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고기야 많지만 우리네 삶에 가장 친숙하면서 맛까지 좋은 고기라면 역시 돼지고기다. 그중에서도 숯불을 중심으로 둘러 앉아 이야기와 함께 나누는 돼지고기 구이는, 부담없이 즐기기 좋은 육류 요리를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편안한 외식 메뉴로도, 수고를 나누는 회식 메뉴로도, 연말을 맞아 많아지는 모임 장소의 메뉴로도 돼지 구이만 한 것이 없다.
그중에서도 핫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식당들은 돼지의 품종, 원육의 숙성, 정형, 그릴링 솜씨 등을 연구하고 개선하며 맛의 한계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린 곳들이 많다. 돼지는 다 같은 줄로만 알았던 대중에게 대략 2010년대 중반에 들어서 국내에 돼지고기 품종 열풍이 불었는데, ‘이베리코’나 ‘YBD’등이 나타나면서 부터다. 아직도 줄을 서서 먹는 약수의 ‘금돼지식당’이 요크셔와 버크셔, 듀록 품종을 교배한 YBD라는 품종으로 공전의 히트를 친 이후 품종에 대한 관심이 크게 올랐다. 풍부한 육향, 부드러운 육질, 쫄깃한 식감, 마블링 등 어느 포인트에 중점을 두는지에 따라 품종을 달리 쓰는 집들이 많아 찾아가면서 맛보는 재미도 있다.
아무리 좋은 고기라도 입 속에 넣었을 때 ‘팡’ 하고 터지는 육즙을 맛보기 위해서는 굽기가 중요한데, 이러한 차세대 고깃집들의 숙련된 서버들은 식탁 위의 마에스트로처럼 완벽한 한 점을 선사한다. 또한 공간의 분위기부터 숯, 식기, 사이드메뉴까지 고기 외의 부가 요소 또한 세심하게 신경쓰면서 국내 고깃집의 상향평준화를 이끌고 있다.
오늘 소개할 식당들은 이 분야의 강자들. 친숙한 고기 구이의 대표격인 돼지고기 구이를 요리 수준의 놀라운 퀄리티로 선보이며 차별화 포인트까지 섬세하게 완성하여 돼지고기 구이 맛집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회식과 모임 약속이 잦은 올해 마지막 달을 맞이하며, 특별한 돼지구이 맛집 다섯 곳을 소개한다.
서울 돼지구이 맛집으로는 약수역 금돼지식당, 숙대 남영돈, 성수 대성갈비, 용산 삼각지 몽탄, 왕십리 땅코참숯구이, 신설동 육전식당, 마포 진짜원조최대포, 마포 조박집, 성산동 성산왕갈비, 목동 일미락, 한남동 두유테이블, 이태원 보광동 대성정육식당, 상봉 봉일천돼지부속, 논현 대삼식당, 이태원 잠수교집, 신논현 영동삼미숯불갈비, 을지로 동대문 경상도식당, 답십리 일광쪽갈비, 합정 신김치생삼겹살, 가좌 모래내돼지갈비, 마포 본점최대포, 마포 장수갈매기, 등촌 안동돼지갈비, 망원 성미골, 이태원 텅앤그루브조인트, 방배 구뜰집, 양재 추억의연탄갈비, 숙대 열정도고깃집, 도곡 마포집, 종로 익선동 미갈매기살, 서대문 고릴라, 광화문 남도식당, 시청 남매집, 마포 마포원조주물럭, 성북 성북동돼지갈비, 서울역 명동집, 종로 한도삼겹살, 인사동 도마, 합정 행진, 이태원 보광동 종점숯불갈비, 망원 한강껍데기, 서촌 대하식당, 성수 꿉당, 종로 오라이등심, 여의도 서글렁탕, 청담 현대정육식당, 보라매 월화고기, 논현 해몽, 사당 복돈이부추삼겹살, 봉천 부림식당, 문래 송원마포돼지갈비, 강동 풍년상회, 압구정 병철이네치맛살, 송파 고도식, 합정 육지, 삼성역 흑돈가, 숙대 조대포, 군자 장군갈비, 용산 고가길구공탄, 제기동 감초식당, 시청 삼성빨간양념숯불구이, 서촌 김진목삼, 숙대 상록수, 우이 북한산 인수재, 을지로 대원식당, 군자 노릇, 여의도 구마산, 잠실 부일갈매기, 삼성동 길목, 역삼 돝고기506, 반포 온유월식당, 을지로 산청숯불가든, 한남동 나리의집, 발산 산청숯불가든, 영등포 일차3.5숙성고기, 잠원 이모네식당, 신사동 W가나, 영등포 부일숯불갈비, 신당 우육미, 남영동 초원, 삼각지 풍성집, 신용산 숯불나라 삼각지점, 마포역 월화식당, 연남동 풀뜯는돼지, 종로 광주집, 동대문 혼고기, 을지로 초연, 마장 남원집, 십사 꿉당, 성수 일미락 등이 유명하다.
