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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밖으로 나온
집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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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밖으로 나온 집밥



‘집밥’이 가출을 했다.


집안에 있을 것이 집 밖으로 나왔다는 얘기다. 가출한 밥에 다 큰 어른들이 열광을 한다. 음식점의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가로수길, 홍대 근처는 물론 동네 어귀에도 ‘집밥’을 내세운 밥집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글 유지상(음식칼럼니스트)



집밥은 ‘엄마의 품’


집밥. 표준국어대사전에도 등재되지 않은 단어다. 그런데 우리는 ‘집밥’이란 말만 들어도 가슴이 뭉클해지고 머리가 멍해진다.


단순히 ‘집’과 ‘밥’이란 두 단어가 하나 된 복합어 ‘집의 밥’의 의미가 아니기 때문이다. 집에서 먹는 밥, 특히 엄마가 차린 밥상을 뜻한다.


엄마가 해준 밥은 맛있다. 식품첨가물을 운운하는 분홍색 소시지에 계란 옷 입힌 것도 맛있고, 파를 송송 썰어 넣어 끓여주는 인스턴트라면도 맛나다. 밤샘 공부, 야근으로 몸이 힘들 때 엄마 밥 한 숟가락만 떠도 힘이 불끈 솟는다. 외로움에 지쳐 있을 때도 엄마의 밥상은 만병통치약이 돼 처진 어깨가 다시 곧추선다. 엄마의 젖가슴을 연상케 하는 ‘따뜻한 위로의 밥 한 그릇’이 집안의 집밥이다.




<무명식당 별미밥상>


그런데 집 밖으로 나온 ‘집밥 밥집’의 밥은 엄마의 사랑과 정성 타령이나 소싯적 향수를 자극하는 밥에 그치지 않는다. 엄마가 손수 시장에 나가 정성껏 재료를 고르고, 그것으로 건강하게 차린 밥상의 의미를 더해야 한다. 엄마가 엉덩이를 때려가면서 먹이려고 해도 먹지 않던 집밥을 집 밖에서 열심히 찾는 이유가 건강성, 즉 안심하고 대할 수 있는 밥상이기 때문이다. ‘집밥 밥집’이 너도나도 “NO! MSG”를 외치고, “새벽 장을 본 신선한 재료”라고 내세우는 까닭이기도 하다.


집밥…밥집밥…식판밥


집밥의 반대말은 집 밖에서 사 먹는 밥인 ‘밥집밥’이다. 밥집밥은 특정 개인을 위해 지은 밥이 아니다. 불특정 다수를 위해 준비한 밥이다. 밥집밥의 대표적인 공간을 꼽으라고 하면 단연 백반집이다. 김치찌개백반, 순두부백반, 생선구이백반 등을 파는 백반집. 메뉴에 정해진 찌개나 구이를 빼곤 매일매일 다양한 다른 반찬이 나온다, 어제 점심으로 먹었던 콩자반 대신 오늘 점심엔 멸치볶음이 올라오는 식이다. 가짓수도 적게는 3~4가지, 인심이 후한 백반집은 7~8가지에 이른다. 단골손님에겐 따로 계란프라이라도 더 부쳐낸다.




<시금치 식당의 닭다리살구이>


점심시간이면 우르르 몰렸다가 1시간 만에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구내식당도 직장인들에겐 전형적인 밥집이다. 비록 구획이 나뉜 식판에 음식이 담기긴 하지만 영양사가 과학적 지식을 동원해 열심히 준비한 밥이다. 매 끼니 고정된 메뉴도 아니고 끼니마다 달라진다. 복리후생이 잘 된 회사에선 한식, 양식 등 배식공간을 나눠 골라 먹을 수 있는 곳도 있다.




<일호식 삼치구이 정식>


그럼 ‘집밥 밥집’의 밥상은? 메뉴의 구성이나 종류를 가만히 살펴보면 백반집이나 구내식당의 그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가격이 높은 곳의 밥상엔 불고기나 생선구이가 하나 더 올라가고, 가격이 낮은 데는 반찬 그릇만 따로 일뿐이지 1식 3찬의 식판 밥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값은 1만원 내외다. “괜히 값만 비싸다”는 푸념이 나올만하다.


