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새해 명절이 돌아오면 꼭 찾게 되는 음식이 있다. 바로 쫄깃한 떡과 만두를 넣고 따끈하게 끓여낸 만둣국이다. 떡국과 더불어 새해를 상징하는 만둣국은 가족의 맛이자 새해의 맛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마다 조금의 차이는 있는데, 떡국만 먹는 곳도 있고, 만두를 한두알 고명으로 곁들이는 곳도 있고, 떡보다는 만두가 메인이 되는 곳이 있다. 대체로 서울과 경기, 강원을 아우르는 중부 지방이 떡만둣국을 먹었다. 필자 또한 만두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집이라 명절이면 만두를 빚었다. 온 가족이 만두소가 가득 담긴 대야 앞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만두를 만드는 풍경이 선하다. 투박한 모양에 심심한 맛이었지만 아직도 인생 만두를 꼽으라면 직접 빚어먹었던 만두가 단연코 일등이다.
기록을 살펴보면 새해 맞이 음식으로서 만둣국의 역사도 상상 이상으로 길다. 이미 조선시대부터 만둣국은 정초, 즉 새해 초엽에 즐기는 음식들 가운데 하나였다. 조선시대 시문집인 ‘지수재집’에 떡국과 만두를 만들어 새해를 센다는 대목이 있으며 이 외에도 여러 기록, 작품에서 만둣국을 새해음식으로 즐긴다는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 조선 시대에도 만둣국은 떡국과 더불어 새해를 축하하며 먹는 명절 음식의 형태에 가까웠던 셈이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만두와 지금의 만둣국에 가까운 음식 모두 한반도 북부에서 가장 먼저 시작되었다는 설이 우세하다. 만두가 중부 지방에서 음식으로 자리잡은 것도 까마득한 과거의 일인데 북부는 그보다도 훨씬 앞선 시점부터 만두를 만들고 즐겼다는 것. 주된 원인은 쌀의 재배가 힘든 환경 조건과 북방 문화권과 인접한 위치였다. 한반도 대부분의 지역에서 주력 곡물로 소비하는 쌀이 재배부터 쉽지 않다 보니 밀 등의 대체 곡물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이 과정에서 다양한 북방 세력과 교류하며 만두도 만들어 먹기 시작했던 것이다. 청나라 등 과거 대부분의 북방 왕조에서는 설날 만두를 먹는 문화가 있었다고 하며, 차갑고 건조한 북부 지역에서 한 번에 많은 양의 만두를 만들어 겨울 내내 먹기도 용이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추운 겨울부터 새해 초까지 만둣국을 즐기는 북부의 문화와 전통적으로 설이면 떡국을 먹는 남부의 문화의 영향을 함께 받으며 형성된 결과물이 중부 지방의 떡만둣국 문화라는 이야기도 있다.
이후 정확히 어떤 과정을 거쳐 퍼져 나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6.25 전쟁 시기 함경도와 황해도의 실향민이 대거 내려오며 지역별로 다양하게 만둣국을 즐기는 문화가 자리잡았으리라 짐작은 가능하다. 나아가 밀가루 수입으로 재료 확보가 용이해지고 혼분식이 장려되며 만둣국은 북부, 중부를 넘어 전국적으로 즐기는 지금의 입지를 얻게 된다. 이북식의 색채를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는 만두부터 다른 지역의 특색이 묻어나는 새로운 형태의 만두까지, 다양한 만두와 만둣국을 전국에서 즐길 수 있게 된 건 덤.
실제로도 만두부터 집집마다 조금씩 다르게 빚어내는 음식인 만큼, 서울 내에서만 해도 만두에 따라 국물에 따라 한없이 다채로운 모습을 보이는 음식이 만둣국이다. 만두의 종류로 나누면 크게 두부와 채소 위주의 소와 큼직한 사이즈가 특징적인 이북식과 돼지고기를 주로 사용하는 서울식이 있고, 육수는 구수한 사골국과 맑은 양지 육수가 대표적이다. 만두의 피와 고명까지 범위를 넓혀 보면 대략적으로도 수십 가지의 만둣국이 존재한다. 단순한 형태의 뻔한 음식 같아도 그렇지 않은 만둣국의 매력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다가오는 명절 연휴 동안은 가지각색의 만둣국 맛집들을 찾아 가까운 이들과 만둣국 로드를 떠나 보자. 푸짐하고 정성 가득한 집 만둣국만큼이나 각자의 개성과 매력으로 무장한 다양한 만둣국들이 즐거운 명절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서울의 한국 만두 맛집으로는 부암동 자하손만두, 인사동 개성만두궁, 목동 개성집, 광화문 평안도만두집, 북촌 깡통만두, 성북동 성북동집, 서초동 봉산옥, 여의도 진진만두, 압구정 목로평양만두, 압구정 뉴만두집, 군자 이화만두, 시청 이북만두, 용산 갯마을, 합정 미필담, 회기역 놀부만두, 명동 명동교자, 남대문 가메골손왕만두, 강남역 강남교자, 신논현 대가, 합정 마포만두, 서초역 동신명가, 삼청동 다락정, 목동 살구나무집칼국수, 강서 코끼리만두, 여의도 선주후면어만두, 성북동 하단, 애오개 밀밭정원 등이 유명하다.