1. 이탈리안 셰프와 돼지고기 전문가의 만남, 을지로 ‘초연’
choyeon_euljiro님의 인스타그램(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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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피노, 마렘마 등 여러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성공적으로 운영 중인 김지운 셰프와 혼고기의 돼지고기 전문가이자 그릴링 마스터로 유명한 구교혁 대표의 합작.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여 머리를 모은 만큼, 조리법과 부위 손질 두 가지에서 타 업장들과 차별점이 확실한 것이 포인트다. 친숙한 부위를 독특하게 정형하고 손질하여 색다르게 즐길 수 있게 준비했고, 대부분의 부위를 숙성 후 초벌 한 뒤 테이블에서 마지막으로 살짝 구워 제공한다. 두 가지 차별화 요소로 얻어낸 초연만의 아이덴티티는, 넘치도록 풍부한 육즙과 소고기 같은 식감을 즐길 수 있는 ‘육즙생목살’과 비주얼부터 맛, 식감까지 모두 잡은 ‘토끼삼겹’에서 특히 선명하게 느낄 수 있다. 바삭함이 돋보일 때까지 익혀 잘 녹아내린 지방맛이 일품인 ‘장작업진살’과 친숙한 돼지양념갈비맛에서 새로운 정형과 그릴링 스킬로 재미요소를 더한 ‘돛단갈비’도 추천할 만하다. 강원도식으로 되직하게 끓여 내는 ‘횡계식 된장찌개’와 ‘들기름 국수’ 등의 식사류도 촘촘하게 맛과 푸짐함 모두 훌륭한 편.
▲위치: 서울 중구 수표로 50 1층, 2층
▲영업시간: 매일 15:00 - 22:00
▲가격: 육즙생목살 180g 2만1천원, 갈치속젓목살 200g 2만8천원, 돛단갈비 350g 2만7천원, 장작업진살 180g 1만9천원, 토끼삼겹 180g 2만8천원
▲후기(식신 이게내닉네임): 토끼삼겹 모양도 귀엽고 맛도 특별해요! 분위기도 독특하고 좋구요.
2. A부터 Z까지 돼지 한 마리의 모든 것, 신당 ‘혼고기’
hongogi_official님의 인스타그램(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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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한 마리를 통으로 두고 부위별 발골법, 맛과 식감의 특징, 그릴링 스킬까지 본격적인 교육과 미식이 어우러진 형태로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 돼지고기 부위별 특징에 대해서는 단순한 오마카세 업장의 큐레이션 수준이 아닌 전문적인 교육이 수반되는 업장이기에 체계적인 배움을 원하는 셰프들이 즐겨 찾는 집으로도 알려져 있다. 보통은 소고기로 즐기는 부위인 부채살, 새우살, 살치살을 통돼지고기에서 직접 발골 하여 숯이 아닌 말린 옥수수를 태운 불에 구워 먹는 독보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국내에서 유일무이한 곳이기도 하다. 특히 직화만으로 굽다가 군데군데 토치로 잔열을 가하고 손으로 눌러 그릴 마크를 내는가 하면 지방을 태우고 녹여 떨어트리며 풍미를 입히기도 하는 구 대표만의 독특한 그릴링 스킬은 오직 혼고기에서만 감상할 수 있는 묘미. 코스의 흐름에 맞게 곁들여 즐기기 좋은 와인도 대표가 직접 엄선하여 코스의 일부로 제공한다. 올해 예약은 물론이고 다음 해 예약도 대부분 차 있을 정도로 방문 난이도가 상당하긴 하나, 돼지고기에 진심이라면 꼭 한 번 방문해 볼 가치가 있다. 예약 대기 신청은 현재 이메일로 받고 있다.
▲위치: 서울 중구 동호로 20길 86
▲영업시간: 주 3일 18:00 - 24:00 영업
▲가격: 혼고기 코스 30만원 (변동)
▲후기(식신 요술봉뾰로롱): 돼지 한 마리를 이 정도로까지 탐구해본 적이 있나 싶어요.. 맛 외적인 부분으로도 최고의 경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