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기사

북엇국 한 그릇의 위로,
‘무교동북어국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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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네에서 제일 줄 많이 서는 집

 

 

서울 중구의 한 골목길. 새벽 공기가 채 가시기 전부터 허름한 한 층짜리 식당 앞에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반세기 넘는 세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 7시면 문을 여는 ‘무교동북어국집’ 앞이다. 이 집은 단 하나의 메뉴, ‘북엇국’만으로 수십 년간 서울 사람들의 속을 따뜻하게 달래온 노포(老鋪)다. 출근길 직장인부터 전날 술자리가 있었던 손님들까지 이 집을 찾는 걸음을 보면, ‘뜨끈한 국물 한 그릇으로 속을 풀고 하루를 시작한다’는 한국인의 생활상과 정서가 그대로 느껴진다.

 

무교동북어국집의 역사는 196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래 ‘터줏골’이라는 이름의 식당으로 시작했지만, 손님들 사이에서 “무교동 북어국집”으로 불리는 바람에 아예 간판도 그렇게 바꾸었다. 초기에는 여러 메뉴를 팔았지만, 북엇국 맛이 입소문 나면서 점차 북엇국 하나에 집중하게 되었다. 결국 단일 메뉴로만 승부하게 되었고, 그 선택은 대성공이었다. 점심때면 가게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서 주변 가게들이 “손님들이 길을 막는다”며 물을 끼얹거나 소금을 뿌린 적도 있었다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까지 전해진다. 그만큼 북엇국 한 그릇을 맛보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뜻이다. 가게 운영은 이제 창업주의 두 아들이 대를 이어 맡고 있다. 진광진, 진광삼 형제가 2대 사장으로서 가게를 책임진다.

 

 

“죽어가던 사람을 살려낸 약국 같은 식당”

 

메뉴가 북어해장국 단 하나이므로 들어서서 앉자마자 별도로 주문할 필요 없이 인당 한 그릇씩 국밥이 준비된다. 그야말로 한국인이 좋아하는 속도다. 탁자 위에 금세 차려진 북엇국 그릇에서는 고소하고 담백한 향기가 피어오른다. 국물은 뽀얀 색을 띠는데, 이것은 사골 육수에 북어를 함께 끓여낸 덕분이다. 이집은 모든 식재료 원물을 최고급으로 쓰는걸로 유명한데, 특히 메인 식재료는 단단하게 말린 통북어를 중심으로 맛에 따라 황태를 가감한다. 통북어는 매일마다 직접 찢고 손작두로 써는 방식으로 손질한다고. 보통 고된 일이 아니지만 맛을 위해 지켜온 한결 같은 고집이다.

 

 

뽀얀 사골 국물에 북어의 시원한 맛이 어우러져 첫 술을 뜨는 순간 속이 촉촉이 풀리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함께 들어간 큼직한 북어 살코기와 부들부들 고소한 맛을 담당하는 두부, 그리고 잘 풀어 익은 달걀은 씹을 것 없이도 목넘김이 부드럽고 속을 편안하게 감싸준다. 국물 자체의 간은 어느정도 되어있긴 하지만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해서 술로 지친 속을 달래기에 그만이다. 간이 모자라면 새우젓을 조금 넣으면 감칠맛이 더욱 좋아진다. 북엇국에 들어있는 북어는 단백질과 아미노산이 풍부하여 간 해독을 돕고 숙취 해소에 효과적이라 예로부터 최고의 해장 음식 대접을 받아왔다. 그래서일까? 이곳 국물을 들이켜는 손님들 표정에는 유난히 안도감과 편안함이 묻어난다. 식신의 한 유저는 ‘이 근방 어떤 병원보다 죽어가는 사람을 많이 살려낸 약국’과도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뜨끈한 북엇국 한 그릇이 몸에 퍼질 때의 그 안정감은, 반세기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지친 속을 어루만져 온 이 집만의 선물일 것이다.

