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바람이 선선한 날 서울의 밤, 삼겹살 굽는 연기가 허공에 피어오를 때면, 마음도 숯불처럼 달아오른다. 도심 뒷골목 사이사이 자리 잡은 야외 테이블에는 하루의 피로를 삼겹살 한 점에 털어내려는 이들로 북적인다. 화려하진 않아도, 야외에서 삼삼오오 둘러앉아 굽는 고기 앞에서는 누구나 조금 더 솔직해지고 정겨워진다.
사실 ‘야장’은 식당 앞이나 골목에서 야외 테이블을 펼쳐 놓고 고기나 술을 즐기는 공간을 지칭할 때 흔히 사용되지만, 공식적인 표준어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봄바람이 사근하게 불때면 ‘야장 맛집’을 찾는 사용자들로 검색어가 대폭 증가하기도 한다. 테이블이 완전히 실외에 있는 경우도 있지만, 루프탑을 활용하거나, 가게 전면의 폴딩 도어를 활짝 열어 반 야장 맛집의 느낌을 주는 곳들도 있다.
야장은 삼겹살을 가장 인간적으로 먹는 방식이다. 연기, 기름, 소주잔이 함께 어우러지는 풍경 속에는 진짜 서울의 저녁이 있다. 누군가는 퇴근 후 동료들과, 누군가는 오랜 친구와, 또 누군가는 연탄불 앞의 고기 한 점으로 계절을 보내고 맞이한다.
이번 주는 서울 도심 한가운데서 야외 삼겹살을 즐길 수 있는, 이른바 ‘야장 삼겹살’ 맛집 다섯 곳을 소개한다. 도심 한복판, 연탄불 위로 삼겹살 굽는 소리와 웃음소리가 어우러지는 저녁이 기다리고 있다.
서울 야장 삼겹살 맛집으로는 한남동 두유테이블, 반포 고속터미널 포석정, 을지로 전주집, 을지로 삼미정, 을지로 향촌식당, 익선동 미갈매기살, 익선동 광주집, 반포 고속터미널 육각고기, 종로 숙성의미껍데기, 종로 종삼육, 종로 풍년집, 종로 진풍, 종로 고운돈, 을지로 한양식당, 세운상가 진영이네, 을지로 베타서비스 오오옥, 종로 또와생고기, 익선동 익선세겹살, 익선동 익선정육, 익선동 익선삼교비, 신당동 태태삼겹 2호점, 낙성대 옥고집, 홍대 육산장 등이 유명하다.
1.옥상에서 즐기는 지리산 토종돼지, 반포 고속터미널 ‘포석정'
식신 라케님 리뷰
식신컨텐츠팀 제공
서울 도심 한복판 건물 옥상에 고깃집이 있다? 요즘 SNS에서 핫하게 떠오르며 웨이팅 없이는 먹기가 어려운 포석정이다.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10층에 위치한 식당으로, 넓은 옥상에 야외 테이블을 깔아놓고 시원한 분위기를 즐기며 식사를 할 수 있다. 저 멀리 남산타워도 보이고 밤이면 서울의 야경을 구경하며 먹기에도 제격이라 분위기 맛집으로 인기가 좋다. 대표 메뉴는 지리산 토종 돼지 구이로 삼겹살을 포함한 여러 부위를 담백한 소금구이와 고추장 소스를 바른 양념두루치기로 맛볼 수 있다. 도톰하게 썰린 삼겹살은 풍부한 육향과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다. 사이드 메뉴 중에서는 포기김치를 통으로 넣어 잘라 익혀주는 ‘김치찌개’가 인기가 좋다.
▲위치: 서울 서초구 신반포로 194,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0층
▲영업시간: 매일 12:00~22:00
▲가격: 지리산 토종돼지 1만9000원, 지리산 고추장두루치기 1만9000원, 김치찌개 1만원
▲후기(식신 디제이퐉): 불 향 가득한 고기를 옥상에서 먹으니까 분위기 진짜 대박ㅋ 고기 두툼하고 촉촉해서 씹을 때마다 고소한 맛이 올라와요. 김치찌개도 진짜 제대로! 익은 포기김치가 통째로 들어가 깊고 시원했어요.
2.갈매기 굽는 냄새가 가득한 동네, 익선동 ‘광주집'
jkh830918님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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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3가역 6번 출구를 나서면서부터 고기 굽는 냄새가 나는 야장의 메카. 익선동 한옥거리 방향으로 좁게 난 ‘갈매기살 골목’ 사이사이로 야장 분위기를 즐기며 식사를 하는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인기가 좋은 노포 ‘광주집’은 좋은 자리 차지하려면 꽤나 서둘러야 하는 맛집이다. 이 골목의 메뉴는 대부분 비슷한 편인데, 이곳도 ‘갈매기살’을 필두로 ‘생삼겹살’, ‘생항정살’, ‘생목살’ 등 다양한 구이 메뉴를 취급한다. 사이드 구성은 쌈채소와 소스들, 김치, 양파장 정도로 단출한데, 콩가루를 기본으로 제공하는게 특징. 여기에 포슬한 계란찜과 시원한 맛의 콩나물 김치국이 곁들여 지면 고기 먹을 준비가 완성된다. 실외지만 어닝을 길게 설치해 비가 오는 날에도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위치: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11나길 3
▲영업시간: 매일 15:00-24:00
▲가격: 생삼겹살 1만8000원, 생갈매기살 1만8000원, 껍데기 1만2000원
▲후기(식신 나도베네딕트): 익선동 특유의 골목 감성과 야장 분위기가 찰떡이에요. 갈매기살은 잡내 없이 고소하고, 콩가루에 찍어 먹는 맛이 별미입니다. 되도록 일찍 가서 야장 가는 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