전국 한국 만두 맛집으로는 분당 서현 그집, 일산 미도향, 용인 수담 죽전본점, 수지 화수분, 구리 묘향만두, 부천 황해도김치만두전골, 의왕 명가만두, 정원칼국수, 수원 보영만두, 수원만두, 추억의장날만두, 코끼리만두, 남양주 어랑손만두국, 남양주 개성집, 봉이만두 본점, 이천 온정손만두, 여주 보배네집, 포천 동이손만두, 천안 미미제면소, 광명만두, 공주 간식집, 당진 귀락당, 청주 정가네칼국수, 코끼리만두, 입이즐거운그만두, 신미만두, 고추만두국집, 옥수찐빵만두, 청주 용만두, 음성 또와유식당, 단양 단양마늘만두, 평창 남경식당, 춘천 왕짱구, 전주 다우랑, 대구 범어만두, 삼화만두, 장여사의나뭇잎손만두, 세창만두, 미성당납작만두 본점, 경주 대화만두, 부산 명당만두, 기장 일광당, 상주 고려분식, 안동 대풍만두, 영천 삼송꾼만두, 김포 락원이북, 대전 개천식당, 목포 옛날손만두전문, 인천 신포우리만두, 청실홍실, 안산 국보만두, 파주 밀밭식당, 하남 만두집, 제주 면뽑는선생만두빚는아내 등이 유명하다.
서울 중국만두 맛집으로는 이태원 쟈니덤플링, 숙대 구복만두, 연희동 편의방, 후암동 산동만두, 마포 산동만두, 은평 마마수제만두, 연희동 오향만두, 방학동 수정궁, 낙성대 화상손만두, 이대 미스터서왕만두, 압구정 산동교자관, 신설동 킹수제만두, 신천 파오파오, 가리봉 월래순교자관, 연남동 연교, 마포 여명, 경희대 봉이만두, 홍대 진만두, 연남동 홍복, 을지로 오구반점, 신당동 소임식탁 앤 바오쯔, 방이동 서두산딤섬, 압구정 골드피쉬 딤섬퀴진, 신사동 쮸즈, 구로 린궁즈멘관, 명동 딘타이펑, 어린이대공원 빠오즈푸, 청담 몽중헌, 명동 크리스탈제이드, 양재 브루스리, 가로수길 삼창교자, 가로수길 딩딤1968, 을지로 바오차이, 서촌 포담, 한남동 웨스턴차이나, 대치동 하이보, 한남동 쥬에, 삼청동 몽중헌 안국점, 이태원 리치몬드, 강남역 딘타이펑, 사당 홍콩참치만두, 명동 딤딤섬, 신림 아리차이, 교대 하오차이, 서촌 차이치, 부암동 천진포자, 익선동 창화당, 혜화 바오쯔 등이 유명하다.
전국 중국만두 맛집으로는 인천 원보, 동인천 산동만두, 분당 야탑 덕발장, 수원 연밀, 수원만두, 의정부 신래향, 평택 태화루, 원주 동승루, 김천 중국만두, 대구 딤딤섬, 대전 연구단지 부연부, 대구 태산만두, 대구 영생덕, 수성구 범어만두, 부산 마가만두, 해운대 노홍만두, 부산 센텀시티 딤딤섬, 신발원, 홍성방, 금용, 명당만두, 상해만두, 중남해, 편의방, 18번완당집, 김해 만리향, 영천 삼송꾼만두, 제주 십원향, 서귀포 천일만두 등이 유명하다.
