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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육회라는 걸 알았을 때, 시뻘건 고기를 날로 먹는다는 걸 알았을 때 충격은 꽤나 컸다. 이만한 술안주도 없었만 동시에 이런 식사도 없었다. 나는 날것을 못 먹는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음식 자체에 서려 있는 귀티를 먹지 못하는 거였다. 그리고 그만큼 비쌌다. 육회는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다.
시간이 많지만 돈은 없었던 그때, 육회를 이런 가격에 낸다는 것이 놀라웠다. 심지어 맛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허름한 가게에 바글바글한 손님들은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증명하고 있었다.
고소한 소의 기름맛이 달짝지근한 배와 섞인다. 비릿한 향의 날계란이 사르르 목구멍을 넘어가고 나면, 어느새 지방과 살코기의 맛으로 입이 가득 찬다. 목구멍으로 넘긴 후에 남은 살짝의 텁텁함은 소주 한 잔으로 씻어낸다. 그리고 다시 젓가락을 든다. 육회는 이렇게 먹는다.
처음 자매집을 찾은 이후로 시간이 꽤나 흘렀다. 그동안 다른 육회집들의 고가 프리미엄은 벗겨졌고, 이제는 육회라는 부의 상징이 무한리필의 대상으로 전락하기까지 했다. 그동안 자매집의 가격은 크게 변함이 없다. 그 편한함도 여전히 변함없다. 그래서 찾는다. 사실 순수하게 맛을 놓고 보자면 더욱 뛰어난 집이 많을 터다. 시간이 사라진 대신 돈이 조금 더 생긴 지금에는 나도 이보다 뛰어난 육회를 몇 군데 알고 있다. 그러니 맛을 평가하자면, 평균보다 살짝 위인 이정도가 적당할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아직 포근하고 편안하다. 고향을 찾는 것과 조금은 비슷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