한국 외식의 길잡이


집밥 밥집의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백반집+알파(α)’다. 알파의 첫 번째 요소는 정성이다. 엄마의 자세로 음식을 준비한다. 그렇게 음식을 만들지 않는 곳이 어디에 있냐고 반문하면 할 말은 없다. 건강을 따져 신선한 재료에 조미료를 거부하고, 소금도 최소화하려고 노력한다. 이 때문에 음식 맛이 없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쌀가게 by 홍신애 밥상>


다음은 깔끔한 인테리어와 현대식 시설이다. 분위기 좋은 곳은 은은한 음악이 흐르는 카페나 파스텔톤의 고급 레스토랑과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오픈형 주방도 기본이다.


그만큼 위생에 자신만만하다는 얘기다. 무엇보다도 음식점 문을 연 사장들이 ‘생계형’ 창업자가 아니라 올바른 음식을 만들기로 마음먹고 제대로 음식 공부를 한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점이 긍정적이다.


우리나라 외식업의 시발점은 안타깝게도 ‘연명(延命)’이다. 일제강점기,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죽지 않고 살기 위해 밥상을 들고 길거리로 나섰다.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음식물 쓰레기가 ‘꿀꿀이죽’이란 메뉴로 팔린 게 ‘연명’을 잘 대변하고 있다. 건강이나 위생보다는 ‘싼값으로 배 채우기’에 초점이 맞춰진 외식업이 70년대 후반까지 이어진다. 86아시안게임, 88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음식점다운 음식점이 자리를 잡았지만, 여전히 ‘조미료 듬뿍, 싸구려 맛집’의 근간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 일본식 돈가스나 이탈리아 파스타는 한 끼에 1만원도 아낌없이 지불하면서도 한식 비빔밥이나 칼국수엔 5000원도 덜덜 떠는 소비심리가 그를 입증한다.




<키친플로스의 육개장>


집 밖으로 나온 집밥은 국내 외식업의 정상화를 의미한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엄마 밥의 향수를 찾는 게 아니다. 시장바닥 같은 비위생적 공간과 인스턴트의 획일화된 맛에서 벗어나, 정직하고 올바른 재료로 만든 밥 사 먹기, 즉 선진화된 외식업의 출발점이 된다.


음식값이 비싸다고 느끼더라도 주머니가 넉넉한 사람들이 가출 집밥에 자주 지갑을 열어야 하는 이유다.






집밥 밥집 추천 리스트



한촌사랑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지축동 북한산온천 입구에 있는 음식점 겸 찻집. 온천으로 땀을 빼고 건강한 음식으로 몸을 채우는 보양식이다. 여주인이 청국장을 손수 띄우는 등 밑반찬도 하나하나 정갈하게 만들어 밥상을 차린다. 집밥 메뉴는 청국장백반과 곤드레나물밥(각각 7000원). 청국장은 적당히 큼큼하고, 곤드레나물밥은 들깨향이 좋다. 02-381-2551.


시금치


메뉴는 매일 두 가지. 하나는 애호박, 가지, 고사리 등의 갖은 나물과 채소가 듬뿍 올라간 비빔밥(1만원). 다른 하나는 떡갈비, 갈비찜, 삼치구이 등 한 가지 메인요리에 밥과 국, 밑반찬을 곁들이는 한상차림(1만2000원)인데 비빔밥보다 실속있다. 홍대 입구 복개주차장 근처 골목에 숨어 있어 찾기 쉽지 않다. 070-7697-2020.


춘삼월


지하철 6호선 상수역 4번 출구 근처에 있다. 큰 가마솥에 고시히카리 쌀로 밥을 짓는다. 밥알이 알알이 살아 있고 차져서 밥맛이 꿀맛이라는 표현이 절로 나온다. 대표적인 메뉴는 ‘이 주의 상차림’으로 1만5000원. 콩나물국, 삼색나물, 새우장, 가지무침 등 집밥으로 손색없는 밥상이 차려진다. 맵거나 짜지 않아 속이 편하다. 02-323-2125.


