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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8화 장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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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식당 로드

제 18화



프로페셔널한 요리사들이 칼로 야채를 썰고, 음식을 볶을 때 날 법한 소리들을 음악적으로 표현한 공연 난타. 칼로 도마를 타악기처럼 두드리거나 야채를 날리고, 불 쇼를 하는 등 여러 가지 퍼포먼스로 관객들을 흥겹게 한다. 신나는 타악기 리듬과 배우들의 몸짓에 따라 눈알을 신나게 굴리다가 공연이 끝날 즈음이면 그동안 묵혀왔던 스트레스가 싹 날아간다.


탁탁탁! 지글지글지글!

기사식당을 방문해 식사를 기다리는 도중 들리는 흥겨운 소리에, 언젠가 봤었던 난타 공연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소리의 진원지는 바로 주방. 그날 판매할 돈가스를 전용 다짐 망치로 두드려 편다. 잘 펼쳐진 돼지고기는 튀김옷을 입고 기름 솥에서 샤워를 마치고 나의 식탁 위로 곧 도달할 것이다. 경쾌한 소리에 상상력이 더해져 기다리는 시간이 즐겁다. 경쾌한 소리들이 있는 기사식당. 장안동의 유명한 기사식당인 ‘장안정’을 소개한다.


장안정은 햄버그스테이크, 돈가스, 설렁탕 등을 파는 기사식당이다. 가게를 시작한 지 36년째 된 노포다. 개업할 당시에는 현재 위치에서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시작했는데, 20여 년 전쯤 현재의 자리로 옮겨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일단 가게를 방문하면 거대한 주차장에 놀란다. 족히 30대는 댈 수 있는 주차장을 보유하고 있어서 언제 이곳을 방문하던 주차 걱정만큼은 하지 않아도 된다. 가게 외관만 보면 양념 돼지갈비를 판매할 것만 같은 중후함(?)이 있는데, 갈비는 아니더라도 가족 외식을 하기에 적당한 메뉴들을 보유하고 있다. 유리창에 진지한 폰트로 크게 쓰인 메뉴들이 이곳의 업력을 대강 알 수 있게 해준다.



장안정의 외관


향수가 느껴지는 실내. 연탄난로도 보인다.


ㅣ방에 앉아 식사를 할 수 있는 자리도 있다.


ㅣ메뉴판


ㅣ넓은 주방


ㅣ주차장. 절반만 촬영했고 이 사진의 2배 정도 크기다.


장안정을 지금처럼 유명하게 만든 메뉴는 바로 ‘함박스텍’이라고 부르는 햄버그스테이크다. 햄버그스테이크는 독일 함부르크 지방에서 시작되어 그 이름이 붙었다. (기원이 몽골이라는 설도 있다. 오래전 몽골의 칭기즈칸 기병대가 양고기나 말고기를 갈아 말 안장에 넣고 다니면서 대초원을 누볐는데, 그게 바로 햄버그스테이크의 시초라는 것) 이 스테이크는 그냥 구워 먹거나 치즈나 빵과 곁들여 햄버거를 만들어 먹는 등 지금은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요리가 되었다.

이런 햄버그스테이크는 일본을 거쳐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1970~80년대 경양식집의 대표 메뉴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랬던 것이 이제는 분식집에서도 먹을 수 있는 친근한 별미가 되었다. 다진 고기라 부드러워서 아이들이 먹기에도 제격이었기 때문에 가족 외식 메뉴로도 손색이 없었다. 장안정에서도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단위 손님이 종종 보였다. 익숙한 자세로 스테이크를 써는 아이들의 포스가 어지간한 단골은 명함도 못 내밀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오늘은 이곳의 모든 메뉴를 조금씩 맛볼 수 있는 정식을 주문했는데 함박과 돈가스, 생선가스가 나온다. 음식을 조리할 동안 나온 따뜻한 수프에 후추를 착착 뿌려 몇 입 맛보고 있노라니 금세 메뉴가 나왔다.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옛날식 돈가스, 반숙 계란을 머리 위에 올리고 있는 함박, 노란 소스를 묻히고 존재감을 표현하고 있는 생선가스와 함께 마요네즈에 잘 버무린 마카로니, 칵테일 과일, 양배추를 썬 샐러드와, 통조림 콩, 그리고 나름 구색을 갖춘 스파게티까지.. 추억의 경양식의 모습 그대로다.

잘 튀겨진 재료에 소스를 넉넉히 부어 나온다. 잘 썰어 한 입씩 맛보니 예상했던 맛이 난다.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평범하고 소박한 맛. 순간 기성제품을 사용하는 건지 의문이 들어 여쭤보니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손수 만든다고 한다. 오랜 시간 많은 손님들의 입맛을 맞춰오면서 완성된 맛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추억을 먹는 기분으로 한 점씩 포크질을 하다 보니 어느새 깨끗한 접시 바닥이 보인다.