1. 중독적인 슴슴함, 서초 ‘봉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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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 없이 슴슴한 맛의 만둣국이 맛있는 집. 대표 메뉴는 맑은 양지 육수에 이북식 만두를 담아내는 ‘봉산만둣국’으로 결코 강하지 않은 맛임에도 수저를 멈출 수 없는 오묘한 매력의 만두 맛이 훌륭하다. 구수한 육향의 깔끔한 육수와 사이즈만큼이나 풍성한 식감의 만두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산뜻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만두피의 도톰함이 살아있어 만두 자체의 씹는 맛도 좋고 하나만 먹어도 든든할 정도로 속도 실한 편이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깻잎지 등의 반찬도 하나하나 과하지 않은 맛내기로 맛있고 만두와도 잘 어울리는 편. 보다 푸짐하게 즐기고 싶다면 겨울철 인기 메뉴인 ‘만두전골’도 좋다. 실한 만두와 가볍게 무쳐낸 양지를 수북히 담아 푸짐하고, 끓일수록 깊어지는 개운한 국물은 한겨울 추위에 얼어붙은 몸도 단숨에 녹여 준다. 시원하고 쨍한 산미가 일품인 김치말이국수와 고소한 맛의 오징어순대는 여럿이 나눠 먹어도 좋고, 술 한 잔 곁들여 안주로 즐겨도 더할 나위 없다. 기본에 충실한 이북식 만둣국을 경험해 보고 싶다면 부러 방문해 볼 만한 맛집으로 추천한다. 예술의 전당에서 가까운 위치에 있으니 공연이나 전시 관람 후 든든하고 맛있는 한식이 생각나면 들러도 좋겠다.
▲위치: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8길 5-6
▲영업시간: 평일 11:00 - 21:20(B·T 월-토 14:30 - 17:00), 토요일은 11:00 - 20:00까지, 일요일 휴무
▲가격: 봉산만둣국 1만4000원, 김치말이국수 1만3000원, 오징어순대 2만8000원, 만두전골 소 4만5000원
▲후기(식신 쮸♡): 만둣국 맛있네요 만두 일단 크고 실해서 좋고 담백해서 술술 넘어가는 맛이에요 소화도 엄청 잘 되구요 전골도 맛있지만 혼자 와서 빠르게 훌쩍 먹기에는 역시 만둣국이 최고인 것 같습니다. 추천드려요!
2. 호불호 갈리지 않는 서울식 만두, 일산 ‘미도향’
공식 네이버플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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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즙과 고기 감칠맛이 풍부한 만두를 다양하게 즐기기 좋은 맛집. 직접 만드는 만두를 사용해 ‘찐만두’, ‘만둣국’, ‘만두전골’의 형태로 선보이는데 하나같이 맛이 좋다. 부드러운 피에 돼지고기를 넉넉히 사용한 소를 푸짐하게 채워 넣은 만두 본연의 맛부터 상당하다. 피와 소를 분리하여 봐도 흠잡을 것 없이 좋지만, 한몸처럼 솜씨 좋게 빚어내어 일체감이 완벽한 수준이다. 씹자마자 입안 가득 차오르기 시작하는 농후한 육즙과 잡내 없이 묵직한 풍미도 발군이다. 핵심 재료인 만두가 이 정도로 맛있으니 진한 사골 육수에 말아내는 만둣국, 칼칼하게 끓여내는 전골도 당연히 맛있다. 구수한 사골국에 촉촉히 젖어 한결 더 고소해진 만두도 좋고, 전골로 오래도록 끓여 칼국수와 건져 먹는 만두도 만족스럽다. 만두전골이나 만둣국으로 본격적인 식사를 시작하기에 앞서 깔끔한 찐 만두 그대로의 맛을 우선적으로 경험해 보길 권한다. 만두는 사골 육수와 같이 냉동 만두의 형태로 포장도 가능하다.
▲위치: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대산로223번길 8-4
▲영업시간: 화-일 11:00 - 20:30, 월요일 휴무
▲가격: 얼큰만두국 1만1000원, 만두전골 중 4만2000원, 만두국 1만1000원, 떡만두국 1만1000원
▲후기(식신 닉네임어려워): 만둣국이랑 전골도 맛있는데요 여긴 그냥 기본 만두가 엄청 맛있는 집이라서요 고기만두 중에서도 되게 독특한? 희소성 있는 타입이랄까요 여하간 정말 맛나요 육즙이 가득한데 안 느끼합니다 찐만두로도 꼭 시키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