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로 떠나는 B급 구르메 투어

대구는 ‘외식문화 발전소’다. 호남과 경기 지역에 비해 ‘음식이 맛없다’는 편견은 대구에 수많은 맛집들이 존재하는 원동력이 됐다. 국내 유수의 식음료 프랜차이즈 업체의 상당수는 대구에서 시작했다. ‘교촌치킨’, ‘호식이 두 마리 치킨’, 처갓집 양념통닭’ 등 우리에게 친숙한 치킨 브랜드 중 상당수는 대구와 인근 영남지역이 고향이다. ‘미즈컨테이너’, ‘서가앤쿡’ 등 최근에 서울에서 가장 장사가 잘된다는 레스토랑도 시작은 대구에서 했다. 대구에서 유명한 음식들은 따로국밥 정도를 제외하면 근래에 생겨났다.

우리나라에서 3번째로 큰 도시라는 구매력과 대구사람들 특유의 적극성은 새로운 메뉴들을 끊임없이 만들어 냈고 경부선 철도와 경부고속도로를 따라 전국으로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대구에는 초대형 고급 음식점들도 즐비하지만 근래에 ‘맛집’으로 손꼽히는 곳은 ‘돼지곱창’, ‘연탄불고기’, ‘납작만두’ 등이 인기다. 이른바 B급 구르메*에 속하는 이런 식당들은 대구 시내 구석구석 보석같이 박혀있다. 다양한 맛의 세계가 있는 대구의 속살 깊숙이 들어가 보자.

*B급 구르메=하위문화를 뜻하는 B급과 미식을 뜻하는 프랑스어 구르메의 합성어로 1980년대 일본에서 처음 생겨난 말이다.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저렴한 음식을 맛보는 식도락을 의미한다.

글․사진 전경우(스포츠월드 기자)

납작만두

대구의 길거리 음식 중 가장 유명한 아이템이다. 이름은 만두라지만 원래 걸뱅이(거지)만두라 불렸을 정도로, 속에 든 것이 거의 없다. 부침개처럼 기름에 부쳐 먹는데 담백 고소한 맛에 출출할 때 간식거리로 딱이다. 그냥 간장만 뿌려 먹어도 좋고 채 썬 양배추를 넣은 매콤한 쫄면과도 썩 잘 어울린다. 납작만두로 유명한 곳은 ‘미성당’이다. 홈페이지(www.미성당납작만두.kr)도 제대로 갖춰놨고 택배 주문도 받는다.

평화시장 닭똥집 골목

평화시장 닭똥집 골목에는 30여 곳이 간판에 ‘똥집’을 내걸고 성업 중이다. 대부분 똥집(근위)을 튀김옷에 입혀 튀겨 ‘프라이드와 양념’ 식으로 내오는데, 쫄깃한 맛도 좋을 뿐 아니라 무척 저렴하고 푸짐하다. 바삭한 튀김옷도 맛좋고 질겅질겅 씹는 고소한 맛도 좋아 맥주 한잔 곁들여 먹기 딱 좋은 안주다.

안지랑 곱창골목

푸짐한 돼지곱창구이로 전국구 맛집 골목으로 떠오른 곳이다. 유명세를 얻게 되면서 골목 입구에는 인증샷 촬영용 포토월까지 만들어 놨다. 양쪽으로 늘어선 40여 곳의 가게들은 공동으로 재료를 구매해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한다.

이곳의 시스템은 대부분 비슷하다. 매콤한 양념의 돼지곱창을 큰 바가지 하나에 1만원을 받는다. 한 바가지면 장정 서넛이 술안주로 하기에 충분하다. 돼지생막창은 이보다 좀 더 비싸다. 쫄깃쫄깃하고 칼칼한 곱창에 ‘참소주(대구 지역의 로컬 소주)’ 한잔 곁들이면 천국이 따로 없다.

