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맥주는 누가 만들까
5탄

  • 2017.08.23
  • 조회수 705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시원하게 들이키는 맥주는 피곤함을 싸악 잊게해줍니다. 더운 여름, 습하고 땀나는 날씨에 지쳐있다가 들이키는 맥주는 정말 황홀함 그 자체입니다.  


지금까지 이어진 맥주 포스트에서는 1) 맥주를 만드는 요소, 2) 맥주를 맛있게 즐기는 법, 3) 우리나라의 수제 맥주, 4) 맥주를 만드는 곳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그럼 이제 마지막 단계인 '누가 맥주를 만드는가?'에 대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맥주 포스트를 준비하면서 생겨난 궁금증을 시원하게 해결할 수 있는 오늘! 코리아 크래프트 브루어리에 근무하시는 '김우진' 브루어를 만나보았습니다. 

 

김우진 브루어가 일하는 코리아 크래프트 브루어리


Q. 안녕하세요! 브루어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A 안녕하세요. 코리아 크래프트 브루어리에서 브루잉을 하고 있는 김우진입니다.

 

Q. 브루어는 정확히 어떤 직업인가요?

브루어는 말 그대로 맥주를 양조하는 사람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실질적인 알코올을 만들어주는 이스트를 위해서 달콤하고 영양가 넘치는 맥즙을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이죠. 기본적인 맥아 제분부터 당화 여과 발효 숙성 등의 단계가 모두 브루어들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특히 코리아 크래프트 브루어리는 크래프트 맥주의 선두주자로서 대한민국 2세대 맥주 개발을 위한 새로운 로컬재료와 레시피 개발 또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Q. 브루어라는 직업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계속해서 요리와 와인과 같은 분야에 종사하고 공부해왔었기 때문에 크래프트 비어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마침 재직 중이던 와인회사의 대표님께서 한국에 없던 새로운 스타일의 브루어리를 설립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는 얘길 들었고 혹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까 하던 차에 좋은 기회가 생겨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시장에 없는 새로운 제품을 초기 단계부터 구상하고 실제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이 매우 매력적이었습니다.

 

Q. 왜 충북 음성에 브루어리를 세우게 되었나요? 

브루어리를 짓기 전에 좋은 맥주를 만드는 조건은 재료, 엔지니어링, 브루어라는 답을 내렸고 음성을 택한 이유는 이 조건 중 ‘재료’ 때문이었습니다. 맥주를 만들 수 있는 깨끗하고 풍부한 수자원과 다양한 식재료를 가까이 접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음성이었습니다. 맥주의 주원료가 되는 보리나 밀, 그 외에 향을 내기 위한 복숭아나 생강 등의 농산품을 더욱 신선한 상태에서 만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고, 생산자로부터 원활한 수급을 받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더 중요한 이유로는 ‘물’이 있습니다. 물이 맥주 맛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데요. 저희가 전국의 후보 지역들을 살펴보면서 물맛을 비교해본 결과 음성지역의 물이 가장 중성적이었어요. 일부 지역의 물은 경도*가 너무 높았죠.

*경도: 물의 세기 정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경도가 낮을수록 부드럽다.

 

Q. 그렇다면, 소주가 지역별로 맛이 다르듯 수제 맥주도 지역별로 맛이 다른가요? 

아직 우리나라는 수제 맥주 시장이 작다 보니 지역별로 크게 다른 양상을 보이진 않지만 지역별로 다른 수질이나 지역 재료를 활용하는데 있어서는 분명히 맛의 다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넓게 나라별로 보면 문화적 차이가 더 두드러집니다. 그 나라의 대중적 입맛에 맞게 시장이 커나가면서 특색이 생겨나는 것이죠. 몇 가지 예시를 들자면 일본의 경우는 저희와 비슷하게 미네랄 느낌이 강조된 라거 계통의 맥주가 강세를 보이는 반면, 영국은 풍미가 강조된 에일 맥주, 벨기에는 향신료를 사용한 맥주들이 전통적으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Q. 충북 음성 브루어리에서는 현재 어떤 맥주를 생산하고 있나요?

허그미, 비하이, 코스믹댄서, 썸앤썸, 블랙스완, 아크 클래식, 버터팻트리오 등 ‘아크(ARK)’ 브랜드의 다양한 맥주들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또한 라인프렌즈와 콜라보한 아크 코니, 아크 브라운 등 협업으로 만든 맥주들도 있죠. 이 이외에 전국 각지의 유명한 레스토랑과 호텔, 펍에서 요청한 자체 맥주들 그리고 일본의 유명 크래프트 비어인 히타치노 네스트까지 합쳐서 현재까지 30여 가지가 넘는 제품을 생산해오고 있습니다. 


