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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맛
구룡포 과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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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먹거리를 만나러 가요!


꾸덕꾸덕 말라가는 겨울의 맛, 구룡포 과메기



모퉁이를 돌면 기다리던 봄이다. 꽃피는 봄을 기다리면서도 겨울 가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니 왜일까? 백두대간 북서풍과 영일만 해풍이 만나 만들어내는 겨울 먹거리, 과메기 때문이다. 막바지로 치닫는 과메기가 아쉽기만 하다.


글.사진 이동미(여행작가)



옛날 옛적 어떤 선비가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고 있었다. 매서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해안가를 걷다 보니 춥고 힘들고 배도 몹시 고팠다. 민가는 없고 배는 고프고……. 때마침 바닷가 나뭇가지에 청어가 눈이 꿰인 채 널려 있었다.


선비 체면이지만 도저히 참을 수 없어 하나를 몰래 빼서 먹었다. 맛이 너무나 좋았다. 선비는 과거를 보고 고향으로 내려온 후에도 해안가에서 먹었던 그 맛을 잊지 못해 겨울철이면 나뭇가지로 청어와 꽁치의 눈을 꿰어 처마에 걸어놓고 먹었다 한다.





신문관에서 발행한 재담집 <소천소지(笑天笑地, 1918년)>에 실린 과메기 이야기다. 과메기. 언제부턴가 우리 곁에는 과메기가 있었다. 동해 특정 지역의 겨울철 별미였던 과메기가 인터넷의 확산과 유통의 발달로 이제는 전국 방방곡곡에서 그 맛을 즐긴다. 미역과 생강, 마늘의 풋풋함이 어우러져 오묘한 맛을 내는 과메기는 홍어와 더불어 호불호(好不好)가 갈리며 마니아를 거느리는 괴짜 먹거리다. 어느 날 뚝딱 등장한 외식 브랜드나 수입음식이 아닌 우리 선조들의 토속 먹거리이기도 하다. 우리의 전통 가옥인 한옥을 보여주듯 우리의 토속 먹거리는 아이들과의 여행에 필수 아이템이다.



구룡포 바람에 묻어나는 과메기 맛


과메기를 만나러 가는 길엔 시원스런 동해바다가 함께한다. 호랑이 모양을 한 우리나라 지도의 꼬리 부분, 포항 구룡포에 이르면 바람 속에 과메기 냄새가 묻어있다. 갈매기가 기웃거리는 항구와 길가의 식당, 언덕의 비탈집, 손바닥만한 마당과 옥상 등 조그만 공간만 있으면 과메기가 널려 있으니 진풍경이다. 구룡포 과메기 본산지에 온 것이다. 밤사이 차디찬 바닷바람에 얼었다 한낮 따사로운 햇살과 바람을 받으며 녹았다를 반복하며 과메기가 발갛게 익어간다.





바닷가 덕장으로 가면 주렁주렁 걸린 과메기들이 설치미술처럼 보인다. 끝없이 덕장 가득 매달려 흔들리는 과메기의 재료는 청어였다. 겨울철 부엌 살창에 청어를 걸어두면 얼었다 녹았다 하며 맛있는 과메기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 청어가 잘 잡히지 않아 꽁치로 대체되었다.


그런데 구룡포 과메기는 왜 유명할까? 백두대간을 타고 불어오는 북서풍이 영일만 해풍을 구룡포로 몰아주어 과메기가 잘 마르는데다 소금기를 머금은 북서풍과 해풍이 밤낮 번갈아 불어 과메기 건조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부패를 막아준다. 바람의 온도 차가 심하면 과메기가 황태처럼 푸석푸석해지고 센 바람이 불면 겉껍질만 말라 속살이 상하게 되는데 영하 4~5도에서 영상 10도의 온도와 50%가량의 습도인 구룡포는 과메기 건조의 최적지라 할 만하다.





과메기 맛있게 먹는 법


과메기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한 마리를 통째로 말린 ‘통과메기’와 반으로 갈라 내장 없이 말린 ‘배지기’가 그것이다. 통과메기는 꽁치를 짚에 통으로 엮어 말리는 것으로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꽁치 내장 맛이 몸통살 속으로 녹아들어 더욱 독특한 맛을 낸다. 하지만 오랜 기간 말려야 하는 부담과 먹기 전에 다시 손질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요즘에는 거의 배지기만 만든다.


