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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신 기사식당 로드
제 7화 수원 경주기사식당,식신 기사식당 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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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식당 로드

제 6화

<택시기사의 쉼터, 수원 경주기사식당>



나의 오랜 친한 벗들 중에는 독특한 친구가 하나 있다. 평상시에도 재미있는 친구이지만, 가장 화성인 다운(?) 면모를 드러낼 때는 함께 스포츠를 볼 때다. 한국 축구 국가 대표 팀의 친선 경기가 있던 어느 날이었다. 오래간만에 친구들과 얼굴도 보고 축구도 관람할 겸 해서 큰 모니터가 설치된 시끌벅적한 펍을 찾았다. 경기 시작 전 친구들과 오늘의 승리자와 스코어에 대해서 열띤 논쟁을 벌이다가, 슬슬 화면 속으로 시선이 고정될 즈음, 이상한 그 녀석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화면으로부터 등을 돌린 채 수그리고 있는 친구가 이상해서 “화면에서 무슨 귀신이라도 나오느냐?”하며 툭 건드렸더니 자기는 절대 경기를 보면 안 된단다. 어이가 없어서 물었더니 자기가 경기를 보기만 하면 어이없이 역전패를 당한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란다. 그리고서는 그 녀석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경기는 그 녀석의 바람과는 반대로 지고 말았지만...


누구나 징크스가 있다. 내게도 한 가지가 있는데 ‘집에서 좀 떨어진 곳으로 여행을 가기만 하면 날씨가 궂다.’는 거다. 비는 기본이고 태풍 바람 때문에 펜션 기와가 날아간 적도 있다. (40여 채의 단지 중에서 내가 있던 곳만!) 오늘 기사식당 로드의 목적지인 수원은 관광 목적으로는 딱 2번 가봤는데, 한 번은 몇 해 전 TV 프로그램에서 통닭 골목을 봤을 때(가마솥에 담긴 기름에 닭을 맛깔나게 튀기는 장면을 보고 바로 출발했던..)였고, 그리고 지난 주말 기사식당 로드 취재를 위해서였다. 두 번의 방문 모두 비가 내렸다. ‘나는 水원의 모습만 보고 가는구나’하는 아쉬운 심정이 들었다.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수원역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여러 택시 기사님께 오늘 방문할 식당에 대해 물었더니 주저 없이 수원 기사식당 중에서는 가장 유명한 곳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별 고민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수원역에서 3km 남짓을 이동해 수원 화성의 정문인 장안문을 만날 수 있다. 도시 한가운데 거대한 성곽이 들어서 있는데 과거와 현대가 만난 듯한 이색적인 풍경이다. 성곽길을 따라 산책을 즐기는 사람이나, 이따금씩 지나가는 붉은 용 모양의 귀여운 관람 열차가 정겨운 느낌을 준다. 장안문에서 5분 남짓 걸으면 오늘의 목적지인 경주 기사식당을 만날 수 있다.


인기 있는 식당답게 주차장은 만차였고 쉴 새 없이 차가 들락거렸다. 안으로 들어서니 바쁜 직원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ㅣ위엄 있는 자태의 장안문




ㅣ기사식당 인근에 있는 LPG 주유소. 식당과 가까운 탓에 이곳도 붐빈다.




ㅣ경주 기사식당의 외관




ㅣ주차장의 실제 크기는 사진상의 2배 규모인데, 이미 만차였다.





경주 기사식당은 올해로 딱 30년을 맞았다. 처음엔 고등동에서 운영을 하다가 97년도에 지금의 자리로 이사를 왔다고 한다. 수원에 위치한 식당인데 왜 경주라는 상호가 들어가는지 궁금했다.


“어머니가 이북에서 사시다가 6.25 한국 전쟁이 발발해 남쪽으로 피난을 왔어요. 끝없이 남쪽으로 걸어서 경주에 도착했고, 그곳에 정착을 했지. 그래서 우리 어머니의 제2의 고향은 바로 경주예요. 지금도 외가 분들은 다 경주에 계시고. 그러던 중 어머니가 수원으로 시집을 오게 되면서 식당을 열었는데, 고향인 경주의 이름을 붙여 시작하게 되었어요.”


모진 세월을 겪은 어머니는 이제 지긋한 연세의 할머니가 되었지만 아직도 음식 하나하나를 신경 쓰며 주방을 총괄하고 계셨고, 지금은 그 아들이 카운터와 식당 운영을 맡고 있다. 그리고 점원들의 나이도 젊지 않은 편인데 그도 그럴 것이 이 식당은 손님이 많아 웬만한 사람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나가버리는 탓에, 남아있는 직원은 최소 10년 이상 일을 함께 해온 사람뿐이라고 한다. 그 때문인지 직원들끼리의 합이 잘 맞았다.


