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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화 서평기사식당

  • 2015.04.24
  • 조회수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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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화


<닭의 영혼까지 담긴 닭곰탕, 서평기사식당>



몇 일 동안 그 위용을 자랑했던 벚꽃이 지고, 바야흐로 봄이 절정에 다다르고 있다. 이제는 해가 완전히 진 저녁에도 쌀쌀하지 않아 참으로 걷기가 좋다. 기분 좋은 날씨를 맞아, 오늘은 지하철역에서부터 나의 집까지 걸어가보기로 한다. 역에서부터 나의 집까지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데, 겨울엔 춥다고, 여름엔 덥다고 핑계를 대면서 버스를 탔지 별로 걸어다니질 않는다. 저 멀리서 우리집까지 가는 번호의 버스가 깜빡이를 켜면서 서서히 정차하지만, 오늘은 과감하게 버스를 지나쳐 본다.


얇은 가디건과 운동화 차림새로 ‘집으로 가는길’을 떠난다. 상점들의 불빛들이 대낮처럼 환한 골목 골목마다, 참을 수 없는 냄새를 풍기며 지나가는 손님들을 유혹하는 치킨집들이 부비트랩처럼 퍼져있다.


고소한 냄새가 코에 훅 들어오면 파블로프의 개처럼 자연스럽게 ‘1cm 남짓의 거품이 일도록 잘 따른 맥주 한 잔’이 떠오른다. 한 곳을 지나쳐서 계속 걷다보면 또 다른 치킨집이 금새 나타나는 것이 반복된다. 한 30분 정도 걸었을까. 무려 11곳의 치킨집을 만났다.


한국에 치킨집이 많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또 직접 체감하니 새삼스럽다. 하긴 본인부터도 1~2주에 한번씩은 치킨을 먹고 있으니 이상할 것도 없겠다. 치킨 뿐만이 아니라 백숙, 닭발, 똥집, 불닭, 닭볶음탕 등 내가 즐겨먹는 닭 요리도 셈에 포함하면 3일에 한번꼴이 될 듯하다. 실제로 농촌진흥청이 수도권 20세~69세 주부 500명과 1인 가구 성인남녀 48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절반 이상(52.6%)이 일주일에 1회 이상 닭고기를 먹고 있다고 밝혔다.


닭고기는 값싸고 특유의 냄새가 적은 장점 덕분에 많은 조리법이 있고, 또 많이 먹기도 한다. 나는 보통 여름이면 김이 펄펄나는 백숙집 앞에서 열심히 손부채질을 해가며 줄을 서거나, 살얼음이 낀 닭육수를 자작하게 부어 톡 쏘는 겨자의 맛을 즐기는 초계탕을 좋아한다. 그리고 겨울엔 누런 종이에 기름기가 쪽 빠진 닭을 둘둘 말아 포장해주는 닭집을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다. 그리고 뽀얀 국물에 밥을 척 말아 후루룩 마시듯 먹는 닭곰탕 집도 빼놓을 수가 없었다.


대청역 인근에서 2007년부터 닭곰탕을 만들어 판매하는 기사식당이 있다. 이곳은 원래 작은 화방이 있던 자리였는데, 처음에는 젊은 부부가 ‘닭곰탕’장사를 시작했었다. 그러다 장사가 생각보다 너무 고되자 가게를 연 지 3개월만에 가게를 내놓게 되었다. 지금의 사장님은 그 당시 식자재를 납품하는 일을 하고 있다 우연히 인수하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턱대고 가게를 인수했던 그날이 제 인생에서 가장 결정적인 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가게로 들어서 테이블에 앉으면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함이 있다. 테이블 가운데를 뚫어 반찬통을 넣어둔 것. 스텐 뚜껑을 살며시 열면 껍질채 절인 통마늘장아찌와 김치가 다소곳하게 들어있다. 주문한 메뉴가 나올 동안 마늘장아찌의 껍질을 까면서 기다려본다. 껍질을 깔 때는 한 쪽에 있는 집게와 가위를 이용하길 바란다. (손으로 까다간 하루 종일 손끝에서 쿰쿰한 마늘 장아찌 냄새가 난다)






ㅣ서평기사식당의 외관




ㅣ한적한 도로변에 있다.




ㅣ분주한 식당




ㅣ메뉴판




ㅣ테이블 가운데 반찬이 들어있다.




ㅣ입맛대로 조합할 수 있는 양념들





닭곰탕은 정말 빠르게 서빙되고, 칼국수는 면이 익는 시간이 들어 조금 더 걸린다. 매장 한 쪽 벽에 ‘닭칼국수는 10분정도 소요된다’라고 쓰여있는데, 시간에 민감한 택시 기사님들을 위한 작은 배려다.


오랜 시간 우려낸 닭 육수에 적당히 익혀 미리 찢어둔 닭고기를 고명으로 얹고 파를 송송 뿌려 낸다. 한 입 떠 먹어보니 간이 전혀 되지 않은 듯 심심하다. 내 입맛으로는 테이블 한 편에 있는 소금을 넉넉하게 뿌리고 싶었으나, 동행인은 이 정도 간이 입맛에 딱이라고 한다. 외식이 잦다보니 혀가 소금에 둔감해진 것 같아 갑자기 마음이 씁쓸해진다.


