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가장 크게 쓴 바가지
지인 둘까지 꼬득여 맘 먹고 찾은 이 집
너무 짜고 잘게 썰어 그나마도 너무 맛이 없어 도대체 이것을 무엇으로 불러야 할까를 고민하게 만든 김치라는 이름의 정체불명의 야채 쪼가리들
정말 말라 비틀어져 풋고추로 찍어도 찍어지지 않을듯한 재사용이 의심되는 쌈장도 아닌 된장 한 덩어리
겉이 마르다 못해 꼭지는 완전히 누런 풋고추 두조각
정말 세어서 올렸을 듯 내가 갯수를 셀 수 있었던 아주 아주 정말 아주 희미한 오이채와 무우채 고명
세 그릇에 만이천원
현금영수증 해드릴까요 물어도 안보는 주인
나오는데 왜 내 얼굴이 화끈거린던지
최고의 음식을 바란 것도 싸서 간 것도 아니었다
그저 예전에 시골에서 할머니가 해 주시던 소박한 그런 국수를 먹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 그거 하나였는데
맛도 자부심도 인심도 없는 싸지도 않은 사천원 짜리 국수를 먹고 영수증도 못받고 나왔네
이렇게 기분이 더러울수가
나오는 길에 난 결국 맥도날드에서 만오천원 짜리 점심을 다시 쏴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