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점 없는 고집, 성수의 원조 족발집

쫄깃한 껍질과 부드러운 살코기의 조화! 담백한 듯하면서도 기름의 풍미를 머금은 살코기 한 점은 입에 넣자마자 행복을 선사해주는 마법의 묘약이다. 덕분에 족발은 치킨과 더불어 국민 야식으로 사랑받아왔다. 족발의 원조는 장충동이라지만, 서울에서 유명한 족발로 늘 입에 오르내리는 곳들이 있다. 양재의 ‘영동족발’, 시청의 ‘만족오향족발’, 그리고 오늘 소개하는 성수의 ‘성수족발’이다. 영동족발은 1호점을 중심으로 별관 같은 지점들이 여러 개 있고, 만족오향족발은 체인 사업에 나서 어느 지역에서나 그 맛을 보기 쉽게 했는데, 성수족발만은 확장이나 분점 없이 처음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1983년 장질엽 사장님이 문을 연 성수족발은 2대째 대를 이어 운영되는 집으로, 반세기 가까운 세월 동안 변함없는 맛을 이어오고 있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외관과 실내 인테리어는 소박하고 낡았지만, 족발 맛 하나만으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진정한 노포의 풍모를 보여준다.
‘온족과 냉족사이’, 족발의 새로운 장이 열리다

족발은 이북지역 실향민들이 전파한 음식으로, 1960년대 서울 장충동 일대에서 큰 인기를 끌며 족발 골목이 형성됐다. 이 골목은 지금까지도 명맥을 이어오며 클래식한 족발의 상징처럼 남아 있다. 원래 전통적인 조리 방식은 돼지족을 간장과 한약재에 오래 조린 뒤, 한 김 식혀 편육처럼 썰어내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식히는 과정에서 껍데기와 지방이 굳어져, 족발 특유의 쫄깃하고 탱글한 식감이 살아났다. 담백한 살코기와 콜라겐 껍질의 조화가 이 음식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 그러던 중 1980년대 중반, 한 식당에서 손님이 몰려 미처 식히지 못한 족발을 그대로 내보낸 것이 계기가 되어, 따뜻한 상태로 제공하는 ‘온족발’이 등장했다. 이 족발은 껍데기와 비계가 물컹할 정도로 부드럽고, 살코기에는 양념이 잘 배어 있어 한층 진한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입소문을 타고 온족발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여러 족발집들이 이 방식을 따르게 됐고, 성수족발도 이런 변화의 흐름에 맞춰 조리 방식을 자연스럽게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만족오향족발, 영동족발과 함께 ‘서울 3대 족발’로 자리잡으며 오늘날까지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성수족발의 족발맛을 표현하라면 ‘달짝지근하면서도 짭쪼름한 맛’으로 압축할 수 있는데, 이는 온족발 특유의 장점을 극대화시킨 것이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껍질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흐를 정도로 매력적이고, 한조각을 집어 들면 껍질이 팔랑팔랑 넘어갈 정도로 부드럽다. 첫 입을 딱 먹으면 감칠맛의 폭풍이 미뢰를 강타하는데, 새우젓 양념을 찍지 않고 그대로 먹어도 꽤나 간간할 정도다. 이 ‘센 맛’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정도로 독특한데, 한번 빠져들면 먹고 난 후에도 입안에 은근히 달큰한 향이 맴돌 정도로 중독성이 있다.
때문에 전통적인 담백한 족발을 선호하는 이들에게는 다소 낯설 수 있는, 정반대의 스타일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이곳을 다녀온 손님들의 평가는 ‘극호’와 ‘불호’로 극명하게 갈리는 편이다. 하지만 좋아하는 이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첫 입이 가장 강렬한 족발”, “한 번 맛을 보면 자꾸 생각나 다시 찾게 되는 족발” 성수족발은 그런 중독성 있는 한입의 기억으로 손님들의 발길을 붙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