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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닭구이를 만나다!
중림동 ‘호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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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꼬치 굽는 연기에 홀리는 곳

 

서울 중림동의 한적한 골목, 해가 지기 시작하면 작은 불빛이 하나둘 켜진다. 그중에서도 유독 진한 숯불 향이 퍼지는 곳, 바로 1986년부터 40년째 자리를 지켜온 ‘호수집’이다. 외관은 소박하고도 오래된 분위기를 풍기지만, 가게 앞에서 풍기는 닭꼬치 굽는 냄새는 무심한 행인도 발길을 멈추게 한다. 타닥타닥 숯불 위를 연주하듯 닭꼬치를 굽는 장인을 뒤로하고 실내로 들어서면, 주방을 바쁘게 오가는 직원들과 손님들의 대화소리, 노포특유의 정감있는 분위기가 가게 안을 꽉 채우고 있다. ‘닭꼬치 굽는 연기에 홀려 들어가면, 사람냄새 나는 분위기에 반하는’ 그곳이 바로 호수집이다.

 

 

터줏대감 만든 닭꼬치의 맛

지금은 길거리 간식이나 이자카야 안주로 흔히 만나는 닭꼬치지만, 호수집은 닭꼬치라는 메뉴가 대중화되기 전인 1980년대 중반부터 이 메뉴를 주력으로 삼았다. 이 집의 닭꼬치는 흔히 보는 꼬치와는 다르다. 매일 새벽, 사장님이 직접 손질한 생닭을 쓰며, 양념 또한 하루 전날 미리 숙성시켜 연탄불과 가장 잘 어우러지도록 배합한다. 꼬치에는 뼈가 없는 닭 정육과 함께, 뼈가 붙은 닭 날개와 넓적다리 부위를 큼직하게 잘라 통째로 꽂는다. 그 뒤에 연탄불에서 직화로 굽기 시작하는데, 타지 않게 익히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그만큼 속살까지 골고루 배어든 불향이 탁월하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고소한 연기와 기름의 향이 이 가게 앞을 지나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오후 5시가 넘어야 불판에 올라가는 이 닭꼬치는 하루 준비되는 양이 정해져 있어 '1인당 2꼬치' 제한이 있으며, 반드시 닭도리탕과 함께 주문해야 하는 독특한 원칙도 있다. 생산 수량이 적은 만큼 여러 손님이 두루 먹을 수 있도록 한 규칙이지만, 지금은 이 가게만의 전통이 되었다. 그나마도 늦게 가면 품절되는 날이 부지기수다.

 

 

연탄불에 구워진 닭고기 표면은 달큰한 맛의 양념이 윤기 있게 스며들어 있고, 가장자리는 살짝 타듯이 그을려있어 바삭한 껍질의 식감을 살렸다. 한 입 베어 물면 육즙이 그대로 살아있고, 닭껍질의 고소함이 입 안에 퍼진다. 소스는 은근한 단맛과 짭조름한 감칠맛이 도드라져, 불향과 조화를 이루며 먹을수록 뒤끝이 깨끗하다. 오랜 단골 사이에서는 “이 집 닭꼬치는 두 개로 부족하다”는 말이 괜한 농담이 아니다.

 

 

땀 흘려 끓인 진국 닭도리탕

 

닭꼬치로 입맛을 돋웠다면, 다음은 호수집의 또 다른 간판 메뉴인 닭도리탕이다. 탁자 중앙에 놓인 가스버너 위로 커다란 냄비를 올려 놓고 끓여가며 먹는다. 닭고기, 감자, 대파, 떡, 버섯 등이 듬뿍 들어가고, 그 위에 자르지 않은 통 깻잎을 툭툭 올려냈다. 무심한 듯한 플레이팅이지만 노포 분위기와 어우러져 침이 꼴깍 넘어간다. 육수가 본격적으로 끓기 시작하면 점점 진득한 국물로 변하고, 숟가락으로 휘저으면 바닥에 숨은 감자가 부드럽게 풀린다.

 

이 집 닭도리탕은 한 마디로 표현하면 '묵직하면서도 담백하다'. 매콤한 양념이 자극적이지 않고, 속을 편안하게 데워주는 깊은 맛이 있다. 고기는 오래 끓였지만 퍽퍽하지 않고 부드러워, 살코기와 국물을 함께 떠먹으면 그 조화가 일품이다. 무엇보다 감자와 함께 떠먹는 한 입, 그리고 곁들여 나오는 파김치를 얹으면, 그야말로 숟가락이 멈추지 않는다. 서울 한복판에서 이토록 진솔한 닭도리탕을 맛볼 수 있다는 사실이, 마치 오래된 친구를 다시 만난 듯 반갑다.