또 한가지 독특한 점은 2개 이상의 좌식 테이블이 들어갈만한 자리를 비워두고, 손님들이 장기나 바둑을 둘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이다. 때마침 따뜻한 아랫목에서 몸을 녹이며 장기를 두시는 기사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ㅣ좌식 테이블 공간. 주로 2인 이상의 손님이 앉는다.




ㅣ홀 모습. 택시 기사님의 차지.




ㅣ택시 기사님들이 숨을 돌릴 수 있는 전용 ‘쉼터’




ㅣ손 때 묻은 바둑과 장기판




ㅣ메뉴판과 함께 분주한 주방의 모습




ㅣ시선은 항상 손님에게





테이블마다 가스레인지가 하나씩 연결되어있어 대부분의 음식을 테이블 위에서 불을 켜 따뜻하게 데우면서 먹을 수 있다. 찌개류를 주문하면 화력이 좋은 곳에서 한번 끓인 후에 손님상으로 가져다주어 바로 먹을 수 있다. 동태찌개와 제육볶음이 가장 인기 메뉴인데 오늘은 비도 추적추적 내리는 것이 몸이 으슬으슬한 느낌이 들어 동태찌개를 주문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나와 같은 마음인지 동태찌개 손님이 많았다.


음식을 주문하면 반찬을 착착 가져다준다. 반찬은 아침, 저녁, 새벽으로 하루 3번 바꾼다. 24시간 영업을 하는 곳이니 직접 장을 보러 다닐 시간은 없다. 대신 오랫동안 거래를 해온 인근 재래시장의 상인들이 알아서 재료를 가져다준다. 하루 3번 신선한 식자재가 들어오면 주방에서 맛깔스러운 반찬으로 만들어낸다. 이 때문에 식자재 재고는 거의 없다고.


반찬의 맛을 하나씩 봤더니 전반적으로 간이 다소 세다. 담백한 밥알에 자꾸 손이 가는 바람에 배가 부른데도 밥을 추가할 수밖에 없었다. 동태찌개는 토실토실한 동태가 4토막 들어있었고, 두부와 각종 야채들이 푸짐하게 들어있었다. 가격 대비 만족스러운 맛이었다.






ㅣ푸짐한 동태찌개(1인분에 5천 원이고 사진은 2인분이다)




ㅣ반찬과 함께




ㅣ한번 끓여 나오니 바로 먹으면 된다.




ㅣ푸짐하게 떠서 덜어 먹는다.




ㅣ자꾸 자꾸 손이 가요~




ㅣ짭조름했던 반찬들





하루 동안 이곳을 방문하는 손님 수는 약 700명에서 800명 수준으로 일반 식당에 비해 굉장히 높은 편이다. 하루 세 번 다른 반찬으로 식사를 준비하고 손님을 맞아야 하는 업무 강도 탓에 몸이 성할 날이 없다. 그러던 중 어느 날 하루는 사장님이 단골손님에게 ‘몸이 아프다’라고 흘러가는 말을 했는데, 그것을 들은 손님이 나가서 약을 사 왔더란다. 사장님은 그때의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이었다.


“지금도 하루에 7할 이상은 매일 보는 손님들이에요. 오래 장사를 하다 보니 손님이 전부 동네 형님과 아우들이 되었어요. 우리 가족과, 직원들과, 손님들이 같이 늙어가는 느낌이라고 해야 되나. 지금은 그냥 손님이 많은 재미로 장사를 합니다. 앞으로도 그럴 거고요.”


식신의 TIP


•주소: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영화동 438-11

•메뉴: 동태찌개 5천원, 제육볶음 7천원

•영업시간: 24시간

•밥 추가: 1,000원

•자판기 커피: 무료

•주차공간: 26대








  • 경주기사식당

    경기-수원-권선구/장안구, 가정식/백반 > 한국음식
    출처 : 식신 컨텐츠팀 제공
    출처 : 식신 기사식당로드
    출처 : 식신 기사식당로드
    출처 : 식신 기사식당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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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시간 기사식당. 개점한지 30년 된 곳. 메뉴로는 된장찌개, 김치찌개, 오징어 찌개, 부대찌개, 생선구이, 삼겹살 등이 있으며 동태찌개와 제육볶음이 인기메뉴. 반찬은 아침 저녁 새벽 하루 3번 바뀌며 전체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다. 테이블마다 가스레인지가 하나씩 있어 따뜻하게 데우며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매장은 좌석과 테이블석으로 나뉘며 식사시간에는 웨이팅이 있는 곳

    메뉴 정보

    동태찌개, 백반, 된장찌개, 김치찌개, 오징어찌개, 순두부찌개, 부대찌개, 생선구이, 제육복음, 삼겹살

    별 인증 히스토리

    맛집 근처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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