북성로 연탄불고기

대구사람들이 2차, 혹은 3차를 위해 찾아가는 곳은 북성로 철물 공구 골목이다. 이곳에는 밤에만 영업하는 거대한 포장마차 스타일의 연탄 불고기집들이 즐비한데, 따끈한 우동 한 그릇을 함께 먹는 것이 특이하다. 얇게 저민 돼지고기에 달달한 양념을 한 것은 별다른 것이 없지만 포장마차 특유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압권이다.

술꾼들의 지친 속 달래주는 뜨끈한 콩국

대구에서 술을 꽤 마셨다면 마지막 코스로 콩국집에 가는 것이 정석이다. 대구에서 콩국이란 뜨거운 콩국물에 달달한 튀김을 넣어서 먹는 중국의 토우장(豆醬)과 비슷한 음식을 뜻한다. 남산동 ‘제일콩국’은 24시간 운영해 술꾼들과 야간 근무자들의 휴식처 역할을 한다. 콩국과 토스트를 함께 파는데 그 맛이 기가 막히다.

해장에는 ‘고디이탕’이 최고

‘고디이’는 영남지역에서 다슬기를 뜻하는 말이다. 남구청 앞에 있는 ‘일억조 고디이탕’은 다슬기와 배추를 듬뿍 넣어 녹색 국물을 내는 정통 다슬기탕 집이다. 시원한 국물에 칼칼한 청양고추를 넣어 먹으면 한결 깔끔하고도 맛깔 난다. 후루룩 후루룩 국물을 들이키다 보면 숙취 따위는 단번에 날아간다. 밥을 말아도 좋고 속이 좋지 않다면 국물만 들이켜도 된다.

서문시장 칼국수

삼남에서 가장 번성한 서문시장은 근대골목 투어 코스와 가깝고 코인라커에 짐을 보관할 수 있어 여행객들이 찾아가기 알맞다. 온갖 먹거리들이 드넓은 시장에 지천으로 깔려있어 배가 고플 때 찾아가면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게 만드는 곳이다. 시장에서 맛볼 수 있는 대부분의 메뉴가 다 있지만 칼국수가 특히 유명하다. 칼국수의 가격은 2500원에서 기껏 비싸 봐야 3000원. 서문 시장 스타일 칼국수는 멸치 육수에 참깨를 잔뜩 뿌려 고소한 맛이 강조된 것이 특징이다. 무려 16가지 나물이 들어가는 3500원짜리 보리밥과 푸짐하고 차진 순대도 유명하다. 후식 거리로는 40년 내공의 호떡집을 찾아가 볼 것을 추천한다.

‘B급 구르메 투어’에는 저렴한 게스트하우스 숙박이 제격

최근 외국인 관광객들이 새롭게 눈을 돌린 여행지는 대구다. KTX로 2시간 이내 접근이 가능한 대구는 현대화된 거대 도시와 근대 문화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골목길이 공존해 서울과 부산이 한국의 전부라 여기던 외국인들에게 독특한 인상을 남겼다. 이런 추세에 힘입어 동대구역과 가까운 지역에는 백패커(Back Packer·배낭여행자)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가 속속 들어서며 자유분방한 여행을 추구하는 내국인 여행자들도 저렴한 가격에 괜찮은 숙소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게스트 하우스는 외국인들은 물론 내일로 패스 등을 이용해 저비용 여행을 즐기는 젊은층이 주로 이용한다. 북성로 종로초등학교 뒷골목에 있는 게스트하우스 ‘더 스타일’은 한옥 기와지붕이 이어진 골목 풍경이 정겨운 곳이다.

도미토리는 1박에 1만9000원부터 시작하며 조용한 2인실도 있다. 여행자들은 이곳에서 태국 카오산, 베트남 데탐, 발리 우붓처럼 정보를 공유하고 친구를 사귄다. 주말이면 파티도 열리고 지척에 있는 근대골목을 인력거로 돌아다니는 투어 코스도 운영 중이다. 게스트 하우스의 멋진 남자직원이 직접 손님을 태우고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는 인력거 투어는 특히 외국인 여자 손님들에게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