 

마무리로는 역시 '한국인의 디저트' 볶음밥을 빼놓을 수 없다. 볶음밥을 청하면 웍을 가져가 닭도리탕 국물에 참기름, 김가루를 더해 볶아주는데, 고소한 감칠맛이 폭발하는 볶음밥을 먹으면 비로소 '닭꼬치-닭도리탕-볶음밥' 코스로 배불리 마무리를 할 수 있다.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

호수집은 메뉴 자체보다 그 메뉴를 대하는 방식에서 진가가 드러난다. 닭꼬치나 닭도리탕은 다른 식당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요리지만, 이곳에서는 평범한 메뉴가 유독 특별하게 다가온다. 정직하게 손질한 재료, 한결같은 조리 방식, 손님과의 오랜 신뢰가 더해져 비로소 '잊히지 않는 맛'이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사람과 사람 사이에 흐르는 정이다. 마치 가족을 대하는 듯한 사장님의 다정한 한마디, 바쁠 때 알아서 척척 일손을 돕는 손님들, 자리 없는 이에게 먼저 자리 내주는 단골의 모습까지… 호수집은 음식이 아니라 '분위기'와 '기억'으로 사랑받는다. 맛있다는 이유만으로 오래가는 식당은 없다. 따뜻한 정이 살아있는 이유가 더해질 때, 비로소 전설이 된다. 호수집은 단순히 ‘오래된 식당’이라는 타이틀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정서와 시간을 품고 있다. 메뉴는 단출하지만, 이 집에서 느껴지는 공기는 따뜻하고 사람 냄새가 난다.

 

익숙한 맛 속에서도 특별함이 살아 있는 건, 정직한 조리와 손님을 향한 진심 덕분이다. 땀이 뻘뻘 나는 여름 한복판에도, 칼날 같은 바람이 부는 매서운 겨울에도 매일같이 연탄 화덕 앞을 지키는 모습엔 말없는 신념이 배어 있다. 그런 모습에 반해 단골이 되고, 단골이 모여 다시 이 공간을 채워왔다. 요즘처럼 빠르고 화려한 외식 문화 속에서, 호수집은 여전히 느리고 담백한 서울을 보여준다. 요즘처럼 빠르게 유행이 바뀌는 시대에, 한 가지 방식으로 한 자리를 지켜온 이 집의 태도는 더없이 소중하다. 이곳의 연탄불은 단순히 고기를 익히는 열원이 아니라, 세월을 지켜온 마음의 온도이기도 하다.

 

▲ 상호: 호수집 
▲ 주소: 서울 중구 청파로 443 
▲ 식신 별등급: 3스타 
▲ 영업시간: 월~토 11:10-22:00 (B·T 14:00-17:00), 매주 일요일 휴무 
▲ 추천메뉴와 가격: 닭꼬치 3000원, 닭도리탕(대) 3만9000원, 볶음밥 2000원 
▲ 식신 ‘띠드버거주세용’님의 리뷰: 대부분 간단히(?)한잔하기엔 양이 많은 메뉴들이다보니 꼬치만한게 없더라. 입구에 앉아 구워내시는 사장님. 길에 흐르는 꼬치냄새. 그냥 지나치기 힘든 구역

  • 호수집

    서울-강북-서대문/충정로, 닭볶음탕/닭갈비/닭발 > 한국음식
    출처 : 호수집 인스타그램 검색 결과
    출처 : 식신 회원 '129448' 님의 리뷰 이미지
    출처 : 식신 회원 '129448' 님의 리뷰 이미지
    출처 : 인스타그램
    출처 : 인스타그램
    연탄불 직화로 갓 구워낸 닭꼬치는 고추장 양념과 불맛이 배어 있으며 뼈째 먹는 식감이 예술입니다. 이외에도 식사하기 좋은 닭도리탕과 오삼불고기도 있어 취향에 맞게 주문하여 드시는 걸 추천합니다.

    메뉴 정보

    닭꼬치, 닭도리탕 특대, 볶음밥, 사리추가, 오삼불고기, 오징어불고기

    별 인증 히스토리

    맛집 근처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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