키친토크


작은 접시에 각각의 반찬을 담아 나무 트레이로 낸다. 구내식당 식판의 버전업 느낌이다. 메뉴에 따라 3~7가지 반찬이 올라온다. 얼마 전 맛을 본 오늘의 밥상(8500원)의 경우 제육볶음에 쇠고기뭇국, 도토리묵무침, 채소샐러드, 오징어채무침 등이 반찬으로 나왔다. 음식 간이 전반적으로 심심한 편이다. 광화문 더케이트윈타워 지하에 있다. 02-730-5672.


무명식당


허영만의 만화 <식객> 1권 1화 속 ‘어머니의 쌀’처럼 무명식당의 중심은 밥이다. 일반 백미가 아닌 잡곡밥인데 햅쌀, 찹쌀, 보리, 옥수수, 율무, 조, 흑미, 현미, 기장, 수수, 적두, 서리태 등 다양한 곡물을 섞어 지었다. 7~8가지 집 반찬이 따라 나온다. 무명밥상 1만원, 대구납작만두 5000원. 청진동에 새롭게 들어선 ‘그랑서울 식객촌’에 위치. 02-2158-7917.


쌀가게 by 홍신애


카페 같은 외관에 ‘쌀’이라고 큼지막하게 간판이 걸려있다. 가게 한쪽에 둔 쌀 도정기로 오분도미로 깎아 100인분의 밥을 지어 한정 판매한다. ‘쌀가게 정식’은 고기 요리를 기반으로 한 쌈밥 상차림인데 반찬은 4가지 정도가 나온다. 반찬은 아침 장보기에 따라 달라진다고. 테이크아웃 밥찬(3000~5000원)도 판매한다.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 02-517-5999.


일호식


직원들을 위한 구내식당이 집밥 밥집으로 변신한 케이스다. 삼치구이 정식(1만2000원)의 경우 매일 새벽 수산시장에 사온 생물 참치를 그대로 구워낸다. 저녁엔 구운 버섯, 모둠 채소구이 등 가벼운 안주를 선보이는 주점이 된다. 한남동 리플레이스 B동 1층에 위치. 02-794-2648.


범스


청담동에서 ‘밖에서 먹는 편안한 집밥’을 내세우고 있는 집. 가지볶음밥, 간장비빔밥 등 가정식이 주메뉴다. 시판 조미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고추장과 간장도 직접 담근 것을 쓴다. 전체적으로 음식이 편안하다는 평이다. 게살과 날치알을 얹어 노른자로 비벼 먹는 게살알밥(1만5000원)이 인기. 테이크아웃은 물론 배달도 가능하다. 02-3447-0888.


키친 플로스


실내 인테리어가 남달라 보이는 한식레스토랑. 유명 셰프 토니유가 자신이 만든 발효장으로 요리해낸다. 식재료는 주말에 전국을 돌아다니며 구한 것들로 재료 이야기를 듣는 것도 재미나다. 한우 양지, 고사리, 토란대를 넣어 끓인 육개장칼국수 정식(2만5000원, 샐러드와 디저트 등 포함)이 점심시간에 인기다. 청담동 M-net빌딩 근처. 02-545-8410.








  • 베베르

    서울-강남-청담동, 한정식 > 한국음식
    출처 : 베베르 인스타그램 검색 결과
    압구정 로데오에 위치한 베베르 입니다. 입구부터 원목인테리어와 각종 술병들이 진열되어 있어 이자카야 감성이 가득한 곳입니다. 아보카도 네기도로,갈치튀김우동,튓고기숯불구이, 베베르유린기등이 인기메뉴입니다. 안주가 너무 다양하고 하나하나 맛이 일품이라 어떤메뉴를 선택해도 실패가 없습니다. 완전한 개별룸은 아니지만 칸막이가 있어서 적당히 프라이빗한 곳입니다. 프리이빗하게 친구,연인과 방문하기 좋습니다. 단체룸이 2개 있으니 단체모임은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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