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기사

혜자 맛집 로드 제 1화
노량진 평정한 쌀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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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혜레사의 손길, 널리 인간을 혜자롭게 하라


혜자맛집로드를 찾아서 1화

노량진 평정한 3,500원 쌀국수 Miss.420


지하철을 타고 환승을 위해 노량진역에 도착하면 독특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보통 환승은 실내에서 이루어지지만 노량진역은 환승통로가 없어 실외로 나가 일반 도로를 조금 걸어야 합니다. 눈이나 비가 오기라도 하면 가방으로 머리통만 간신히 가리고 지하철 역사 밖을 내달리는 사람들의 모습도 종종 보입니다.


환승을 하기 위해 실외로 쏟아진 사람들에게 노량진역 인근에 위치한 다양한 음식들은 마치 ‘트랩 안의 치즈’처럼 환승객들을 유혹하곤 했는데요. 이 사람들은 환승 시간인 30분 이내로 한 끼 식사를 뚝딱 해치우고 가기도 했는데, 노량진의 유명한 컵밥 골목은 생활비 절약이 필요한 고시생들과 함께 이 ‘30분 식사족’이 맞물리면서 큰 호황을 누렸었습니다.

(환승통로가 9월 추석 전 완공된다고 하니, 이 독특한 풍경을 보는 것도 이제 곧 마지막이네요!)


컵밥이나 길거리 음식 이외에도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이 많기로 유명한 노량진! 다른 지역에 비해 저렴한 물가로 ‘혜자’로운 맛집이 많은 건 두말하면 잔소리입니다. 입추가 지나 걷기 딱 좋은 날씨인 요즘! 먹거리의 천국 노량진으로 알찬 데이트 떠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식신 핫플레이스 혜자로드를 찾아서~ 오늘은 청춘들의 꿈을 싣고 달리는 장소, 노량진입니다!

노량진역을 나와 식당가가 위치한 골목으로 향하자 밥때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늦은 수업을 마친듯한 학생들이 작은 골목을 메웁니다. 골목은 작은 규모의 식당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구조지만 들쭉날쭉하지 않아 정돈된 느낌을 주네요. 오늘 만나볼 혜자식당도 이 사이에 있습니다.


작은 노점에서부터 쌀국수를 팔기 시작해 지금은 ‘노량진 전설의 쌀국수집’으로 불리는 Miss420입니다.


식사를 위해 식당골목을 걷는 학생들



찾았다~ 오늘의 혜자맛집 노량진 쌀국수 ‘Miss420’


무인 식권 자판기에서 주문을 합니다.



모든 것은 다 셀.프.



메뉴~ 헉! 정말 이 가격인가요?


끊임없이 찾아오는 손님들


Miss420은 노량진역에서 ‘길거리 음식 좀 먹어봤다~’하는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명물 노점이었는데요. 그 시작은 소시지 가게였습니다.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이사를 온 ‘전티마이’씨가 남편과 함께 소시지 노점을 열면서 본격적인 장사의 길을 걷게 된 것이지요.

소시지 노점은 마이씨 부부가 생각했던 것보다 수입이 좋지 않았습니다. 잘 통하지 않는 한국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이 큰 문제였을까요? 이윤을 적게 남기면서 많이 판매하는 박리다매 방식의 노량진에서 하루에 20개~30개를 채 팔지 못해 고심하던 나날이 많았다고 합니다.

“여름철엔 천막이 땡볕을 그대로 흡수하면서 사우나처럼 변해요. 게다가 불 앞에서 계속 소시지를 구워야 해서 더욱 힘이 들죠. 겨울엔 상체는 그나마 낫지만 다리는 완전히 꽁꽁 얼어요. 미끄러운 얼음판을 지나며 노점을 옮기는 일도 참 힘들었고요. 그 와중에 제일 힘들었던 건, ‘노점’자체였어요. 잠시 시간을 비우면 구청에서 노점을 압수하는 일도 종종 있었고요. 그렇게 힘들 땐 ‘빨리 내 가게가 있었으면 좋겠다.’하면서 시원하고 깨끗한 가게를 상상하곤 했어요. 그래서 지금 보시면 이렇게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고 있습니다^^”

그렇게 온갖 고생을 겪던 어느 날, 남편이 ‘베트남 출신이니 쌀국수를 한번 만들어보라’고 해서 만든 쌀국수가 반전의 시작이 됩니다. 쌀국수의 맛에 반한 남편이 노점 메뉴에 쌀국수를 추가한 순간부터 하루에 100그릇 이상씩 판매량이 늘더니 700그릇~800그릇까지 나가며 ‘대박’을 치게 됩니다. 그리고 꿈에 그리던 마이씨만의 가게를 드디어 갖게 됩니다.

