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기사

알수록 빠져드는
맥주의 세계_1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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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이 예민하다면 맥주는 무던하다. 그래서 새로운 맥주는 언제나 최고다.

다시 말하면 최고의 맥주는 언제나 지금 오늘 마시는 맥주다."


한수희, 온전히 나답게



지친 하루의 마무리에 마시는 맥주 한 잔이 얼마나 달콤한지. 냉장고를 가득 채운 맥주들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존재인지.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게다가 다가오는 봄에 한강변에 돗자리를 깔고 친구들과 둘러앉아 마시는 시원한 맥주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여름은 또 어떤가. 뜨거운 햇빛에 녹아버리기 직전 차가운 맥주가 나를 구해준 적이 몇 번이었던가.

맥주는 사실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와 함께 해왔다. 곡물, 효모, 물로 만들어지는 맥주는 우리에게 음료, 그 이상으로 하나의 음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맥주를 단단하게 굳히면 빵이 된다는 살짝 과장된 말까지 소문으로 돌아다닐 정도니까! 사람들은 사랑을 할 때도, 일을 할 때도 늘 삶 속의 든든한 동반자처럼 맥주와 함께였다.

앗, 여기서 이미 식신 에디터가 맥덕이라는 사실을 눈치챘는가? 맥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진행되는 사심 100% 포스트! 수제 맥주 스타트업 '더 부스(THE BOOTH)'와 '국민 맛집 식신'이 만나 맥주의 역사부터 우리나라의 크래프트 비어, 맥주를 맛있게 즐기는 법까지! 맥주의 모든 것을 소개한다. 너, 나, 우리, 모두가 원하는 바로 그 맥주의 세계로!


'맥주(BEER)'


언제부터 맥주를 만들어 먹었는지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전해져 내려오지 않지만, 우리는 인류가 유목생활에서 정착생활로 넘어가는 농경생활을 하면서부터 맥주가 만들어졌다고 추측할 수 있다. 중국 황하 유역의 초기 석기시대 유적지, 기원전 1800년의 '닌카시에게 바치는 노래' 등의 자료를 보면 맥주를 언제부터 마셨는지에 대한 유추 정도는 가능하다. 더욱이 술은 탄생되는 과정이 곡물을 이용해 우연히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전 세계 곳곳에서 동시에 일어났을지도 모른다. 기원전 3세기에 쓰인 히브리어 경전 코헬렛(전도서)에는 아래와 같은 구절도 적혀있다.


"네가 가진 빵을 물에 풍덩 빠뜨려라.
그리하면 여러 날이 지난 후 (맥주를) 얻으리라."

또한 맥주는 고대 이집트의 대표 음료 중 하나였는데, 붉게 물들인 항아리에 맥주를 담아 괴물(셰크 메트)에게 바쳤더니 괴물이 술에 취해 인간들이 모두 살 수 있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져 내려온다. 고대 수메르(기원전 3300-3100년 전)에 사원을 짓던 노동자에게 맥주를 배급했다는 기록도 발견되었다.

그 후, 중세 시대에는 수도원에서 맥주를 만들기 시작했다. 8세기 경에는 영국의 에일(ALE)과 포터(PORTER)가 만들어졌고, 10세기경부터 '홉(HOP)'이 등장하면서 맥주의 판도가 뒤바뀌었다. 홉은 종류에 따라 다채로운 향기와 쌉싸름함을 더해주는데, 현재 우리가 먹는 맥주와 유사한 맛의 맥주는 홉의 등장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특히, 19세기경에는 산업혁명을 통해 맥주의 유통에 큰 발전이 있었다. 영국의 제임스 와트가 만든 증기기관은 맥주의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했으며 독일의 카를 폰 린데는 냉동기를 발명해 계절에 상관없이 양조를 가능하게 했다. 여기에 더해 프랑스의 루이 파스퇴르가 열처리 살균법까지 발명하면서 맥주는 점차 완벽해져갔다.

맥주를 이루고 있는 것들


맥주는 '마신다'라는 뜻의 라틴어 비베레(bibere) 혹은 '곡물'을 뜻하는 게르만어 베오레(bior)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곡물을 이용해 만들어진 무언가를 마신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즉, 맥주란 곡물에서 뽑아낸 발효 가능한 탄수화물을 주재료로 발효시킨 알코올이 포함된 액체로 보리를 이용해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오늘날의 맥주는 아래의 4가지 주요성분으로 만들어진다.


싹 틔운 보리, 물, 홉, 효모


맥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맥아(보리를 싹 틔운 것)를 끓여서 홉(맛과 향을 내는 덩굴식물)을 넣은 후, 효모를 더해서 발효시키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보리에서 당을 추출해 쓴맛을 내는 홉과 함께 끓이고, 효모가 발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 이러한 과정이 이루어지는 맥주 양조장은 공장이라고 할 수 있다.

