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역 인근에 위치한 내자동은 북쪽으로는 체부동, 동쪽으로는 적선동, 서쪽으로는 필운동, 남쪽으로는 내수동과 사직동과 접하는 동네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위치하면서도 한옥마을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어 번화한 도심의 화려함과 전통의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매력이 있다. 골목을 따라 죽 한옥 집들이 모여있다 보니 자연스레 한식당들의 명성이 높다. 주로 이런 식당들은 정재계 인사들이 비즈니스 미팅 차 만나거나, 인근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회식을 하기 위해 방문하는 일이 잦다. 때문에 내자동에서 살아남은 식당은 절대 그 손맛을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 어느 곳을 방문하든 음식맛에 ‘따봉’을 들 수밖에 없을 것.
내자동의 식당들은 SNS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주얼 화려한 음식도, 휘황찬란한 인테리어도 없지만, 식당의 기본인 ‘맛’을 지키며 손님 발길을 이끈다. 손님들로 채워진 테이블마다 흘러나오는 이야기보따리들도 식당의 푸근한 감성에 한몫한다. 레트로한 식당에서 회포를 풀었다면 한옥을 리모델링해 운치와 감각을 더한 위스키바를 찾아 요즘 감성을 더해보는 것도 좋다. 봄바람 불어오는 요즘, 좋은 사람과 함께 서촌의 하늘 아래 푸근하고 멋스러운 정치(情致)가 가득한 내자동을 방문해 보면 어떨까. 이번 주는 내자동에서 맛으로 기억에 남을 만한 맛집 다섯 곳을 소개한다.
1. 도심에서 즐기는 추억의 맛, ‘골목집김치찌개’

kkkk_jjung 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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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하고 편안한 스타일의 한식당. 보쌈이 아니라 ‘삶은돼지고기’라는 메뉴명에서 알 수 있듯이 메뉴 구색이 다소 투박하지만 술꾼들의 사랑을 받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삶은돼지고기는 주문 즉시 압력밥솥에서 삶아 갓김치와 배추김치가 더해져 서빙된다. 김치 맛이 다소 쿰쿰한게 특징인데 이게 또 이 집에서 파는 돼지고기나 홍어와 굉장히 잘 어울린다. 사이드 메뉴로는 새콤한 맛이 도드라지는 간재미 무침도 인기가 좋다. 양념 맛이 강한 편인데, 이 양념을 뚫고 느껴지는 살짝 삭힌 간재미의 맛이 혀를 톡 쏜다. 돼지고기와 간재미, 무침에 들어있는 미나리를 함께 삼합으로 즐겨도 퍽 잘 어울린다.
▲위치: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2길 14
▲영업시간: 매일 10:30-22:00
▲가격: 삶은돼지고기 3만원, 간재미무침 3만원, 홍어삼합 5만원, 계란말이 7000원
▲후기(식신 마포면먹러): 광화문에 이런 곳이 있을줄이야. 서비스는 투박하지만 따듯했다. 맛은 좋았고, 특히 수육과 밥이 좋았다. 정말 집에서 해먹는 맛이랄까. 소주를 같이 먹으면 더 좋을 곳
2. 낙지와 한우의 기막힌 만남, ‘우당탕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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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을 개조해 만든 정감 넘치는 낙지 전문점. 낙지탕탕이를 비롯한 연포탕, 낙지 비빔밥, 갈낙탕 등의 메뉴들을 선보인다. 메뉴를 주문하기도 전에 차려지는 기본 반찬들부터 정성스럽게 만든 태가 가득해 기분이 좋아지는 곳. 대표 메뉴인 ‘우당탕탕’은 신안 뻘낙지를 탕탕이로 만든 뒤 한우와 버무리고 깨를 듬뿍 뿌려 내는데, 사이사이에 박힌 청양고추가 매콤한 킥을 더한다. 정식을 주문하면 한우낙지탕탕이에 전, 생선요리, 연포탕이 코스로 제공되기 때문에 모임 시 활용하기 좋다. 연포탕의 시원한 국물맛을 맛보면 조금 협소하고 낡은 가게 분위기마저도 ‘찐맛집’의 기억으로 치환된다. 점심에는 갈비와 낙지, 전복이 들어가 깊은 맛이 일품인 ‘갈낙탕’도 인기가 많다.
▲위치: 서울 종로구 사직로12길 7
▲영업시간: 매일 11:00-22:00 매주 토·일 휴무
▲가격: 우당탕탕(대) 7만5000원, 갈낙탕 1만8000원, 우당정식(a) 1인 3만9000원
▲후기(식신 예쁨둥이): 사장님께서 친절하시고 반찬도 다 정성스럽게 만든 티가 나요. 맛도 있구요. 한우탕탕이는 청양고추를 넉넉하게 넣어서 같이 버무리셔서 매콤하게 감칠맛이 싹 돌아요. 장소는 조금 협소한 편인데 한옥주택이라 운치도 있고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