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맛집

평온과 사랑이 담긴
‘한옥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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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햇살과 기분 좋은 봄바람이 느껴지는 요즘, 몸과 마음을 한결 가볍게 한다. 꽃눈이 내리던 벚나무가 물러나고 푸른 잎들과 노란 유채꽃이 우리의 눈을 사로잡고, 가던 발길을 멈추게 하고 봄 꽃과 함께 경주의 아름다운 향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역사의 향이 가득한 마을


기와집이 하나 둘씩 모여 마을을 이루고 있는 곳, 경주교촌마을이다. 하지만 도시에서는 이 모습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현재 경주 교촌에는 향교와 최씨 고택을 중심으로 조선시대의 전통한옥마을을 복원한 경주 교촌마을이 조성되어 있다. 이 마을은 문화유적의 원형을 잘 보존하고 과거와 현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홍보관을 비롯해 직접 전통문화를 접할 수 있는 체험장 등을 아우르고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향교와 최씨 고택을 중심으로 인근에 중요 신라유적이 많이 분포하고 있어 신라문화 속의 조선문화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곳이 바로 경주 교촌 한옥마을이다.





경주 교촌은 신라 신문왕 2년(682년)에 한반도 최초의 국립대학인 국학이 있던 곳이다. 마을의 이름이 ‘교동’, ‘교촌’, ‘교리’ 등으로 불리는 것은 모두 이곳에 향교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신라시대 원효대사와 요석공주가 사랑을 나눈 요석궁이 있던 곳이다.





교촌 마을 입구를 지나면 민속놀이를 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데 그 곳에서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민속놀이가 있다. 한옥 마을답게 굴렁쇠, 투호놀이, 윷놀이, 널뛰기 등의 다양한 놀이를 체험해 볼 수 있다.





민속놀이의 즐거움을 뒤로하고 한옥마을을 살포시 걸어본다. 가지런히 놓인 까만 기왓장 지붕이 편안하게 들어온다. 골목길을 걸으며 지나치는 집마다 다른 듯 비슷한 포근함이 마당에 가득하다. 유하게 흐른 지붕위로 담긴 하늘의 모습이 아름답다.


정적이 감도는 골목길, 포근하면서 단아한 골목길에 괜히 발걸음이 조심스러워지고 자연스럽게 느린 걸음으로 서성이듯 걷게 된다.





담장 너머로 가지런하게 올려진 까만 기왓장들을 내려다보면 탁 트인 전경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갑갑했던 일상 속에서 벗어나 편안함과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어서 좋은 곳이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바른 부자의 모습을 보여준 최부자의 고택, 최씨 고택을 볼 수 있다.





월성을 끼고 흐르는 남천 옆에 자리한 최씨 고택, 경주에서 최부잣집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12대 400년 동안 만석의 재산을 지켰고 9대 진사를 배출했다. 특히 가난한 이웃을 도우며 한국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런 최부자 정신의 창조적 계승을 통해서 지역사회와 국가발전에 기여하고자 경주 최부자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지금은 '□'자 안채, 사랑채, 대문채와 사당이 남아있으며 사랑채는 1970년 화재로 소실되었으나 2006년 복원되어 조선시대 양반집의 원형을 잘 보존하고 있다.





고택을 둘러보던 중 고요한 정적을 깨는 인기척에도 마루에 잠들어 있는 고양이 한 마리를 볼 수 있었다. 봄바람이 불어오는 마루에 누워 잠을 청하는 모습이 참 편안해 보였다. 사진에 담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인연을 만들어 주는 ‘월정교’





고택에서 나와 큰 골목길로 나오면 복원사업 중인 월정교(사적 제 457호)가 보인다. 이 곳을 방문하는 이들도 이 길이 ‘둘이 하나되는 사랑길’ 인지 모르는 이들이 많다.


월정교는 신라왕경 서쪽 지역의 주된 교통로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보이며, 고려 충렬왕 6년(1280년)에 중수 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520년 이상 존속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곳이 원효대사와 요석공주가 인연을 맺은 유교로 추정이 된다.


월정교 아래를 흐르는 문천에서는 지금도 고동 등을 줍는 아낙들의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풍광을 만날 수 있다.





월정교가 한눈에 보이는 한옥카페 ‘加比’





금강산도 식후경. 마을을 둘러보고 이 곳 카페를 가보지 않으면 섭섭하다.


기와지붕의 망와가 높게 솟아 있는 한옥카페의 모습이다. ‘가비’란 말은 커피를 한자로 음역한 옛말인데 커피란 말보다 음역한 말이 한옥카페에 단아한 한복을 입혀 놓은 것만 같다.





안으로 들어가면 깔끔한 내부와 고풍스러운 느낌이 물씬 나는 소품들로 인테리어와 함께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는 덤이다.


보일 듯 말 듯 한 파티션으로 좁은 가게가 답답하지 않고, 서로의 테이블에 방해되지 않게 세워 공간의 활용성도 돋보인다.





이 곳에 앉아 커피 한 잔을 하고 있으면 한결 마음이 여유로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커피 이외에도 건강한 전통차도 준비되어 있다. 찻잔에 올려진 tea bag은 한 번 더 눈이 가게 한다. 창가에 앉아 느긋한 마음으로 마무리를 해보는 것도 좋다.


경주 교촌 한옥마을의 좁은 골목길을 걷다 보면, 낮은 담장으로 서로를 마주하는 모습이 떠오르면서 향수에 젖어 들게 될 것이다. ‘천천히 둘러보는 맛’을 가지고 있는 것이 한옥마을을 찾게 만드는 매력이 아닐까?

나지막한 자세의 한옥, 유하게 흐르는 기와들이 모여있는 이 곳에선 도시의 향을 잠시 잊어도 좋다. 해가 지고 하나, 둘 불을 밝히는 교촌 한옥마을의 야경으로 마무리를 한다면 더 없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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