가게 앞은 어느덧 3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었지만 여전히 줄을 서서 자리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늘 한 끼도 먹지 못했다며 컵밥을 한 그릇 때리고(?) 오겠다는 막내를 간신히 진정시키면서 저희 팀도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렸는데요. 다행히 회전율이 좋아 순서는 금세 돌아왔습니다.

입구를 들어서자 바로 옆쪽에 ‘식권 자판기’가 보입니다. 들어가면서 주문을 하는 시스템이네요. 2명이 방문했지만 메뉴를 누르다 갑작스럽게 손가락이 미끄러져 메뉴 3개를 주문해버리는 실수가.. 허허 참^^;;;

띵동~ 띵동~ 유쾌한 소리를 내면서 마트의 푸드코트에서나 볼 법한 번호 표시등에 붉은색 번호가 깜빡이면 나이도 성별도 다른 사람들이 하나같이 고개를 ‘홱’돌려 확인합니다. 기다리던 메뉴가 나오면 부리나케 카운터로 고고~

메뉴를 받아보니 생각보다 푸짐한 메뉴에 우와하고 탄성이 나옵니다. 그리곤 함께 외쳤죠. “이게 3,500원이야?!”


Miss420의 메뉴들~



3,500원 쌀국수! 푸짐합니다~



고기랑 냠냠


볶음밥도 삼천오백원!



베트남의 볶음밥 맛 보실래요~



팟타이~ 사진만 봐도 배가 부르죠?


이곳의 메뉴는 소고기 쌀국수, 해물 볶음면, 파인애플 볶음밥으로 딱 세 가지만 판매하고 있습니다. 가격은 모두 3,500원! 메뉴를 2개 먹고, 인근에서 파는 1,500원짜리 커피로 입가심을 하면 두 명이서 식사와 커피를 만원 한 장으로 즐길 수 있는 엄청난 가격입니다! (근처에 있는 커피집들도 정말 혜자~ 혜자~ 하죠?)


대표 메뉴인 쌀국수부터 살펴볼까요. 이곳의 쌀국수는 찬물에 5시간 이상 담가둔 면을 주문이 들어오는 대로 살짝 데쳐 육수를 싸-악 부어 내고 있습니다. 주방에 있는 3개의 큰 육수통은 가게 문이 열릴 때부터 바글바글 끓기 시작하는데, 주문양을 소화하느라 양이 적게 남은 육수통은 그만큼 간이 세지기 때문에 옆 육수통의 육수와 요리조리 섞어가면서 육수의 간을 조절합니다. ‘색만 봐도 맛을 알 수 있다’며 자신만만한 마이씨의 쌀국수 맛, 궁금하지 않으세요?


일반적인 쌀국수 전문점은 보통 6,000원에서 7,000원 대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데, Miss.420의 가격은 반값임에도 맛은 그에 뒤지지 않네요. 국물은 진하면서도 고기의 육향이 풍부하게 느껴집니다. 그릇 아래에 깔려있는 숙주가 뜨거운 국물에 잘 익으면 함께 뒤섞어 후루룩~ 아삭한 쌀국수 특유의 상쾌한 식감이 기분을 좋게 만듭니다.


파인애플 볶음밥은 볶음 소스에 미리 버무려 둔 밥을 뜨거운 철판에 숙주, 해물, 파인애플과 함께 빠르게 볶아냅니다. 짭짤한 밥알이 입안에서 흩어지다가 중간에 한 번씩 씹히는 상큼한 파인애플과 섞이면 이국적인 맛을 냅니다.


팟타이는 5mm의 넓은 면을 이용해 센 불에 볶아 내오는데요. 가격에 비해 새우나 홍합 등의 해산물도 적당히 들어있습니다. 소스의 맛의 깊이가 다소 얕아 개인적으로는 좀 아쉬웠지만 간은 딱 적당하고 양도 많았습니다. 언젠가 베트남으로 자유여행을 떠난다면, 길거리 노점에서 파는 볶음 쌀국수 맛이 바로 이렇겠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스쳤습니다. 만족, 만족!


가족이 먹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는 마이씨. 베트남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전설의 쌀국수 맛보러, 만 원짜리 한 장 들고.. 출발해볼까요?


* 매장정보

①주소: 서울시 동작구 노량진로16길 26 (노량진동 89-2)

②메뉴: 소고기 쌀국수, 해물볶음면, 파인애플볶음밥 모두 3,500원

③영업시간: 매일 10:00 ~ 23:30

④식신의 한줄평가: 우리 동네에도 있었으면 좋겠다.

⑤혜자지수: 혜자지수 9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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