맥주를 양조하는 첫 단계는 맥주의 주원료가 되는 보리 (때로는 밀, 호밀 등)를 발아시키는 것이다. 싹을 틔우면 아밀라아제라는 효소(효모가 아님)가 활성화되어 전분을 쉽게 추출할 수 있게 되는데, 이 발아된 상태를 맥아(Malt)라고 한다. 맥아를 잘게 부수면 좀 더 쉽게 전분을 추출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두 번째 단계는 일종의 "보리차"를 만드는 단계와도 비슷한데, 첫 단계에서 분쇄된 곡물을 뜨뜻한 물에 담아 놓는 것이다. 절대 팔팔 끓는 물이 아니라 뜨뜻한 물에 담가야 하는데, 그 이유는 "효소"가 끓는 물에서는 죽기 때문이다. 이 단계에서 효소는 곡물 안의 '영양소'를 꺼내 찐득찐득하고 달콤한 설탕물을 만든다.



세 번째 단계는 두 번째 단계에서 만들어진 달달한 맥즙(wort)에 맛과 향을 더하는 홉을 첨가해 끓이는 단계이다. 아주 다양한 홉 중 원하는 맛과 향을 낼 수 있는 홉을 선별하여 넣어 맥주에 풍미를 더해준다. 어떤 홉이 첨가되느냐에 따라 맥주의 종류가 바뀌는 기적을 마주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전 단계에서 만들어진 "홉 + 맥즙(설탕물)"에 효모를 넣어주는데, 효모가 설탕을 열심히 먹고(?), 소화(?) 시키는 과정에서 알코올과 탄산이 발생한다. 효모가 설탕을 소화시켜 '알코올'을 내놓는 과정은 일종의 "발효" 과정으로 단시간 내에 이루어지지는 않고, 효모의 종류 및 온도 조건 등에 따라 다르다. 일반적으로 효모가 설탕을 알코올로 바꾸어 주는 과정은 약 2주 이상의 시간에 걸쳐 이루어진다.



크래프트 비어(CRAFT BEER)


맥주가 대량생산이 가능하기 전까지는 각자의 집이나 마을에서 취향에 맞게 작게 만들어 먹었기 때문에 크래프트 비어의 정의가 모호했다. 하지만 산업혁명에 마을에서 만들던 맥주가 전 세계로 유통되면서 크래프트 비어의 정의에 대해 새로운 결론이 내려졌다.

1.Small (소규모)
연간 생산량이 600만 배럴 이하 규모의 양조장에서 생산되는 맥주를 크래프트 비어라고 한다. '600만 배럴=약 720000톤', 우리가 흔히 아는 맥주병으로 환산하면 약 20억 병 이하 규모의 맥주만을 생산하는 양조장을 크래프트 비어 브루어리라고 한다. 실제로 미국 Top1 크래프트 비어 브루어리의 2014년 생산량은 291만 배럴, Top2 Boston Beer Co (보스턴 비어 컴퍼니)의 생산량은 255만 배럴이었다고 한다.

2. Independant (독립적)
거대 자본을 가진 기업이 크래프트 비어 회사의 지분을 25% 이상 가질 수 없다. 최근 미국에서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크래프트 비어의 소비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기존에 라거를 생산하던 거대 자본의 기업들이 크래프트 비어 회사들을 인수하는 일들이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들의 지분 비율이 25% 이상 넘어가면 더 이상 크래프트 비어 회사의 범주에 들지 않는다.

3. Traditional (전통적)
향이 첨가된 맥주가 아닌 전통적인 재료를 사용하여 창의적인 방법으로 양조한 맥주를 생산해야 한다. 크래프트 비어 브루어리 중 정말 깜짝 놀랄 만큼 창의적인 시도를 하는 곳들이 많이 있다. 미국의 Ninkasi Brewing Company는 효모를 우주의 무중력 상태에 노출시킨 후 맥주를 양조하였고, 덴마크의 Mikkeller는 와인처럼 오크통에 숙성시키는 맥주를 만들거나 사향고양이 똥을 이용한 커피 스타우트를 만들기도 했다. 또한 Brewdog은 바닷속에서 양조를 했으며, 브루어리끼리의 콜라보레이션도 꽤 흔한 일이다.


나의 취향과 입맛에 맞는 맥주를 찾는 건 인생에서 꼭 필요한 일이 아닌가 싶다. 남이 골라준 맥주가 아닌, 소주와 섞어 마시기 위한 맥주가 아닌 오롯이 나를 위해 '내가 선택한' 맥주를 마시는 것. 어느 하나 마음대로 되는 것 없는 세상에서 나만을 위한 맥주는 어쩌면 우리의 가장 큰 즐거움이자 위로가 아닐까.



이 포스트는 국민 맛집 어플리케이션 식신 X 재미주의자 수제 맥주 스타트업 더부스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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