이번에 출시된 아크 캔맥주 _ 아크 클래식과 허그미


Q. 아, 그러고 보니 이번에 아크 캔맥주가 출시되었다고 들었어요! 캔맥주와 병맥주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기본적으로 담는 용기가 다른 점 이외에는 같은 맥주입니다. 오늘날 기술의 발달로 알루미늄 캔의 내부 코팅 문제 등이 많이 해결되긴 하였지만, 기본적으로 병맥주가 보관이나 숙성 등의 면에서 안전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Q. 요즘 수제 맥주 브루어리가 많이 생기는 추세인데, 아크가 그들과 다른 차별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유행에 따라가거나 기발하기 위해서 맛이 불안정한 맥주를 성급하게 내어 놓기보다는 신중하게 드시는 분들의 입맛을 고려하면서 크래프트 세계로 인도할 수 있는 맥주를 만들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협업이나 친근한 이름, 세련된 디자인을 통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크래프트 맥주에 입문할 수 있도록 노력 중입니다.

 

Q. 아크에서 유난히 애정이 가는 맥주가 있나요? 그 이유는요?

모두 자식 같은 맥주들이라 애정이 가지만 그중에 굳이 하나를 꼽으라면 ‘코스믹댄서’입니다. 처음에 여름 시즈널로 기획되었으나 완성도도 굉장히 높고, 호응도 좋아서 연간 생산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크 브루어리 투어를 할 수 있는 입장권


Q. 브루어리 투어에 대해 참가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앞으로도 계속 진행할 예정이신가요?

브루어리를 지으며 단순히 술을 생산하는 공장으로의 기능만 하는 장소로 접근하지는 않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와서 크래프트 맥주를 함께 즐기고 문화를 만들어 가는 곳으로서의 브루어리를 꿈꾸었습니다. 그 사이 저희와 함께 다양한 브루어리 투어가 생겨나고 브루어리에서 세미나, 워크샵 등을 진행하기도 하면서 이제는 하나의 문화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술하면 역시 함께 어우러지는 안주를 빼놓을 수가 없는데요. 개인적으로 맥주와 가장 잘 어울리는 안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정말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질문이 아닐 수가 없는데요. 항상 튀긴 음식이나 마른안주와 맥주를 즐긴다는 편견을 버리면 더 다양한 맛의 세계에 눈을 뜨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흑맥주와 족발이 참 잘 어울렸던 기억이 있고요. 은은한 맛이 좋은 밀맥주는 조개찜과 먹으면 별미입니다. 특히 홍합에 화이트 와인을 넣어 찐 안주가 베스트라고 생각해요. 이외에도 연한 색의 맥주에는 갈비찜과 같이 담백한 국물이 있는 고기 요리가 참 잘 어우러집니다.

 

Q. 그럼 반대로 최악의 궁합은 무엇인가요?

A. 음….. 정말 어려운 질문이데요…. 아! 저는 삼겹살과 라거(식당에서 판매하는 일반적인 병맥주들)가 잘 안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구운 고기의 기름과 맛이 이미 너무 진한 상태라, 그때 라거를 먹으면 맥주의 풍미는 거의 느껴지지 않고 그냥 입안을 헹궈내는 수준이거든요. 개인적으로는 기네스와 같은 흑맥주가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Q.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다른 수제 맥주 브루어리나 펍이 있으신가요? 

A. 가까운 일본에 지비루라고 해서 지역 맥주들이 굉장히 발달해 있는데요. 그중에 도쿄에 가면 옛 철도 교역 아래를 리뉴얼하여 만든 마치 에큐트(Maache ecute)라는 편집샵에 위치한 히나치노 랩을 추천합니다. 또 맥주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독일의 지방에 위치한 오래된 펍들도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쾰쉬로 대표되는 쾰른 맥주, 밤베르크의 훈연 맥주, 뮌헨의 오래된 양조장들 등 지역마다 색다른 맥주를 경험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아크 생맥주를 마셔볼 수 있는 강남에 위치한 아크펍


Q. 앞으로 아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나, 만들고 싶은 수제 맥주가 있으신가요? 

사우어 맥주가 유행한다고 사우어 맥주를 만들거나, 사이다가 유행한다고 사이다를 만들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제대로 된 홈조차 국산 홉이 없고, 몰트 또한 100% 수입하는 현실에서 다른 부재료들에 있어서는 100% 국산화를 이루어내고 싶습니다. 국내 각 지역에 훌륭한 농가들이 많고, 이들과 협업해 매년 균질한 부재료들을 가지고 다양하고도 새로운 2세대 대한민국 맥주를 세계에 선보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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