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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움과 채움의 여정
성북동 길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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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움과 채움의 여정



“와 여까지 와서 핸드폰을 만지노”


음악이나 들을 심사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내게 스님이 물었다. 왠지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 귀에 꽂은 이어폰을 얼른 뺐다.


음악에 갇혀 있던 몸이 순식간에 자연으로 내던져졌다. 머리는 이상하리만치 홀가분했고, 마음은 차분한 울림으로 가득 찼다.


그렇게 비우고, 또 채우며 길상사에서 하루를 보냈다.


글, 사진 박은경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 법정 스님의 <산에는 꽃이 피네> 중에서





무소유의 기쁨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서울 성북동 길상사는 진정한 무소유의 정신을 일깨워주는 절이다. 여기선 누구도 사찰이나 도량이라는 느낌을 강요받지 않는다. 여느 사찰처럼 눈을 부릅뜬 사천왕도 없고, 부처님을 올려다보며 계단을 오를 필요도 없다. 숲 속 계곡을 따라 들어앉은 절은 종교 시설이라기보다 휴양소 같고, 단청 하나 없는 수수한 극락전은 마치 오래된 양반가를 보는 듯하다.







종교적인 속박을 한 겹 벗어던진 길상사의 자유분방함은 관세음보살상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경내 소나무 쉼터 곁에 세워진 관세음보살상은 관음상인지 성모마리아상인지 도통 구분이 안 간다. 왼손의 정병(인도에서 승려가 갖고 다니던 물병)과 오른손의 시무외인(중생의 두려움과 근심을 없애주는 손 모양)을 보면 보살상이 분명한데, 전체적인 분위기는 외려 성모마리아상과 흡사하다.







관세음보살상은 종교 화합을 중시했던 법정 스님의 권유에 따라 천주교 신자인 최종태 교수가 만들었다. 보살은 온화하고 푸근한 미소를 띠며 종교 간의 장벽이 얼마나 사소하고 부질없는지를 스스로 증명해 보인다. 결국 절대적으로 의존하거나 얽매이지 않는 무소유 정신과 일맥상통하는 셈이다.







알려진 것처럼 길상사는 법정 스님이 창건했다. 이곳은 절이 되기 전 삼청각, 청운각과 함께 서울 3대 고급 요정으로 꼽히던 대원각이었다. 1987년 주인 김영한은 법정 스님의 대표작 <무소유>에 깊은 감명을 받아 당시 천억원대에 달했던 대원각을 아무 조건 없이 시주했다. 법정 스님은 이를 수차례 거절하다 8년 만에 그녀의 뜻을 받아들였고, 1995년 송광사의 말사로 등록한 데 이어 1997년 지금의 길상사로 이름을 바꿨다.





김영한은 마지막 순간까지 경내 전각인 길상헌에 기거했다. 유해 역시 유언대로 눈이 하얗게 쌓인 길상사 마당에 뿌려졌다. 그리고 길상헌 뒤편 언덕에는 그녀를 기리는 자그마한 공덕비가 세워졌다. 그렇게 김영한은 소유하지 않음으로써 전부 다 가지게 되었다. 누구보다 홀가분하게 떠났고, 어떤 이보다 충만하게 남겨졌다.







길상사는 법정 스님의 마지막을 지킨 절이기도 하다. 2010년 3월 11일, 스님은 길상사 가장 안쪽에 있는 진영각에서 세상과 작별했다. 전각은 3년이 지나 일반에 처음 공개됐다. 안에는 스님의 진영을 비롯해 생전에 썼던 모자, 부채, 붓, 염주 같은 유품과 수십 권의 저서가 전시돼 있다.







반면 스님의 사리를 안치한 부도는 경내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내 이름으로 번거롭고 부질없는 검은 의식을 행하지 말고, 사리를 찾으려고 하지도 말며, 관과 수의를 마련하지 말고, 편리하고 이웃에 방해되지 않는 곳에서 지체 없이 평소 승복을 입은 상태로 다비하여 주기 바란다’는 당부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 진영각 뜨락 한쪽이 그의 마지막 자리가 됐다. ‘법정 스님 유골을 모신 곳’이라는 푯말과 함께 세워진 자그마한 돌탑이 그것이다. 탑은 제대로 다듬어지지 않아 꽤 거친 느낌이다. 높이도 60cm 정도에 불과해 눈여겨보지 않으면 딱 놓치기 쉽다. 하지만 누구보다 홀가분하게 떠나길 원했던 그 아니던가. 어쩌면 이조차 부끄러울지 모르겠다.






한낱 부도에 묶이지 않은 탓일까. 법정 스님의 숨결은 길상사 어디에나 있다. 온 산을 울리는 작은 풍경에도, 벽을 가득 채운 앙상한 나무에도 있다. 길을 걸으며 곳곳에 걸린 스님의 글귀를 읽을 때에는 마치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산책에 나선 기분이다.






극락전 뒤편 ‘침묵의 집’에서는 무소유의 기쁨도 맛볼 수 있다. 침묵의 집은 참선과 명상을 위한 공간으로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법정 스님은 ‘침묵은 말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말하는 것’이라 했다. 가부좌를 틀지 않아도, 불자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텅 빈 곳에 앉아 마음을 꽉 채우는 생각들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비워야 채울 수 있다는 스님의 가르침이 죽비소리처럼 울려 퍼진다.






길상사 가는 길 |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에서 하차한다. 6번 출구로 나와 50m 전방 동원마트 앞에서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한다. 버스는 오전 8시 10분부터 오후 4시 15분까지 8차례 운행된다. 버스 1111, 2112번을 타고 홍익중고 정류장에서 내려 10분간 걸어도 된다. 02-3672-5945.










맑고 향기로운 차 한잔


수연산방



길상사에서 10분 거리에 소설가 상허 이태준의 옛집이 있다. 집 이름은 수연산방. 그는 여기서 13년간 살다 1946년 누이의 딸인 생질녀에게 집 관리를 부탁하고 북으로 갔다. 지금은 찻집으로 개방 중이다. 한옥의 운치를 만끽하며 향기 그윽한 찻잔을 기울이기 좋다. 막걸리 빙수 등 새롭게 태어난 전통 먹거리를 맛보는 재미도 있다. 지하철 4호선 한성대역 6번 출구에서 85번 버스를 타고 태고사 입구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02-764-1736.












  • 수연산방

    서울-강북-성북동, 카페/커피숍 > 세계음식
    출처 : 수요미식회 제공
    출처 : 수요미식회 180화
    출처 : 이미지 출처: __giants_님 인스타그램
    출처 : 식신 컨텐츠팀 제공
    출처 : 식신 컨텐츠팀 제공
    성북동에 위치한 수연산방은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랑하는 전통 한옥 찻집입니다. 대추차, 생강차, 모과 도라지차 등 건강을 생각한 차 종류와 단호박 빙수, 인절미, 수제 아이스크림 등 한국적인 미가 돋보이는 메뉴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인기 메뉴는 ‘단호박 빙수’로 단호박 앙금과 팥이 어우러져 건강한 달콤함을 찾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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