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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화 다래함박스텍

  • 2015.04.21
  • 조회수 3344

기사식당 로드

제 10화

<행운을 가져다 준 택시기사, 다래함박스텍>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후 기사식당의 메카로 유명한 수유동을 찾았다. 물이 맑아 빨래터로 이용되어 ‘빨래골’이라는 명칭이 붙은 이곳에는 척 보기에도 십 수 개의 기사식당이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오밀조밀 몰려있었다.


이 기사식당 골목에서 2008년 개점해 신성처럼 등장한 다크호스가 바로 ‘다래함박스텍’이다. 귀여운 간판의 작은 식당이지만 끊임없이 손님이 드나들었다. 메뉴는 아주 단순하다. ‘함박스텍’이라고 부르는 햄버그 스테이크, 돈가스, 생선가스가 전부. (매운맛으로도 주문 가능)


이곳은 상호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오래 전 지금의 다래함박스텍 사장님이 창업의 꿈을 품고 다른 기사식당에서 열심히 일을 배우던 무렵이었다. 매일 보는 기사님이 많다 보니 안부도 묻고 농도 건네고 하면서 친하게 지내다 점차 가족처럼 지내게 되었다고 한다. 그 중 한 기사님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야기를 건넸다.


“나중에 독립을 하게 되면 꼭 ‘다래’라는 이름으로 장사를 해보세요.”


‘많을 다에 올 래’자를 써서 많은 손님이 가게를 찾아주기를 기원하며 만든 이름이었다. 당시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막상 가게를 차릴 때가 되니 그 이름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고 한다. 그렇게 주 메뉴인 함박스테이크에 ‘다래’라는 이름을 붙여 만들어진 첫 가게가 다래함박스텍이다. 장사를 시작한 후 맛을 본 택시기사로부터 소문이 퍼지기 시작해, 지금은 일반 손님들도 많이 찾는다. 이제는 고려대 인근과 일산에 분점을 낼 정도로 여유가 생겼다.






ㅣ다래 함박스텍의 외관




ㅣ늦은 점심 식사 중인 손님들




ㅣ한산한 주방




ㅣ빨래골 기사식당 골목. 좌우로 기사식당들이 줄 지어있다.





사장님은 아직도 가게를 처음 시작했을 때의 기억을 잊지 못한다고. 어렵게 장사를 시작한 탓에 멋들어진 인테리어 없이 오로지 맛과 정성으로만 승부를 봤다고 한다. 메뉴와 상관없는 고기 불판이 붙은 테이블이 그 고생을 온몸으로 말해주고 있었다. 처음엔 직원 한 명 없이 부부가 장사를 했다. 새벽같이 일어나 좋은 고기를 떼서 일부는 일일이 두드려 돈가스 고기를 만들고, 일부는 이곳만의 비율로 갈아 햄버그 스테이크용 반죽을 만든다. 그날그날 먹을 만큼의 소스도 직접 만든다. 일이 고되었지만 정직하게 만든다는 자부심이 있었다고 한다. 가끔 저렴한 음식 가격을 보고 ‘이 정도 가치밖에 안 되는 음식’으로 치부하는 손님이 있을 땐 억울한 마음에 속으로 분을 삭이는 일도 종종 있었다고. 아직도 사장님은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렇게 온 정성을 다해 만든 ‘함박스텍’을 먼저 맛보기로 했다. 계란은 노른자를 터트리지 않고 한쪽 면만 익혀 나오는데, 기포 없이 매끈한 것이 한두 번 부쳐본 솜씨가 아니었다. 계란 채로 슥슥 썰면 노른자가 톡 터지면서 스테이크 단면을 타고 흘러내린다. 약간 센듯한 간의 소스를 계란 노른자가 포장해주니 입안에서 딱 알맞게 어우러진다. 부드러우면서도 씹는 맛이 살아있는 식감이다. 막 썰어낸 고기를 한 점 먹고, 접시에 바른듯한 흰 쌀밥을 교대로 맛본다.


사장님이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이곳 함박스텍 먹는 방법이다.


“노른자는 절대 치우지 말고 꼭 고기와 함께 썰어서 드세요. 스테이크를 다 먹었다면 남은 소스에 밥을 비벼먹으면 오므라이스 맛이 납니다. 꼭 한번 이렇게 드셔보세요.”






ㅣ함박스텍의 자태. 막 서빙 될 때는 뜨거운 철판이 지글지글 소리를 낸다.




ㅣ계란 채로 슥슥 썰어본다.




ㅣ흘러 내리는 노른자




ㅣ아아....




ㅣ한 입!




ㅣ두툼한 스테이크





또 다른 인기 메뉴인 돈가스는 경양식 스타일의 큰 모양새가 인상적이다. 좋은 기름에 튀겨 내었는지 튀김옷의 색깔이 좋다. 슥슥 썰자 얇은 돈가스 특유의 서걱서걱한 마찰음이 마음을 설레게 만든다. 돈가스와 함께 나오는 수프와 더불어 샐러드와 콩, 마카로니, 피클, 깍두기로 간단하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충분히 만족하고도 남는 구성이다.


처음엔 함박스텍과 이 돈가스만을 판매하다, 매운 것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에 맞추어 매운 버전도 내놓았다. 여러 가지 맛으로 테스트를 해보다 청양고추를 갈아서 만드는 지금의 소스에 이르렀다고 한다. 싸고 편한 방법인 캡사이신 원액도 생각해봤지만 원하는 맛이 나오지 않아 지금의 방법을 고수하고 있다고 한다. (사장님은 캡사이신 원액의 맛을 ‘저급하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ㅣ돈가스 (5,000원)




ㅣ한 상 차림




ㅣ튀김 색깔이 좋다.




ㅣ돼지고기 등심을 얇게 두드려 만든다.




ㅣ아~ 하세요




ㅣ피클을 올려 상큼하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레시피에 대한 질문을 드렸더니 껄껄 웃으며 한 마지막 말이 기억에 남는다.


“식당을 처음 차릴 때부터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는 꿈이 있습니다. 정성스럽게 만든 나의 음식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 그리고 어려운 시기 나를 도와주었던 많은 사람들에게 비법으로 보답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 꿈이 이루어지면 많은 사람들에게 모두 공개할 예정이고요. 보잘것없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저를 지금까지 있게 해준 노력의 산물이니까요. 그때까지 많은 사랑 보내주시길 바라봅니다.”


식신의 TIP


•주소: 서울시 강북구 수유동 56-45

•메뉴: 함박스텍•매운함박스텍•돈까스•매운돈까스•생선까스 모두 5,000원, 곱배기 6,500원

•영업시간: 10:00 ~ 22:00 (재료 소진 시 마감. 매주 월요일 휴무)

•밥 추가: 무료

•자판기 커피: 무료

•주차공간: 4~5대








매장 바로가기

  • 다래함박스텍
    • 서울-강북, 수유/우이
    • 15607 1756
    • 평점

      3.7

    • 인기 메뉴
      • 함박스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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