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개인 하늘
의표/방태일
하루종일 내리던 비에
종잡을 수 없는 상념에 젖었습니다.
어느새 하루해가 지고
검푸른 밤이 찾아와
지친마음 달래려
호젓이 걷는 길
비개인 하늘에
홀로 떠있는 달을 보았습니다.
구름이 호위하듯
펼쳐진 월광의 기세
구름의 흐름이 마치
달이 흘러가는 착시에
내 마음도 흐릅니다.
세월의 진행을 잠시
전선줄에 묶어보려는
아쉬움 한 잔 술에 털어버리고
시차의 현실속에
다시 걷는 나의 길......
나의 별이여
의표/방태일
그리움이
밀물과 썰물처럼
교차할 때
문득
옛 시절이 생각납니다.
보고파
울먹이며
고인 눈물 감추려
하늘을 바라보았죠.
밤 하늘의
수 많은 별들이
프리즘에 투과된 듯한
번짐이
어느새
또르르 흐르고
씻기운 동공엔
하나의 별만
가슴깊이
들어와 앉았습니다.
지금도
그 하나만
나의 마음에 흐릅니다.
그리운 사람
의표/방태일
오늘은 보고싶고
그리운 사람이 떨어지는
낙엽의 수 만큼 다가옵니다.
비록 사랑은 아니라 해도
눈물이 비를타고 흐르는 이밤
그대를 보고파
수 많은 촛불을 가슴에 지폈습니다.
단지 내 마음만 채우려
기도 드리며 울지 않았습니다.
향기를 맡고 싶어서
진한 사람의 내음이 간절하여
조용히 눈을감고
그대를 떠올립니다.
세월이 가면
의표/방태일
잊혀질 줄
알았습니다
지난 시간의 거스름
과거로 젖어들기 싫은
나의 마음입니다
단지 내 마음일 뿐
그러나
살아있을 때
내가 살아가는 길
오로지 나만의 길입니다
스스로의 삶을 사는
홀로 길을 가는 나그네는
뒤를 돌아보지 않네요
세월이 간다고
잊혀지는
삶은
슬프지만
웃으며 버리고
나누며 살아가야 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