[장안정의 함박스텍 만들기 팁]
1) 햄버그스테이크는 보통 소고기를 쓰지만, 돼지고기를 섞어서 쓰면 더욱 부드러운 맛이 납니다.
2) 기름기가 적은 돼지 뒷다리살을 이용해 반죽을 만들어주세요.
3) 고기 반죽에 빵가루를 섞으면 점성이 좋아지면서 고기가 갈라지지 않습니다.
4) 기름에 익히기 전 몇 번 치대주면 점성이 더 좋아집니다.


ㅣ돈가스, 생선가스, 함박을 모두 먹을 수 있는 정식(10,000원)


ㅣ튀김에 소스를 뿌려 내오는 경양식 모습 그대로


ㅣ돈가스 한 점


ㅣ함박은 도톰한 편


ㅣ생선가스도 부드럽다


이곳의 또 다른 메뉴로는 설농탕이라고 부르는 설렁탕이 있다. 식탁마다 동그란 용기에 담겨 놓여 있던 김치와 깍두기는 이 메뉴를 위한 것이리라. (김치도 모두 직접 담근다고) 오랜 시간 우린 육수를 뚝배기에 옮겨 담은 설렁탕은 내오기 전 한번 바르르 끓여 나온다. 휘휘 뒤적여보니 넉넉하게 들어있는 고기 건더기와 소면이 보인다.

설렁탕은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끓여야 하는 음식이니만큼 손이 많이 간다. 곰탕과는 다르게 기름기가 더 적고 담백한 맛을 살리는 것이 포인트다. 더러 일부 식당에서는 설렁탕의 뽀얗고 진한 국물을 위해서 화학 첨가물들을 넣기도 하는데 이곳의 설렁탕을 한 입 맛보면 있는 그대로 국물을 냈구나하는 생각이 바로 든다. 함께 한 동행인은 햄버그스테이크나 돈가스보다 이 설렁탕에 매우 높은 점수를 주기도 했다.

이 집의 설렁탕은 깔끔한 첫맛과 함께 특유의 단 맛이 국물에 배어있다. 인공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맛이라, 계속 숟가락질을 하게 만든다. 밥을 국물에 척 말아 잘 익은 깍두기를 숟가락으로 하나씩 올려가며 먹는다. 젓가락이 필요 없이 오로지 숟가락 하나만 있으면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다.


ㅣ장안정 설렁탕 (7,000원)


ㅣ머릿고기가 들어있는 설렁탕과 아닌 것 중 선택할 수 있다.


ㅣ넉넉하게 들어있는 고기


ㅣ소면도 불기 전에 얼른 먹어야 한다.


ㅣ깍두기까지 올려 냠냠!


36년간 식당을 운영하면서 부모님이 꾸려가던 것을 이제는 아들이 도맡아 운영하고 있다. 아들은 매일 새벽마다 그날 판매할 설렁탕의 국물을 내고 고기 반죽을 다지는 작업을 한다. 주메뉴부터 밥을 접시에 담아주는 모양까지 부모님이 하던 그 방식 그대로다.

사장님은 택시기사님뿐 아니라 가족끼리 함께 방문해 행복하게 식사를 즐기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뿌듯하다고 말한다. 가족끼리 오는 손님은 대개 아빠는 설렁탕을, 아이들은 돈가스와 햄버그스테이크를 먹는다. 우리가 예전에 경양식 집에서 햄버그스테이크를 썰면서 폼을 잡았던 기억이 있는 것처럼, 지금 이곳에서 햄버그스테이크를 먹는 아이들에게는 여기가 추억의 장소로 남아있지 않을까. 기사식당이지만 가족 외식으로 찾아도 손색이 없는 곳.


식신의 TIP
• 주소: 서울시 동대문구 장안동 334-3
• 메뉴: 설농탕, 함박스텍, 돈까스 모두 7,000원 / 정식, 특탕, 곱빼기 모두 10,000원 /
생선까스 8,000원/ 함경냉면 5,000원
• 영업시간: 09:00~22:00 (추석과 설날 당일만 휴무)
• 밥 추가: 무료
• 자판기 커피: 100원
• 주차공간: 30대





  • 장안정

    서울-강북-왕십리/마장/답십리, 경양식/돈가스 > 세계음식
    출처 : 장안정 공식 점주 제공
    출처 : 장안정 공식 점주 제공
    출처 : 장안정 공식 점주 제공
    출처 : 장안정 공식 점주 제공
    출처 : 장안정 공식 점주 제공
    장안동에서 20년 이상 영업해 온 기사식당입니다. 뜨거운 철판 위에 소스를 붓고 달걀 부침을 얹어내는 한국식 '함박스테이크'와 돈까스가 이 집의 대표 메뉴입니다. 국내산 돼지고기로 만든 두툼한 패티와 소스가 달콤한 소스가 잘 어우러져 훌륭한 맛을 내기 때문에 꾸준히 찾는 단골손님이 많습니다.

    메뉴 정보

    정식, 곱빼기 (함박.돈까스.생선), 덴뿌라우동세트, 덴뿌라우동, 함박스텍, 매운함박스텍, 돈가스, 매운돈가스, 생선가스, 냉면, 치즈돈까스, 새우까스, 치즈함박스텍, 냉면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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