 

 

든든한 김치 사총사, 그리고 넉넉한 인심까지

 

한 그릇 가득 나온 북엇국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것은 곁들이는 밑반찬. 배추김치, 오이지무침, 부추무침과 시원한 맛의 물김치인 나박김치다. 아삭하게 잘 익은 배추김치 한 점은 담백한 국물에 칼칼함을 더해주고, 소금물에 절였다가 새콤달콤하게 무친 오이지무침은 아삭한 식감으로 입안을 개운하게 해주어 국과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한다. 파릇한 부추무침은 싱그러운 부추 풋내음이 가시지 않도록 갓 버무려 만들어, 어떤 손님들은 북어해장국에 부추를 한가득 넣어 먹기도 한다. 요물은 바로 ‘나박김치’. 살짝 칼칼하면서도 새콤짭쪼름한 맛이라 이것만으로 해장하기 위해 들르는 손님이 있을 정도. 물김치를 한 수저 머금으면 입안이 깔끔히 정리되어, 다시 뜨거운 북엇국 국물을 떠넣는 순간 그 맛이 더욱 선명하게 느껴진다.

 

 

이곳은 늘 손님이 많지만, 세심하고 인심이 넉넉하기로도 유명하다. 메뉴는 한가지이지만 커스텀 주문이 가능한데, 북어, 계란, 두부로 이뤄진 재료들의 양을 늘리거나 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건더기 많이! 두부 빼고’, ‘북어 빼고’, ‘국물 많이’ 등이다. 어떤 손님들은 ‘건더기 다 빼고 국물만’을 청하는 손님도 있었다고. 모든 음식은 무한 리필이 가능한데 몇 번을 청해도 처음과 같이 친절하게 받아준다.

 

단골들의 히든 메뉴로는 ‘알 추가’가 있다. 이는 ‘계란 후라이’를 뜻하는 이곳의 은어로 메뉴판에는 없는 비공식 메뉴이지만 손님 사이에 알음알음 퍼졌다. 가격은 단돈 500원. 취향에 따라 반숙이나 완숙을 요청할 수 있는 것도 단골들의 팁이다. 또 ‘새우젓 무침’도 있는데, 새우젓을 대파와 참기름에 살짝 무쳐낸 것은 요청해야만 준다. 이건 국물에 넣거나, 밥에 비비거나, 계란 후라이와 함께 먹어도 맛이 좋다. 반세기 넘게 다녀간 숱한 손님들의 취향과 요청이 쌓여 이제는 이런 소소한 즐길 거리까지 생긴 것. 반찬 한 가지까지 허투루 내지 않고 최상의 상태로 내오는 이 집의 한결같은 손맛에 손님들은 두 번 감탄하곤 한다. 김치를 담그고 오이를 절이는 일도 모두 이곳 주방에서 직접 하기 때문에 “반찬 맛도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맛있다”는 평이 나온다. 맛집이라 불리며 바쁜 와중에도 기본을 지키는 성실함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변해가는 도심 속 지켜온 전통의 맛

 

무교동북어국집이 자리한 무교동·다동 일대는 한때 서울 도심 대표 환락가로 불리던 곳이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주변에 술집과 밥집이 빼곡했고 밤늦게까지 불야성을 이루곤 했다. 당시만 해도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이라, 무교동북어국집은 새벽 4시 통금 해제와 함께 문을 열어 밤새 술을 마신 손님들의 해장국을 책임졌다고 한다. 그 시절 이 골목에서 북엇국집의 존재는 술 마신 이들의 든든한 피난처와 같았던 것. 세월이 흘러 1980년대 이후 재개발로 주변 풍경은 현대식 빌딩들로 많이 바뀌었지만, 이 작은 국밥집은 변함없이 옛 정취를 풍기고 있다. 평일 점심엔 주변 직장인들로 북적이고, 주말 이른 아침엔 해장을 위해 모여든 단골 손님들도 예전과 다르지 않다. 다만 이제는 꼭 해장하려는 목적이 아니더라도, 가족 단위 손님이나 외국인 관광객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이 집 북엇국을 즐기러 찾는다. 어느 일본 잡지에 “북엇국이 피부 노화를 막아준다”는 기사가 실린 뒤로 일본인 손님들도 꽤 찾는 등 국제적인 관심도 받았다니 재미있는 일이다.

