먹는 돼지국밥 정도가 메이저라고 할 수 있다.
국물 요리를 즐겨먹는 한국인들에게 탕반은 뗄레야 뗄 수 없는 소울 푸드인데, 대체적으로 ‘진국’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묵직하고 진한 맛이 대다수다. 점심시간이면 ‘한 끼 든든하게 먹어야’ 오래도록 배가 꺼지지 않고 일할 수 있다는 직장인들도 많이 보인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탕반 미식씬에서 독특하게 떠오른 신생 탕반이 있는데 바로 ‘돼지곰탕’. 평양냉면의 인기를 이어받기라도 할 참인지, 돼지 살코기를 우려낸 아주 맑고 고운 육수가 한 그릇에 담겨 나온다. 친근한 재료가 이색적인 방식으로 조리되어 나오니 당연히 호기심이 인다. 이런 호기심은 미식가들로부터 일반 대중에게까지 이어져 2023년에는 뉴욕타임즈에서 선정한 ‘뉴욕 최고 요리 8선’에 꼽히기도 했으니, 불과 10년 전만해도 돼지로 육수를 낸다 하면 ‘글쎄’라는 평가가 나오던 때와 비교해보면 격세지감이 따로 없다.
‘옥동식’을 시작으로 들불처럼 유행이 번진 서울식 돼지곰탕은 아주 우아한 음식으로 각인된 것도 재미있는 포인트. 놋그릇에 담긴 맑은 국물과 고기 고명의 담음새가 아주 정갈하기 때문에 특별한 한 끼를 먹고싶을때나, 격식 있는 자리에서도 꽤나 어울린다. 이제는 하나의 장르로서 새로운 셰프들의 손을 통해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는 돼지곰탕. 아직 맛보지 못했다면 한 번쯤 가보시기를 추천하며, 유명한 미국의 음식 평론가 피트 웰스의 평가를 빌려 마무리한다. “나는 소화불량과 정확하게 반대의 기분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한국사람들은 이 감각을 ‘시원한 맛’이라고 부른다. 가볍고, 아주 조심스럽게 균형이 잡혀 있는 식사를 한 뒤에 느끼는 웰빙의 즐거움”
유명한 돼지곰탕 맛집으로는 서울 합정 옥동식, 북촌 안암, 광화문 광화문국밥, 강동 온고식당, 역삼 동봉관, 녹사평 남매국밥, 용산 백랑, 부산 용호동 나막집, 뉴욕 옥동식 등이 유명하다.
1. 한국을 넘어 세계 속으로, 뉴욕 ‘옥동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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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dongsik.us님의 인스타그램(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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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국물로 대표되는 서울식 돼지곰탕의 시초인 옥동식의 뉴욕 지점. 뉴욕 팝업을 거쳐 미드타운에 정식 오픈하였고 돼지곰탕과 만두 두 가지의 메뉴로 선택과 집중을 택했다. 대표 메뉴 돼지곰탕은 서교동에서 옥동식이 이름을 알렸던 바로 그 스타일 그대로 큰 차이 없이 선보인다. 맑고 투명한 육수에 얇게 저민 돼지 살코기를 수북하게 올려 내어 부드러운 깔끔함에 술술 넘어가는 식감까지 하나하나 일품이다. 잘 설계된 기계 장치의 부품처럼 요소 각각 그 자체로 충분히 훌륭하고 어우러진 완성체로서도 튀는 구석 없이 조화롭다. 취향에 따라 맛에 변화를 두며 먹을 수 있도록 옥동식 특제 고추지 양념장도 한국과 똑같이 배치해, 중간중간 고기를 찍어 먹을 수 있다. 식기 사용과 인테리어에도 국내 매장과 동일하게 톤을 맞추어 옥동식의 아이덴티티를 일관성 있게 살려내고 음식과 분위기까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사이드 메뉴로 주문한 김치만두도 칼칼한 맛이 과하지 않아 많은 사랑을 받고 있고, 음료 메뉴로는 곰탕에 곁들이기 좋은 식혜도 준비되어 있다. 예약도 가능하며 짧은 영업시간과 엄청난 인기로 예약은 거의 필수라고 봐도 좋다. 한국을 석권하고 세계를 상대로 도전을 시작한 옥동식의 시그니처 돼지곰탕을 뉴욕 시내에서 즐겨 볼 수 있는 공간으로 추천한다.
▲위치: 13 E 30th St, New York, NY 10016
▲영업시간: 매일 11:30 - 21:00(B·T 14:30 - 17:00), 목·금·토는 22시까지
▲가격: 돼지곰탕 $18, 김치만두 $12, 식혜 $5
▲후기(식신 어디가서먹지): 뉴욕에서도 옥동식 맑은 곰탕을 즐길 수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아요. 서울에서 먹는 맛과 크게 다르지 않고 맛있습니다. 김치만두도 좋구요. 여행 중에 한국의 맛이 그리울 때 들러서 먹어도 만족스러울 듯 해요!
2. 프렌치 셰프의 돼지곰탕, 북촌 ‘안암’

jin_kwon129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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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치 셰프 출신의 주인장이 선보이는 독보적인 스타일의 돼지곰탕을 맛볼 수 있는 집. 맑은 국물에 잘 손질된 살코기 고명을 올린다는 점에서는 기타 돼지곰탕 전문점들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세세히 살펴보면 안암만의 터치와 개성이 확실하다. 다리살이 아닌 목살과 등갈비를 깔끔하게 손질 후 수비드 해 올리고, 육수에는 비름나물과 케일에서 뽑아낸 오일과 청양고추를 더했다. 다양한 부위의 고기를 사용해 풍성하고 단조롭지 않은 맛과 식감이 유지되고, 깔끔한 국물은 다층화가 이루어져 밋밋하지 않게 다가온다. 하나의 프렌치 디쉬처럼 요소마다 치밀하게 쌓아올린 맛과 향의 포인트를 느낄 수 있다. 양식과 한식의 조화가 돋보이는 새로운 스타일의 돼지곰탕인 셈이다. 단순히 새로운 이미지를 얻기 위해 조화를 깨는 수준의 처리를 남발하지 않고, 섬세한 완급 조절을 곁들여 거부감 없이 조화롭게 넘어가는 것도 놀라운 점. 취향에 맞게 추가 가능한 고수를 더하면 완전히 새롭게 맛이 재정립되어 아예 다른 음식을 추가 주문한 것처럼 즐길 수도 있다. 돼지 안심을 부드럽게 조리하여 겉만 살짝 튀겨내는 바위 튀김과 생햄을 닮은 제육 등 사이드 메뉴도 평범한 것이 없는데 하나같이 새로움에 맛까지 잡았다. 국밥부터 사이드 메뉴까지 새로움과 탄탄한 완성도를 모두 즐길 수 있는, 차세대 돼지곰탕 맛집으로 추천할 만하다.
▲위치: 서울 종로구 북촌로5길 10
▲영업시간: 화-일 11:30 - 21:00(화-금 B·T 15:00 - 17:00), 월요일 휴무
▲가격: 안암국밥(돼지곰탕) 1만2000원, 제육 반 접시 1만1000원, 바위 튀김 9500원
▲후기(식신 빨간코삐에로): 곰탕에 허브오일이라니 이상할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너무 잘 어울려요 곰탕 한 그릇보다는 파인다이닝 요리에 가까운 그런 맛이 납니다. 등갈비랑 목살 고명도 너무 야들야들하고.. 그냥 입에서 스르르 녹아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