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시장을 고소한 냄새로 채우는 명물

먹는 재미가 가득한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의 명물 원조순희네빈대떡. 1994년에 처음 문을 연 이래 약 30년간 자리를 지켜온 맛집이다. 창업주 추정애 사장이 광장시장 내 8평짜리 노점에서 불판을 잡기 시작했는데, 시장골목을 채우는 기름 냄새와 저렴한 빈대떡 가격은 숱한 손님들의 발길을 멈춰세웠을 것이다. 점점 높아지는 인기에 시장 입구까지 줄이 이어지기도 했다고. 지금은 동생을 비롯한 가족들이 도우며 가게 운영을 이어가며, 광장시장의 대표 먹거리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돈 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먹지”

한 시대를 풍미한 노래 ‘빈대떡신사’의 한 구절이다. 멀쩡하게 양복을 빼입은 신사가 요릿집에서 무전취식을 하다 붙잡혀 문 앞에서 매를 맞으며 듣는 타박, 바로 ‘돈이 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 먹으라’는 말이다. 여기서 나오듯 빈대떡은 서민 음식의 상징이었다. 녹두를 곱게 갈아 채소를 넣고 기름에 지글지글 부쳐내 막걸리 한 잔을 걸칠 수 있는 값싸고 포만감 있는 서민의 한 끼. 바삭한 겉과 고소한 속살이 어우러져, 기름 냄새와 함께 시장통 골목마다 풍겨 나오던 그 향기가 있다. 비 오는 날이면 유독 생각나는 이유도, 뜨거운 기름 위에서 부쳐지는 소리와 고소한 향이 삶의 소소한 위안을 건네기 때문일 것이다.
순희네빈대떡도 서민들의 사랑을 통해 성장했다. 대표 메뉴인 녹두 빈대떡은 이 집의 자부심으로, 맷돌에 직접 간 녹두 반죽으로 만드는 전통 방식을 고수한다. 녹두를 잘 불린 뒤 거피를 제거하여 뽀얀 상태로 사용하는데, 쉽게 쉬는 품종인 만큼 품질관리에 아주 신경을 쓴다고. 또 전통 맷돌을 고수하는 이유도 맛에 있는데, 믹서로 갈게되면 부드럽게 갈리는 것 같지만 실제로 부쳐보면 전이 뻣뻣하고 맛이 없다. 밀가루나 전분, 쌀가루 등의 다른 재료 없이 녹두만을 갈아 만들기 때문에, 뻣뻣한 맛을 잡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이집은 맷돌로 갈아내는 방식으로 맛을 잡았다.
반죽에는 잘게 썬 대파와 생 숙주, 다진 마늘, 소금, 다진 김치로만 양념한다. 특히 다진 김치는 녹두의 맛을 해칠까 젓갈없이 별도로 담궈 1년을 숙성한 묵은지를 사용한다. 만든 반죽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물이 생겨 맛이 변하는데, 손님이 많아 바로바로 소진되는 것도 이집의 맛이 유지되는 이유다.
완성된 반죽을 크게 한 국자 떠서 큰 철판에 기름을 아주 넉넉하게 붓고 튀기듯 부쳐내는데, 일반적인 빈대떡에 비해 크고 두툼한데도 겉을 태우지 않으면서 속까지 속속들이 잘 익혀낸다.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운 불판 앞에서서 수십년을 일한 노하우가 그 완벽한 ‘익힘정도’를 만든다.
갓 부쳐낸 빈대떡의 식감은 부드럽기보단 조금 까실까실한데,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특유의 맛이 난다. 반죽에는 숙주나물과 묵은지를 곁들여 씹을 때마다 아삭한 식감까지 더했는데, 이렇게 정성껏 만든 빈대떡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식감의 조화를 자랑한다. 고기맛이 부족한 손님들을 위해 어느새 ‘고기완자’가 세트처럼 함께하는데, 마치 떡갈비를 먹는 듯한 달큰한 맛이라 남녀노소 호불호 없을 듯한 맛이다.
빈대떡과 완자는 기름에 튀기듯 지져 내기 때문에 자칫 느끼할 수 있지만, 함께 제공되는 새콤달콤한 양파절임이 그 느끼함을 잡아주는 훌륭한 짝꿍이다. 잘 익은 빈대떡 한 입에 아삭한 양파절임을 얹어 먹으면, 고소함과 새콤함이 어우러져 질리지 않는 맛을 낸다. 이러한 빈대떡은 막걸리와 최고의 궁합을 이뤄 시장을 찾은 손님들의 발길을 붙들어 놓으며, 맛과 양이 한결같아 한 번도 실망시키지 않는 곳이라는 후기가 이어질 정도로 꾸준한 인기 메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