 

이곳에 앉아 식사를 즐기고 있노라면 15명 남짓 되는 직원들이 좁은 공간을 분주히 오가며 빈 그릇을 치우고 금세 새 손님을 맞이하는 광경이 마치 한 편의 군무처럼 느껴진다. 앉은 지 1분도 채 되지 않아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국밥이 척척 나오는 모습을 보면, 왜 많은 이들이 이 집을 두고 ‘이 시대의 진정한 패스트푸드’라고 농담하는지 실감이 될 정도. 국물이나 건더기가 모자라면 더 달라고 하면 되고, 밥도 한 공기 더 청할 수 있으니 허기진 배를 채우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식사를 마치고 나갈 때 “잘 먹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맛이 그대로네요!”라고 인사하는 단골 손님의 얼굴에는 만족감이 가득하다. 이처럼 변치 않는 맛과 인심이 있기에 세월이 지나도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것이겠다.

 

한 그릇 북엇국에는 단순한 재료 이상의 이야기와 정서가 담겨 있다. 무교동북어국집의 뜨끈한 국물을 떠먹다 보면, 어느새 50여 년 전 이 골목의 풍경과 그 시절 사람들의 삶이 겹쳐 보이는 듯하다. 당시 젊은 직장인이었을 누군가는 이제 백발이 성성한 노년이 되어 여전히 이 자리를 찾아오고, 어린 시절 부모 손을 잡고 왔던 아이는 장성하여 자기 아이의 손을 잡고 찾아온다. 이렇게 세대를 이어 추억과 맛을 공유하게 하는 힘이야말로 노포의 가치일 것이다. 언젠가 이른 아침 속이 출출하고 마음이 허할 때, 무교동 골목의 이 오래된 식당을 찾아 뜨끈한 북엇국 한 그릇으로 몸과 마음을 달래보는 것은 어떨까? 오래도록 변함없이 우리 곁을 지켜온 맛, 그 속에 담긴 진심 어린 환대가 당신을 맞이해 줄 것이다.

 

 

▲ 상호: 무교동북어국집 
▲ 주소: 서울 중구 을지로1길 38 
▲ 식신 별등급: 3스타 
▲ 영업시간: 평일 07:00-20:00, 주말 07:00-15:00 
▲ 추천메뉴와 가격: 북어해장국 1만원 
▲ 식신 ‘규슐랭님의 리뷰: 이 근방 어떤 병원보다 죽어가던 사람을 많이 살려낸 약국이다 시원시원한 북엇국 한그릇이면 1년전에 먹은 숙취도 없어진다 깔끔한 반찬도 아주 좋다

  • 무교동북어국집

    서울-강북-시청, 전골 > 한국음식
    출처 : chef_moon_n_sun님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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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kayo3135님의 인스타그램
    출처 : 한국관광공사 제공
    ‘무교동북어국집’은 1968년부터 지금까지 북엇국 하나로 승부해오고 있는 곳입니다. 식사 시간마다 기나긴 대기 행렬이 이어질 정도로 많은 인기를 자랑합니다. 대표 메뉴는 한우 사골 육수에 북어 대가리와 뼈를 우린 육수를 섞어 깊고 담백한 맛을 완성한 ‘북어 해장국’. 북어와 두부, 달걀이 어우러진 뽀얀 국물은 간이 자극적이지 않아 속을 부드럽게 달래줍니다. 북어 해장국은 처음에 삼삼한 국물을 맛본 후, 입맛에 따라 새우젓을 넣어 간을 맞춰 먹으면 됩니다. 북엇국은 리필이 가능한데 건더기만, 국물만, 건더기와 국물 같이 등과 같이 주문을 할 수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메뉴 정보

    북어해장국

    별 인증 히스토리

    맛집 근처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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