닭곰탕의 국물은 가볍고 부담없는 맛이었다. 국물을 들이마셔도 느끼하지 않을 듯한 느낌에, 밥 한 공기를 넣고 수저로 살살 말아 크게 뜨니 닭고기와 밥알과 당면이 딸려나온다. 그릇에 얼굴을 바짝 대고 후루룩, 후루룩, 소리를 내면서 해치우기 시작한다. 중간중간 미리 까두었던 마늘장아찌를 한 알씩 넣으면서. 속이 금세 ‘뜨끈’해진다.


닭곰탕에 고명으로 들어가는 닭고기는 비교적 큰 닭인 12호를 쓴다. 닭을 통째로 끓여내는 백숙에 비해, 닭을 삶아 식히고 살을 발라내는 과정이 더 들어가는 음식임에도 불구하고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궁금해 여쭤보니 “오랜기간 동안 5천원을 유지하다가, 물가와 임금이 너무 올라 고민끝에 올해 3월에 5백원을 올렸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주차 공간이 협소한 데도 불구하고 찾아주는 기사님들이 고마워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라는 말도 함께.


사장님의 말마따나 이곳은 주차공간이 다소 아쉬웠다. 하지만 전담 직원을 따로 두어 주차를 돕고, 가끔 딱지를 떼는 차가 생기면 그 벌금을 대신 내주기도 한다고.






ㅣ닭곰탕 한 그릇(5,500원)




ㅣ넉넉한 국물




ㅣ닭고기와 당면, 송송 썰린 파가 들어있다.




ㅣ밥 한 공기 말아서




ㅣ후루룩~!





다른 메뉴인 닭칼국수도 닭곰탕의 인기와 필적한다. 오히려 일반 손님들에게는 닭칼국수가 더 인기인 추세다. 나 또한 면이라면 환장을 하기 때문에 고민없이 닭칼국수를 주문했다.


닭곰탕에 비해 더 노오랗고 진한 국물에 칼국수 면이 넉넉하게 들어있다. 닭곰탕과 같은 육수를 사용하지만 육수에 칼국수 면이 들어가면서 점도가 높아졌다. 사장님께 여쭤보니 칼국수용 육수는 오히려 닭곰탕 보다 적은 시간 동안 우려낸 닭육수를 사용한다고 한다.(오래 고아낸 닭육수에 칼국수를 넣으면 너무 텁텁한 맛이 강해진다고 한다)


국수에 후추를 적당히 뿌리고 휘휘 저어 흡입을 시작한다. 국수 한 입, 김치 한 조각, 또 다시 국수 한 입, 마늘 한 알의 순서가 몇 번 반복되었던 것 같은데 음식이 바닥이 났다.


전반적으로 간이 좀 약한 느낌인데 김치와 마늘 장아찌를 곁들이니 딱 알맞았다. 옆 테이블에서는 청양고추와 함께 흔히 ‘다대기’라고 부르는 양념장을 넉넉하게 덜어 넣어 얼큰하게 먹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보니 예전에 남대문 골목 어귀에서 보리밥과 칼국수로 해장하던 추억이 떠올라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국수는 아주 얇은 면은 아니지만 칼국수를 다 먹어갈 때 쯤은 약간 부는 듯 싶으니 적당한 속도로를 유지하는 것을 추천한다. 식사를 마치면 국수가 배 안에서 불면서 위장을 꽉 채우는 느낌이 들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ㅣ닭칼국수 (6,000원)




ㅣ넉넉히 들어있는 칼국수




ㅣ다 먹어버리겠다~




ㅣ김치를 올려서 먹으면 깔끔




ㅣ상큼한 마늘 한 알로 마무리





배를 통통 두드리면서 가게를 나서면서 닭곰탕 육수의 비법을 물었다. 사장님은 너털 웃음을 지으면서 ‘가정에서 한 마리로 만들어서는 맛이 안나온다’며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한가지 팁을 알려주었으니, 곧 찾아올 여름을 위해 보신 음식을 준비한다면 꼭 참고해볼 것.


“육수를 낼 때는 닭발을 꼭 넣어주세요. 국물을 진하게 하는 데는 이 닭발이 큰 역할을 합니다.”


식신의 TIP


•주소: 서울특별시 강남구 일원동 624-4

•메뉴: 닭곰탕 5,500원 / 특곰탕(반마리) 6,500원 / 닭칼국수 6,000원

•영업시간: 24시간 (일요일 오전 9시 ~ 월요일 아침 9시는 쉼)

•밥 추가: 무료

•자판기 커피: 무료

•주차공간: 노상 주차







매장 바로가기

  • 서평기사식당
    주차
    • 서울-강남, 개포/수서
    • 10230 927
    • 평점

      3.2

    • 인기 메뉴
      • 닭곰탕
      • 닭 칼국수
      • 특곰탕
    • 소개

      닭곰탕, 닭칼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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