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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신 기사식당 로드
제 16화 복돈기사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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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식당 로드

제 16화

<복을 받아 가는 장어 백반, 복돈 기사식당>



시린 냉기가 뼛속까지 스며들던 겨울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시내에서는 반팔 차림새의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어떤 때는 햇빛이 쨍쨍 내리쬐면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더운 날도 있다. 이처럼 때 이른 더위에 나 같은 약골들은 평소보다 두 배는 지쳐서 골골대기 일쑤다.


볼록한 배가 좀 신경쓰이기는 하지만 이럴 때는 보양식을 먹어야 한다. 나를 포함한 한국인의 보양식 사랑은 남다르다. 건강에 좋은 식품을 탕, 즙으로 만들어 챙겨 먹거나 음식의 효능을 따져가며 메뉴를 선정한다. 닭 한 마리를 푹 고아 낸 백숙이나, 서해안의 별미인 박속낙지탕, 두툼하게 썰린 민어회 등은 매년 여름마다 사랑받는 메뉴 중 하나다. 수많은 여름 보양식 중에서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로 ‘장어’다.


장어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보양 음식으로 콜레스테롤 저하나 뇌기능 촉진 등 각종 질병 예방에 효과가 있는 오메가3의 일종인 EPA와 DHA를 포함해 필수 아미노산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는 식품이다. 때문에 최근 더운 날씨로 기력이 약해진 사람들의 피로 회복에 좋다.


그런데 식당 입장에서 장어는 잔가시가 많고 비린내 제거가 까다로운 식재료기 때문에 쉽게 선택할 수 없는 메뉴이기도 하다. 때문에 대부분의 기사식당은 돼지고기나 닭고기를 사용한 볶음, 튀김류를 주로 선택하곤 하는데, 이 까다로운 식재료를 선택해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곳이 있다. 오늘 기사식당 로드는 장어덮밥으로 택시기사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복돈 기사식당’을 방문했다.


복돈 기사식당은 ‘다래 기사식당’이라는 상호에서 출발했다. 한 입 크기로 썬 장어를 양념에 볶아 밥에 넣고 비벼먹는 덮밥으로 택시기사들로부터 인기가 좋았다. 그러다 2012년에 현재의 사장님이 식당을 물려받으면서 상호와 위치를 함께 옮겼지만, 그 맛을 잊지 못하는 단골 택시기사님들의 방문은 아직도 꾸준히 이어지는 듯했다.


복돈이라는 상호는 지금의 사장님이 지었다. ‘복’ 많이 받고, ‘돈’ 많이 버세요.라는 뜻을 가진 복돈 기사식당은 주택가 사이에 위치하고 있어 찾아가는 길이 쉽지는 않다. 식당은 깔끔한 외관만큼이나 내부도 깨끗하다. 이런 걸 보면 기사식당 하면 으레 떠오르는 남루한 이미지는 다 옛말이 된 듯하다. 내부는 식사를 즐기러 온 손님과 종업원들이 오가며 분주한 모습이었다.






ㅣ복돈기사식당의 외관




ㅣ식사 중인 손님들




ㅣ복돈기사식당의 메뉴




ㅣ반찬을 떠다 먹을 수 있는 셀프바




ㅣ그날그날 바뀌는 국과 호박죽




ㅣ반찬은 먹을 만큼만!





장어덮밥을 주문하면 곧장 야채가 넉넉히 담긴 스테인리스 면기만 턱 얹어주고 가고 반찬은 옆 셀프바에서 접시에 덜어오면 된다. 가장 먼저 눈이 가는 떡볶이를 비롯해 나물, 김치 등의 다섯 가지 반찬이 있는데, 이런 형태로 제공하니 무턱대고 많이 퍼담았다가 거진 남기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하지만 반찬을 재활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이 방식은 앞으로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메인 메뉴인 장어가 도착하는데 꽤 독특한 모양새다. 조리용 사각 팬의 양쪽이 오목하게 구부러져 있다. 식사 테이블에서 익혀 먹는 방식의 조리법이기 때문에 시간에 쫓기는 택시기사들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식당을 처음 연 사장님이 고안해 낸 방법이었다. 택시 기사에게는 1분 1초가 곧 돈이기 때문이기도 한데, 사장님은 ‘이런 팬은 어디서도 팔지 않을 것’이라며 웃었다. 그런데 독특한 아이디어는 좋지만 은박지에 짠 양념을 올려놓고 졸여가며 먹는 조리법은 다소 아쉬웠다.