얼어있는 꽁치를 해동해 배를 가르고 내장과 뼈를 제거하는 것이 과메기를 만드는 첫 단계다. 이때 대나무 대에 널 것을 대비해 꼬리 쪽은 붙여둔다. 손질한 꽁치는 바닷물로 두세 차례 씻은 뒤 민물로 한 번 더 씻는다. 불순물 제거는 물론이고 비린내를 잡아 담백한 맛을 내기 위한 과정이다. 세척을 마친 꽁치는 대나무 대에 척척 걸려 바닷바람 불어오는 덕장에 걸리게 되는데 보기보다 잔손길이 많이 간다.






과메기를 먹을 때는 머리 쪽에서 꼬리 쪽으로 껍질을 당겨 벗긴 후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배춧잎 위에 바다 냄새 물씬 나는 돌미역을 올리고, 초고추장 양념에 과메기 실파 풋고추 마늘을 더해 쌈을 싸서 먹는다. 비릿하며 꾸덕하게 씹히는 과메기 살에 맵고 아삭하게 씹히는 실파 풋고추 마늘 맛이 어우러진다. 초고추장의 톡 쏘는 새콤함도 한몫 거들고 씹을수록 독특한 과메기의 고소함이 입 안을 맴돈다. 꽁치의 풍부한 단백질과 지방 때문이다.





과메기는 구룡포항 근처 점포에서 시식·구입하고 택배주문도 가능하다. 그런데 아이들이 먹기에는 어떨까? 구룡포항 인근 식당에서는 따로 과메기 메뉴가 없고 그저 반찬으로 나온다.


죽도동 중앙교회 인근 식당에서는 일반적인 쌈 요리를 벗어나 과메기 정식, 과메기 무침, 과메기 구이 등 다양한 요리를 선보인다. 미역과 배추에 과메기를 싸 먹는 것이 부담스러운 아이들에게는 과메기 초밥, 과메기 튀김을 만들어 먹이는 것도 방법이다. 특히 과메기 초밥은 쏠랑쏠랑 집어가고 과메기 튀김도 곧잘 먹는다.



100년 전 일본거리가 구룡포항 뒤편에


현재 구룡포는 제법 유명한 고장이지만 1920년대 초에는 그저 한적한 시골 항구였다. 근대화와 개항의 물결을 타고 일본 선주들이 모여들었는데 배가 가라앉을까 두려워 일부러 그물을 찢을 정도로 어획량이 풍부했다. 동해안 최대의 황금어장으로 매일같이 만선 깃발이 휘날렸고 일본인 어선 900여척과 조선인 어선 100여척에 요릿집과 상점, 목욕탕, 은행, 이발소, 약국, 세탁소, 사진관, 잡화점, 미용실, 치과가 호황을 누렸다. 구룡포 우체국을 돌아 들어가면 안쪽으로 옛 건물과 함께 100여 년 전 모습을 보여주는 흑백사진이 걸려있다.






바로 뒤 구룡포 공원에 오르면 구룡포항이 한눈에 들어온다. 항구에 정박한 배들 너머로 바닷물이 철렁인다. 자연현상을 지혜롭게 이용한 선조들의 토종 먹거리와 100년 전의 구룡포, 식민시대를 거치며 지나온 우리의 근현대사를 모두 만나볼 수 있는 구룡포 먹거리 여행이다.






<여행정보>



찾아가는 길


서울~경부고속도로~대구~익산포항고속도로~포항~31번 국도~구룡포~925번 지방도~구룡포항



과메기의 영양


머리에 좋은 DHA와 EPA의 함량이 등 푸른 생선의 대표로 꼽는 고등어보다 높다. 토코페롤(비타민E)과 칼슘 함량도 고등어보다 높다.




과메기 체험


현재 과메기를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은 없으나 바닷가나 덕장에 가면 과메기 만드는 장면을 지켜볼 수 있고 해풍에 말라가는 과정 또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국립등대박물관


호미곶 해맞이광장 옆에는 국립등대박물관이 있으니 여기도 들러보자. 개장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입장은 5시30분까지)이고 토요일과 연휴기간에는 1시간 연장된다.



문의 054-284-4857 www.lighthouse-museu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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