불을 세게 올리고 조금 지나자 바글바글 소리가 나면서 장어가 서서히 오그라든다. 택시기사님들은 대부분 익숙한 손길로 장어를 슥슥 뒤집어가며 먹는데, 어색한 표정으로 두리번 거리고 있으면 금세 사장님이 자리로 와서 조리를 도와준다.


장어가 동글동글 해지면 불을 줄인 후 크게 한 국자를 퍼서 야채가 들어있는 양푼에 밥을 함께 넣고 잘 비벼 먹으면 된다.






ㅣ오목하게 만들어진 팬에 담겨 나오는 장어




ㅣ양념이 장어에 잘 스며들도록 잘 저어준다.




ㅣ한 상차림




ㅣ야채가 들어있는 그릇에




ㅣ장어를 떠서 척! 올려 먹는다.





잘 볶아 놓고 나니 먹음직스럽다. 나는 장어 특유의 비린내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장어를 먹을 때면 항상 생강 채와 소스를 넉넉하게 올려 먹곤 했다. 때문에 밥을 비벼먹기 전, ‘혹시 비린내가 나지 않을까’하고 우려했었는데, 한 점 집어먹어보니 비린내를 잘 잡아냈다. 고추장 양념의 맛이 강한 것도 이에 한몫하는데, 동행인은 이 양념 때문에 장어 본연의 맛을 느끼기는 어려웠다며 아쉬웠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이곳의 장어는 페루산 붕장어를 사용하는데 매일매일 세척과 함께 장어의 잔가시를 발라내는 작업을 한다고 한다. 때문에 먹을 때 거슬리는 잔가시도 적은 편.


양념은 크게 달지 않고 밥과 야채, 장어의 밸런스가 잘 맞는다. 이곳 사장님에게 얻은 장어 양념의 팁을 소개한다.


[복돈 기사식당 장어 양념 팁]


하나, 고추장, 간장, 청주, 물엿, 설탕 등의 기본 재료로 양념장을 만들고 거기에 다진 마늘과 다진 생강을 넣어 장어의 비린내를 잡습니다.

둘, 양념장에 ‘매실원액’을 첨가하는 것이 복돈기사식당만의 비법! 매실원액을 넣으면 감칠맛이 더해지면서 밥과 함께 비볐을 때 모든 식재료가 잘 어우러지는 효과를 냅니다.






ㅣ드디어 완성된 장어덮밥(1인분 7천원)




ㅣ매콤 달콤한 양념이 잘 배어들었다.




ㅣ야채와 함께 잘 비벼서~




ㅣ 한 입!





이곳의 또 다른 메뉴인 불백 쌈은 양념된 돼지갈비를 불판에 올려 익혀먹는 방식으로 건대에 있는 송림 식당을 연상케 하는데(기사식당 로드 1화 참조), 지금의 사장님이 이곳을 운영하기 전 송림식당 인근에서 기사식당을 운영했던 기억을 떠올려 조리방법을 벤치마킹 했다고 한다. 그 이외에도 직화불고기, 낙지볶음 등 기사님들이 좋아하는 다양한 메뉴를 모두 갖추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 이외에도 이곳은 식당 곳곳에 기사님들을 위한 작은 배려들을 마련해두었는데, 식사 후 간단히 손을 씻을 수 있는 공간을 매장 한쪽에 마련해 두기도 하고, 차량이 나갈 때마다 사장님이 식당 밖으로 나와 차가 원활히 빠져나갈 수 있도록 길을 봐주기도 한다.


식당을 나설 땐 하얀 벽에 붙은 ‘복 많이 받고 돈 많이 버세요’하는 글자가 내게 인사를 하는 듯 정겹다. 장어로 기운도 보충하고 행복한 마음도 채워가는 곳.


식신의 TIP


•주소: 서울시 송파구 백제고분로22길 30

•메뉴: 장어덮밥 7,000원, 불백쌈 7,000원, 낙지덮밥 7,000원

•영업시간: 08:00 ~ 22:00 (1,3째주 일요일 휴무)

•밥 추가: 무료

•자판기 커피: 무료

•주차공간: 1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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